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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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채 박사의 신 해양실크로드] 남인도 향신료 집산지 ‘알레피’
과거 향신료 운반 수로·선박…최고 관광자원 탈바꿈

  • 입력날짜 : 2017. 07.25. 19:09
‘하우스보트’가 다니는 수로변에 사는 사람들.
강과 수로, 호수가 거미줄처럼 얽힌 매우 아름다운 도시, 알레피! 배를 타고 가면 각기 다른 개성의 마을을 만난다. 물길 좌우로는 야자수들이 무성하고 수면에는 부유식물들의 꽃이 예쁘다. 물 위에서 자연의 낭만을 즐기며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고즈넉한 여유로움을 주는 아라비아해의 해변은 찬란하게 아름다운 에메랄드를 선사한다. 평생 잊지 못할 관광지인 이곳은 과거 해양실크로드 최대 거점이었다. 하우스보트 수로여행으로 각광받고 있는 강과 호수, 그리고 수로는 과거에 향신료 산지와 항구를 연결시키는 교역로였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내륙수운이 잘 발달된 ‘알레피’

아라비아해로 흘러드는 44개의 강이 서로 얽혀 있는 케랄라 주의 내륙수(Backwater)는 길이가 무려 900㎞에 이른다. 강과 수로가 열대우림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다. 이들 수로는 오랜 옛날부터 마을들을 서로 연결하고 물자를 운반하는 교통로 역할을 했다. ‘하우스보트’라는 독특한 선박이 사용되었다. 현재는 물자 운반보다는 관광에 이용된다. 케랄라 내륙수도의 명물이다. 주로 상아, 원목, 진주와 보석, 향신료 등이 수출됐다. 일찍부터 해양실크로드 거점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남안도 케랄라 주는 수공예품의 보물창고이다. 알레피도 그 수송의 중심에 서 있다. 향신료(소두구, 계피, 육두구), 야자섬유, 자단 조각품, 종이 공예품(인형과 가면), 금속그릇 등 질 좋은 것들이 많다. 특히 야자섬유는 대표 특산물이다. 야자열매의 외피를 땅 속에 묻거나 냇물에 몇 주간 담궈 뒀다가 두들겨 부수어서 섬유를 분리해 낸다. 그야말로 친환경 천연섬유다.

수로에 정박 중이거나 운행 중인 각종 하우스보트.
▶고대 무역 중심지 ‘체라왕국’

남인도 서해안(말라바르해안)에 고대부터 중세에 걸쳐 번영한 옛 왕국이다. 드라비다족의 한 갈레인 ‘타밀족’이 세운 고대국가이다. 말라바르 해안은 남인도 서해안 ‘고아’ 이남의 아라비아해(海)에 면한 해안을 말한다. 예로부터 향신료 항구로 유명했다.

체라왕국은 BC 300년경 아소카왕 때 기록에 나오는 것으로 봐서 그 보다 훨씬 이전부터 국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영제국에 편입되는 15세기까지 남인도를 다스렸다. 이 곳은 BC 3천년경부터 이집트인들에게 알려졌고, BC 1천년경에는 동남아(인도네시아)까지 연장됐다. 기원전후로 로마제국과 본격적으로 교역하면서 유럽까지 연결됐다. 그리고 이슬람 상인들이 등장한 8세기부터는 중국과 직교역이 이뤄졌다. 모두 해상실크로드의 길목이라는 지정학적 위치의 영향이었다.

초기의 체라왕국은 서고츠산맥의 산악도시(코임바토레, 카루르, 살렘 등)에 수도를 정하고 서부 아라비아해 연안지역을 다스렸다. 당시 남인도에는 체라 외에도 두 왕국이 더 있었다. 동부 벵골만의 코로만델 해안의 ‘촐라왕국’과 남부 중앙반도의 ‘판드야왕국’이다. 이들은 이웃 왕국들과 정치적 동맹과 싸움을 반복하면서 경쟁적으로 발전했다. 이들 고대왕국은 특히 BC 300년-AD 200년에 문화를 꽃 피웠다. 그 때에 타밀어와 남인도예술과 문학이 발달했다.

