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5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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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남인도 고대 항구 ‘코친’(2)
세계 무역 흐름 바꾼 ‘향신료의 도시’

  • 입력날짜 : 2017. 07.11. 19:43
코친의 유대인 촌. 원래 향신료의 거리였으나 현재는 골동품의 거리로 바뀌어 가고 있다.노란색의 포르투갈식 건물들이 오래된 흔적을 보여준다.
향신료는 기원전에 이미 유럽에 전해졌다. 향신료의 최대 산지였던 남인도 코친! 이곳은 BC 3천년경부터 이집트인들에게 알려졌고, BC 1천년경에는 동남아(인도네시아)까지 연장됐다. 그리고 로마시대에는 본격적으로 유럽까지 교역됐다. 해상실크로드의 영향이었다. 초기 상인들은 향신료의 정확한 원산지를 숨기고 환상적인 이야기와 결합시켜, 신비감을 더했다. 유럽인들에게 향신료 생산지인 코친은 그 환상의 중심이었다. 일확천금을 누릴 수 있는 꿈의 땅이었다. 해상실크로드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교류문화가 꽃피었다. 지금도 코친의 옛 시가지에는 그 때의 향기가 남아 있었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 향신료 거리 ‘유대인 촌’

오래된 코친포구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트니, 옛 시가지가 나온다. 인도이면서도 인도가 아닌 곳이다. 오래된 시가지답게 좁은 골목과 오래된 건물들이 옛스러움을 풍긴다. 노란색 칠을 한 오래된 포르투갈 풍의 건물들이 늘어선 곳에 가게마다 고풍스럽다. 마치 낡은 유럽의 작은 마을을 온 듯 했다. 인도의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다.

거리에 들어서자 매캐한 향신료 냄새가 코를 찌른다. 가게마다 향신료를 가득가득 쌓아 놓고 판다. 더 안쪽 골목에는 식당과 카페들이 있다. 유럽식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 있는가 하면, 허름한 노천식당도 있다. 화려한 향료음식의 색상과 함께, 노릇노릇한 향료가 들어간 음식냄새가 몹시 거부감을 준다.

한 때, 세계 후추의 ¼이 이곳에서 거래될 만큼, 거리가 향신료로 가득 찼다. 당시 교역에는 유대인의 역할이 한 몫 했다고 한다. 유대인 자본이 들어와 도매상이 형성됐다고 한다.

그래서 향료거리가 유대인 촌과 이웃해 있었던 것이다. 한 때 500여 가구가 넘었던 유대인 마을은 지금은 10여명 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뒤 대다수가 귀국하고, 겨우 4가구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인도로 이주한 유대인들은 기원전부터 이스라엘에서 온 실크로드 상인들도 있지만, 많은 수가 스페인 침입시절 추방된 유대인들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라디노어’라는 변형된 유대인어를 쓴다.

코친의 전통식당. 향과 맛이 강한 향신료 음식은 여행객들에게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아직도 유대인 마을 끝자락에는 ‘파르데쉬 시나고그’로 불리는 ‘유대인 교회’가 남아 있어 당시를 말해주고 있다. ‘파르테르 시나고그’라고 불리는 교회는 1568년에 건축된 것으로, 중국의 광동에서 운반해온 푸른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대리석’으로 바닥을 깔았다. 19세기에 벨기에에서 수입한 ‘촛대’가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해양실크로드의 길목이었음을 대변하고 있는 유물들이다.

▶아름다운 전통 문신 ‘헤나’

과거의 화려했던 향신료 거리는 이제 ‘골동품 상점’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거의 ‘페르시아 골동품 상점’들이다. 점점 더 늘어난 골동품 가게들로, 지금은 향신료 거리보다는 골동품 거리로 더 알려져 있다고 한다.

거리는 향신료, 골동품, 전통의류 등이 어지럽게 형성돼 있었다. 문신을 새기는 ‘헤나’(Henna) 가게도 드문드문 보였다. ‘헤나’는 적갈색 염료로, 문신하는 데에 사용된다. 열대관목의 잎을 따서 말린 가루로 돼있다.

예부터 인도에서는 손이나 발에 독특한 무늬를 그리는 풍습이 있었다. 종교적인 의식이나 제사, 결혼식 등이 있었을 때 특히 그래왔다. 이곳에서는 헤나를 ‘멘디’(mehndi)라고도 부르고 있었다.

이곳 길거리에서는 손쉽게 체험이 가능했다.

일반 문신과 달리 5일 후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없어지기 때문에 별 거부감 없이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봉선화 물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천연염료이기 때문에 인체에도 무해하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살균 효과가 있어서 피부병 약재기능도 있다고 한다. 또한 여성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능도 있다고 해서 그런지, 거리에는 아름답게 문신한 인도 여성들이 많았다.

