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민 전남대 사회과학대 학장

전 세계가 대전환의 시대에 대학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면서 미네르바 대학을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대학과 다른 교육으로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국에서 미네르바 대학의 교육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미네르바 대학을 벤치마킹한 태재대학이 오는 9월에 문을 연다.

미네르바 대학은 입시경쟁이 치열해 지원자의 평균 0.8%만이 합격한다. 입학생은 세계 일류 대학인 하버드나 MIT를 포기하고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 2011년에 출발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수백 년을 이어온 세계적인 명문대학과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미네르바 대학을 세운 벤 넬슨은 미국의 명문사학인 펜실베니아 경영대 와튼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현재의 대학 시스템이 세계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1년 고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미네르바 대학을 설립했다.

미네르바 대학은 예술과 인문학, 경영학, 컴퓨터 과학, 자연과학, 사회과학이라는 5개의 전공 과정을 운영한다. 입학자는 1학년 때 하나의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5개의 전공 안에서 학생 스스로 세부 전공을 정해 공부한다. 예를 들어 사회과학 과정에서 인지, 뇌, 행동학을 전공할 수 있다. 특정 전공에 학생이 몰리면, 학생에게 변경을 요구하지 않고, 해당 분야 교수를 늘려 문제를 해결한다.

미네르바 대학 입학자는 1학년 동안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미네르바 캠퍼스에서 생활한다. 그리고 2학년부터 4학년까지는 서울(한국), 하이데라바드(인도), 베를린(독일),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 런던(영국), 타이페이(대만) 7개 도시의 기숙사를 순회하며 공부한다. 해당 도시에 머물면서 그곳의 문화를 체험하고, 지역기반 과제와 기업이나 단체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모든 수업은 물리적 공간이 아닌 미네르바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활용한다. 20명 이하로 구성한 강좌에서 교수와 학생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학생이 중심이 되는 세미나 형식으로 교육한다. 학생들은 미리 수업내용을 공부해 오고, 수업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발표하거나 토론한다.

미네르바 대학에서 강의는 없다. 강의는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아주 효율적인 교육이다. 그러나 배우는 입장에서는 최악의 교육일 수 있다. 그래서 미네르바 대학에서 교수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을 돕는 협력자 역할을 한다. 교수는 학생들이 학습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인지하도록 유도한다.

학생에 대한 평가도 기존 대학과 다르다. 시험이 없고, 대신 교수가 녹화한 수업을 돌려보며, 학생의 발표, 수업태도를 평가한다. 그리고 프로젝트,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등급을 매긴다.

미네르바 대학은 학생이 스스로 학업 계획을 세워 진행하는 자기주도 학습을 하고 있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토론식 교육을 진행하고, 현장과 연계해 다양한 체험과 생생한 학습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네르바 대학의 교육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한다.

강의 중심의 주입식 교육, 그리고 이론 중심의 교육을 수행하고 있는 기존 대학은 미네르바 대학의 교육방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네르바 대학은 인공지능 시대에 학생들에게 필요한 창의성, 문제해결 능력, 소통과 협력, 그리고 다양성과 도전정신을 길러주고 있다. 그래야 미래를 선도할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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