최영숙 作 ‘알레피의 하우스보트’
▶향신료 내륙운반 거점

알레피(Alleppey)는 알라푸자(Alappuzha)라고도 부른다. 남인도 케랄라(Kerala) 주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와는 사뭇 다르다. 인도에서 가장 깨끗한 곳이고, 문맹률이 가장 낮은 곳이다. 유아사망률 또한 가장 낮고 평균수명이 가장 긴 곳이다. 기독교인 비율이 가장 높고, 종교적 갈등도 없다. 남루한 거지들과 끊임없이 구걸해오는 아이들도 거의 없다.

사회기반시설이 잘 돼 있다. 거리 또한 매우 깨끗하다. 전통가옥의 게스트하우스들이 많다. 운치는 있으나, 습하고 벌레들이 많다. 게다가 저녁에 호우까지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

대한항공 광고에 나오는 그 곳! 한국에 도착해서 공항철도를 타고 집에 가는 길…걸린 광고! 어머 저기는 내가 다녀왔던 곳인데?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세계여행지 50곳 중 한 곳이며,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이기도 하다. 특히 알레피 수로여행이 세계 10대 낙원에 선정됐다고 한다. ‘이곳이 인도일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한없이 평온해 보이는 곳이다. 그리고 여행을 마쳤을 때는 밋밋한 해안선 루트와는 달리 숨은 볼거리와 아름다운 풍광으로 가득 찬 여정이었음을 느끼는 곳이다.

알레피 호수와 수로, 그리고 아라비아해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수로여행

강 위로 다양한 하우스보트들이 끝임 없이 오고 간다. 호수, 강 및 운하의 거대한 연결망이 해변에서 훨씬 내륙 쪽으로 구불구불 이어진다. 수로들이 마을들도 지나며, 좁게 흐르다가 때로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퍼진 호수가 되기도 한다. 열대 숲 사이로 마을의 아낙네 빨래하는 모습과 아저씨의 목욕하는 모습, “give me pen!”을 외치는 아이들…, 자연스러운 그들의 모습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풍경이다.

수로를 삶의 터전 삼아 살아가는 이들. 눈으로 본 풍경은 최고다. 독특함이 가득하다. 낭만적이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다.

열대 과일나무들 사이에 동네가 보인다. 강 위에는 부레옥잠이 떠 있고, 야자와 망고 나무 숲 속에 집 몇 채가 들어앉아 있다. 그림 같은 풍경이다.

세느강에서 배를 타고 오래된 고색창연한 파리의 건축물들을 관람했던 기억, 깐소네 곡을 들으며, 곤돌라를 타고 좁은 수로를 여행한 베네치아 수로여행,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을 거슬러 올라갔던 유람여행도 나름대로 다들 아름다웠고 특색이 있었지만, 이곳 알레피의 수로 여행과는 그 느낌과 감흥이 달라도 한참 달랐다. 풍족하지 않은 농촌마을의 일상적 정경마저 마음의 평화로 스며든다. 무엇하나 꾸민 구석이 없기에 아름답다. 새들과 물풀들과 물고기와 어울려 나도 자연 속의 하나가 된다. 뭇 생명이 자유로이 공생하는 낙원이다. 이곳은 거대한 한 줄기의 강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거미줄처럼 얼키고 설킨 수로들을 따라 가며 자연 속에 어우러진 마을을 본다. 강과 열대림, 마을이 펼쳐진 곳에 파란 하늘에 가끔은 구름들이 떠가는 곳이다.

▶세계 10대 낙원 ‘자연마을’

하우스보트를 타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이색적인 여행이다. 밋밋한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자연과 사람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 동네 어귀에 정박해 마을 구경을 하기도 한다. 중간 중간에 배를 대고 물건 파는 곳이나 마사지-숍을 이용하기도 한다. 전통 의학에 기반 한 마사지는 문화충격이지만 감당해야 한다.

