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8(목)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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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지금 그들의 삶은 오월의 햇살처럼 빛나기는 커녕 헛헛한 그림자에 위태롭다.
우리 시대의 ‘꿈’은 어느새 ‘직업’으로 치환 되버렸고 ‘이상’을 염원하는 건 ‘현실’이란 벽앞에 무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낭만’은 과거 속에 존재하는 ‘희망가’로 전락한 지 오래다.
더욱이 ‘헬조선’이라는 고유명사가 되버린 대한민국은 팬더믹 시대를 건너 패자부활전이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질주하고 있다.
학령인구, 대학 정원 수는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대학진학율은 역대 최고인 83.8%를 찍었다. 지난 2011년엔 72.5%였는데 근 10년 사이에 10% 이상이 상향됐다. 인구소멸 시대에 대학진학률은 왜 오르기만 할까.
이미 박제되버린 학벌사회 ‘SKY’ 또는 ‘서성한 중경외시·····’ 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학 서열화는 한국사회를 관통하면서 다양한 변수와 변화를 거쳐 결국 세습으로 이어지는 듯 하다. 그리고 그 서열에는 대체적으로 청소년과 시민은 저항하지 않는다. 그것에 순응하거나 무기력하다.
더불어 올해 3월에 보도된 기사는 대학 서열화를 넘어 ‘전공 서열화’ 시대를 알렸다. ‘의대 정시모집 합격자, 77.5%가 N수생’ 기사에 따르면 4년간 전국 정시전형 의대 신입생 5천144명 중 77.5%(3984명)에 달했다. 각각 재수생이 2천171명(42.2%), 삼수생이 1천123명(21.8%), 사수생 이상이 690명(13.4%)이다. 반면에 고3 재학생은 21.3%(1천96명)에 불과했다. 2022학년도에 삼수생과 사수생이 41.6%를 차지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29%로 줄었다. 고3 재학생은 코로나19 확산 첫 해였던 2021학년도에 18%로 떨어졌다가 올해 26%로 늘었다. 특히 서울 소재 고등학교 출신 460명(36.3%)이 정시모집으로 의대에 진학했는데 이것은 사교육의 영향과 재수 이상을 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배경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현실에 절대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은 내가 살고 있는 집, 부모님의 직업에 따라 본인이 갈 수 있는 대학과 직업을 이미 예감하고 있어 우울과 무기력에 빠져 가는게 아닐까?
우리는 이제 불확실한 희망보단 확실한 절망을 그들에게 말하고, 자신만의 삶에 대해 질문을 시작하자. 아인슈타인은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것!’이라 하지 않았는가.
이쯤에서 다시 ‘꿈’ 이란 단어를 소환한다. 이 시대는 ‘너는 꿈의 뭐니?’ 라는 질문에 대체적으로 ‘직업’으로 대답하는게 대표적인 정서다. ‘꿈’은 사람의 조건이나 환경이 아니라 각자의 가치와 바라는 이상향, 그리고 삶의 전율을 느끼는 어떤 순간이거나, 바람 같은게 아닐까. ‘지금까지 자라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네가 바라는 세상은 무엇이니? ’넌 무엇을 할 때 심장이 뜨거워져?’
이런 질문들로 삶의 자유를 허락하면 어떨까?. 지금 살고 있는 사회는 자유가 우리 손에 있는 사회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자유를 움켜쥐고 우리를 통제하고 있지 않나.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투항하고 있는 삶을 자신만의 언어와 멜로디로 노래하는 삶. 그런 삶도 또 하나의 ‘꿈’이지 실패는 아닌 것이다.
한국표준직업분류(KSCO)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등록되어 있는 직업의 수는 1만2천145개에 이르며 유사직업까지 합하면 직업명의 수는 1만6천442개로 늘어난다. 이렇듯 한국 사회는 수많은 이들의 수고와 삶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 모든 세상살이가 다 귀하고 경이롭지 않는가!
오월의 찬란함을 애써 지우며 살고 있는 25만8천958명의 청소년에게 자신만의 세상, 스스로 행복을 찾고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사회, 다양한 실패를 기다려주는 세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어른들의 책임이다.
모든 인간은 각자의 우주, 즉 무한한 시간과 온갖 사물을 포괄하는 공간을 내재하고 있다고 한다. 형언할 수 없고, 예측하기 어려워 더 많은 가능성과 상상력으로 풍요로울 수 있는 삶의 태제를 ‘현실’로부터 ‘해방’하자.
그래서 인생의 목표를 성공이 아니라 ‘성·숙’으로 바라보게 하고 다양한 세상을 그들에게 ‘와락’ 안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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