“붕괴 사고가 4달이 넘었지만 피해자인 상인들은 여전히 ‘재난’ 속에 살고 있습니다. 손님들로 붐볐던 상가와 거리는 황량함을 넘어 ‘유령 도시’가 됐고 수입이 끊긴 상인들의 생계는 막막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피해보상이 요원해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너무 힘든 상황입니다. 부디 하루 빨리 대책이 마련돼 거리가 다시 활기를 되찾았으면 합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 인근인 금호하이빌 상가 지하에서 25년째 ‘조화 도매’를 업으로 삼고 있는 금호플라워 송춘희(57)씨는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4개월이 넘었지만 인근 상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고 현장의 건물은 수습 계획이 잡히며 조금씩 상처를 회복하려 하였으나 정작 피해자인 이들을 위한 대책은 무엇 하나 진전되지 않은 채 지지부진한 상황이 수십일째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씨는 “코로나19 때도 손님이 줄었지만 지금은 줄다 못해 아예 없는 상황이나 다름없다”며 “25년간 거래를 이어온 단골손님 전화 주문 외에는 사람 한 둘 보기도 힘들고, 주문을 받는 가게 전화도 먹통이라도 된 듯 조용한지 오래됐다”고 하소연했다.

가뭄에 콩 나듯 있는 단골의 주문에 가게 문은 계속 열어두지만 찾는 손님이 없어 하루 종일 앉아만 있다 가는 적도 허다하다는 게 송씨의 설명이다.

때문에 밀린 관리비를 낼 수 없어 평생을 보내며 일군 터전을 떠나가는 이도 발생했다.

송씨는 “떠나신다는 분이 현산에 관리비를 내지 못해 나간다고 하니 보상비로 600만원을 제안했는데, 여기가 한 달 관리비가 2백 가까이 나오는 곳이다”며 “4개월 넘도록 수입이 없다시피 하는 데 그간의 관리비도 되지 않는 돈을 보상금으로 준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며 한탄했다.

이어 “비단 그 사장님뿐만 아니라 인근 상가의 사정이 다 똑같다”며 “이런 실정을 현산 관계자가 와서 꼭 봐야 한다”고 읍소했다.

생계의 터전이 무너지면서 절박함은 가중됐다. 비록 행정기관이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며 상권 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으나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피해 보상의 책임이 있는 현산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게 상인들의 중론이다.

송씨는 “권한이 있는 결정권자가 와서 이곳을 보고 가야지 단순한 직원이 와서 보고 간 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렇지 않고선 기약 없이 끌고 가는 것 밖에 되진 않는다. 그러다 보면 버티다 못해 터전을 떠나는 이들이 속출하면서 거리는 더욱 황량해 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렇기에 “하루하루 희미해져 가는 희망만 붙잡고 살아가는 상인들을 위해 정부와 기관, 언론 모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와달라”며 “날이 갈수록 힘이 들고 어려워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상인들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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