남편이 그물을 던지고, 부인은 생선을 주워 담는다. 혼자 그물을 던지는 아저씨도 있다. 한번 던질 때마다 몇 마리씩 잡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들을 보면서, 그물 하나면 살아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배는 중간에 한 마을에 정박했다. 마을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여러 가지 놀이를 즐기고, 음악 공연도 이뤄지고 있었다. 야자나무로 어떤 조형물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호기심을 갖고 이곳저곳 둘러봤다.

생김새가 특이한 우리를 보고,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배로 귀환을 할 때까지 아이들은 우리 뒤를 따랐다. 까무잡잡한 피부, 마른 몸매, 쏙 들어간 눈, 착하게 보이는 표정 등 천진난만한 인도의 어린이들이었다.

▶‘하우스보트’ 향토색 물씬

배가 열대 특유의 수상가옥 형태였다. 지붕과 벽면이 야자 잎이나 껍질을 덮거나 엮어서 만들었다. 주변의 자연과 잘 어울린다.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호텔 수준이었다.

배의 앞 갑판에는 탁자와 함께 안락한 의자가 놓여있고, 배 뒷 갑판에는 편하게 드러누워서 경관을 볼 수 있도록 침구가 놓여있었다. 침실 내부는 깨끗하고 잘 정돈된 침대에 에어컨, 화장실 등의 시설이 구비돼 있었다.

배들 중에는 객실이 한 개만 있는 신혼부부가 타는 것도 있고, 10개 이상 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시설도 천차만별이다. 에어컨이 없는 것도 있능 반면에, 호화 보트도 있다. 심지어 여성만 탑승할 수 있는 하우스보트가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큰 배는 보통 3인(선장, 항해사, 조리사)의 승무원이 타고 서비스 한다. 모두 인도 특유의 친절함이 묻어나는 친구들이다.

우리가 탁자를 앞에 두고 둘러앉았더니, 각종 남국의 과일들과 차를 내왔다. 그걸 먹고 마시면서 수로 여행은 시작 되었다. 전통가옥 같은 배가 수로를 미끄러져 간다. 강물과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가른다. 잔잔히 마음이 흥분된다. 그림 같은 풍경들!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을 점시 뒤로 하고, 지금 이 순간을 자연을 만끽하며 보내고 싶다.

▶하우스보트에서의 하룻밤

하루를 이글거리던 해가 서서히 내려앉고 있다. 지는 노을은 언제 봐도 신비롭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야자나무 가지를 비집고 강물 속으로 해가 가라앉는다.

배에서 먹는 식사는 꽤 맛있다. 아라비아해에서 잡아 올린다는 랍스터와 새우요리는 식탐의 욕구를 발동하게 했다. 맛 있는 음식은 이곳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다. 저녁놀 타는 남인도에서 맛보는 랍스터는 남인도의 정취와 함께 여행의 백미다. 배의 아래층에서 밥 먹고 위층에서 풍경을 보며 즐긴다.

해질 때면 배는 정박을 하고, 밤이 되면 자고, 아침이 되면 다시 출발한다. 우리 배도 정박할 곳을 찾고 닻줄을 내린다. 어딘지 이름도 모른다. 수로변 작은 동네 어귀인 것 같다. 마을에서 끌어온 전기가 배의 조명을 밝힌다. 랍스타 안주에 맥주 한잔 하다보니, 어느새 열대의 밤은 깊어 간다.

아침!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데, 조각배 한 척이 몇 사람을 싣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그림이 따로 없다.

밤새 모기와 습기와, 비로 어떻게 잤는지 불쾌감이 가득하지만, 아침에 창문을 열면 정말 상상 못할 광경이 펼쳐진다. 정말 뷰(View)가 좋다. 곳곳에 계속되는 수로와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정취, 하우스보트들도 얼마나 다양한지….

어제 밤에 배가 외진 곳으로 자꾸 데려가는 것 같아 걱정과 상상을 했는데, 아침에 보니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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