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24-12)-만월속에 핀 연꽃2’

“명상이라는 게 내 자신을 비워내고 다시 채우는 일이잖아요. 달빛 아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글씨를 쓰다보면 어느새 화면을 한가득 메운 결과물을 발견하곤 해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도 이렇게 소소히 작업하며 느꼈던 일상 풍경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10년째 버선을 소재로 한 ‘사모곡’ 시리즈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오고 있는 류현자 작가가 오는 29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 G&J갤러리에서 26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비우면서 채우는 방편들’을 주제로 하는 이번 전시는 평면 40여점, 합죽선 20여점, 설치 60여점 등 작가의 ‘사모곡’ 시리즈 총 300여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12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전시를 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는 작가는 “긴 시간 동안 이어왔던 ‘사모곡’ 시리즈를 총망라하는 전시를 마련했다”며 “엄마에 대한 생각, 작업과 일상 이야기 등을 관객과 소소하게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몇 개의 곡선과 직선이 결합된 ‘버선’은 그의 주된 작업 소재다.

단순함 속 부드러움과 단단함, 날렵함까지 가지고 있기에 화면 속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모곡,합죽선’(사진 위)과 ‘사모곡’ 가변설치 작품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연민과 애잔함을 담고 있으면서도 자식을 위한 인고의 세월을 살아오신 어머니와 대면하는 마음의 거울이자 고향이다.

‘버선’의 조형적 구성에 작가는 보름달과 연꽃, 목련, 오방색 띠 등을 ‘사경’(寫經)과 접목시켰다. 명상의 한 방편으로 한지에 불경을 써내려간 작가는 이를 작업 속에 투영시키며 ‘비우면서 채우는’ 마음의 풍요로움을 경험하게 됐다.

작가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마음공부 삼아 사경을 써내려갔는데, 어느새 작품에 응용하기에 이르렀다”며 “회화뿐만 아니라 병풍이나 합죽선 등에 세필 붓으로 방대한 양의 글을 쓰고 나면, 내 마음은 비워져 있고 작품은 채워져 있는 풍경을 마주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작은 글씨로 채워진 화면 위 여러 번 채색해 글씨를 지우고 다양한 오브제로 화면을 채워 넣었다. 여기에 오방색 띠로 율동감을 더했다. 작품 속 자주 등장하는 연꽃과 목련은 단순히 보이는 대상, 외형을 찬미하기 위한 장식적 소재이기보다는 어머니의 자애이자 근원의 생명력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워해보고, 무언가를 소망해보고, 마음의 평안함을 느껴보는 일상 또한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며 “내 작업의 원동력이 되는 명상 그리고 이에 따른 작품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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