체험하는 것은 간단했다. 도안을 고르면, 염료를 종이 깔데기에 넣어 도안을 따라 섬세하고 아름답고 정성들여 그려준다. 10분쯤 지나면 염료가 굳어져 자연스럽게 피부가 예쁘게 물든다. 양 팔과 양 발…, 총 4군데에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향신료 농장. 남인도 케랄라 주의 서고츠산맥 남서 사면은 열대몬순기후 지대를 형성해 다양한 향신료의 최대 산지를 이루고 있다.
인도문화의 체험으로 좋다. 인도에서 헤나를 해 보지 않는 사람들은 많이 후회한다고 한다.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았다.

평소 문신에 대해 안 좋게 여겼지만, 한 번 체험해 보고 싶기도 했다. 용기가 없어서 실행은 못했지만…. 여자였다면 했을 것이다.

▶향신료 음식체험

헤나문신 체험을 하고 있는 곳에서 한참을 보낸 후, 시원한 향 음료로 갈증을 해소했으나 슬슬 배가 고파왔다. 먹을거리를 찾았다. 소고기 요리도 보였다. 신성시하는 소도 관광객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할 수 없는 듯 했다. 아마 일찍부터 서양인들이 머물렀던 그 영향이 아닐까 싶다.

소박한 전통식당에 들어갔다. 매캐한 향신료 냄새가 풍긴다. ‘커리’가 들어 간 음식은 도저히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아 새우요리를 골랐다. 식당 사람들 인심이 참 순박했다. 쫓아 다니는 호객꾼도 없고 사기꾼도 없다. 모두 조용조용하고 미소로 답한다. 내 성격에 맞다. 인도에 대해 안 좋은 편견들을 깨줬다.

나뭇잎을 식기처럼 쓰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현지인처럼 일부 외국인들은 맨 손으로 음식을 먹는데, 나는 아직 그렇게 까지는 못했다. 그런 대로 우리 입맛과 비슷해 먹을 만 했다.

새우요리가 나오고, 주위 사람도 권하고 해서 체험할 겸 ‘쳐트니’ 소스를 맛봤다. 조금은 생소한 음식, 채소나 과일에 넣어 만든 일종의 ‘소스’였다. 색도 고왔지만,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 정말 강했다. ‘향신료’는 향과 맛이 강해서, 호불호가 잘 갈리는 음식이다. 그러다보니 향신료가 발달한 나라로 여행을 가면, 특히나 더 모국에서 먹던 음식맛과는 다르게 강한 맛이 느껴지는 게 보통이다. 인도 향신료 ‘처트니’ 역시도 그랬다.

막걸리 비슷한 ‘또띠’를 곁들여 먹었다. 야자열매를 비닐봉지로 싸서 발효시킨 술 같은 음료수다. 맛은 시큼하고 알콜 기운도 있는 듯 했다. 토기 항아리에 담아놓고 조금씩 따라서 팔고 있었다. 함께 나온 안주(?), 물고기에 고추를 넣고 볶은 건데 제법 먹을 만 했다. 우리나라 새우볶음 맛이다. 소박한 전통식당에서 느긋하게 먹는 점심이 피로를 회복시켜 줬다.

▶세계 최대 향신료 산지

점심 후, 향신료 농장을 찾았다. 농장을 가는 길은 평원을 지나 산자락 길로 이어졌다. 멀리 야자수와 수로, 그리고 논이 펼쳐진 모습이 평온하다. 새 한 마리가 야자수에 앉아있는 모습이 마치 그림 같다.

차는 서고츠산맥의 정상을 향해,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도로 변에는 수령을 짐작할 수 없는 거대한 나무들이 빽빽한 숲이 우거져 있었다. 아마 아라비아 해에서 불어오는 습한 몬순(계절풍)의 영향으로 많은 강수량 때문이었다. 그래서 식생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갖가지 열대향신료 식물들도 많이 자란 듯 했다.

800m 이상의 고지에 이르자 하나 둘씩 향신료 농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코친 배후의 고산지역(서고츠산맥)에 해당하는 위치였다. 차를 멈추고 우리가 들어 간 곳은 큰 규모의 농장이었다. 축구장 10배가 넘는다고 말했다. 한가로운 산속의 도로를 거니는 것이 좋았다. 향신료의 왕이라는 ‘후추’부터 얼굴에 대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맵다는 작은 ‘고추’까지 다양한 향신료가 재배되고 있었다.

견학코스를 따라 농장 관계자가 갖가지 향신료에 대한 설명과 재배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줬다.

마지막 코스에는 체험장을 겸한 판매센터가 있었다. 상품화된 모든 향신료가 한 곳에 진열돼 있었고, 맛도 볼 수 있었다.

인도 음식(커리)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을 통해 여러 향신료를 체험도 할 수 있다고도 하나 시간이 없어 이용하지 못했다. 인도 음식들은 기본적으로 보면 ‘향신료들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참깨, 고춧가루, 간장, 된장, 고추장’ 등 기본적인 몇 가지만 있으면 ‘한식’을 만들 수 있는 것과 같았다. 인도 커리를 만들 때 들어가는 필수 향신료들로는 가람마살라(Garam masala), 커민 (Cumin), 캐러웨이 (Caraway), 코리앤더(Coriander), 터메릭(Turmeric), 카다몸(Cardamom), 카이옌페퍼(Cayenne pepper) 등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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