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8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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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준 박사의 책으로 세상읽기] 질병과 고통은 삶의 한 조각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봄날의 책

  • 입력날짜 : 2017. 09.03. 19:16
인간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사람은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어가고, 병들고, 결국에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어린 시절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어느덧 세월 가는 것이 두려운 중년의 나이가 됐다. 만만하다고 생각했던 세상은 다가갈수록 멀어지고 실패와 상실감을 안겨줄 뿐이다.

마음이 고달프면 덩달아 몸이 아프기 마련이다. 그동안 어지러운 삶 속에 받았던 마음의 상처들은 깊어지고, 가슴은 답답하고, 무기력과 불안감으로 정상적 생활이 어려웠다.

뭔가 몸에 불편함을 느끼고 병원 검진을 받았는데, 신체 기관들 중 일부가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나쁜 상태였다. 젊은 시절에는 늘 건강했기에 무절제한 식습관, 지나친 음주와 흡연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러한 잘못된 행동의 흔적들이 드디어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질병은 과거의 외부적 영향과 내부적 요인이 차곡차곡 쌓여 긴 시간 어둠의 퇴적물에서 자라난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아픈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 힘들다. 필자의 어머니는 2014년부터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주 찾아가고, 나름 살뜰히 살폈는데 요즘은 간단히 안부만 묻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가슴이 아파온다.

나는 엄마의 감정변화나 신체변화를 전혀 모르거나 뒤늦게 인지하지만, 엄마는 초췌한 모습에서도 내가 무슨 근심 걱정이 있는지, 살이 빠졌는지, 이발을 했는지 단번에 알아챈다.

그리고 당신의 아픈 몸을 챙기길 보다는 나에게 항상 건강 조심하라고 신신 당부한다.

‘아픈 몸을 살다’는 저자 자신이 심장마비와 고환암을 앓았던 고통스런 아픔과 치료의 과정을 담고 있다.

그는 암이라는 사실에 “내 몸은 바닥이 없는 모래 수렁으로 변했고 나는 안으로, 질병 안으로 가라앉고 있었다”라고 참담한 심정을 드러낸다. 질병은 몸이 아픈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 상실감을 불러온다.

병원에 입원한 사람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다. 아픔을 내색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이는 스스로 질병에 잘 견디고 있음을 몸소 보여줘야 가족들이 안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는 슬픈 감정을 드러내야 한다.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킨다.

환자에게 질병은 싸워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안정적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싸우기를 포기하고 몸 나름의 지혜에 따라 몸이 변화하도록 내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픈 사람은 자신을 부드럽고 온화하게 대해야 한다. 간혹 어떤 일을 해서 또는 하지 않아서 암이 생겼다고 후회하거나 자책할 필요가 없다.

그냥 생겼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아픈 몸이 나으면 정신도 회복한다. 회복은 화학요법 치료 이후에 오는 카타르시스와도 같다.

약물이 몸에서 사라지면서 기분 좋은 상태가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이 돌아온다. 아팠던 사람은 병을 이겨낸 경험에 관해 말할 수 있지만,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살아낸 것을 표현하기는 더 어렵다. 돌보는 사람은 자신의 에너지와 미래의 감각을 잃을 수 있다. 결국에는 돌봄은 인정되지 못한 채로 버려진다.

‘아서 프랭크’는 암을 앓으면서 “개인, 조직, 사회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하지만 아팠을 때는 분노를 거의 표현하지 않았는데, 내가 암을 부르는 성격을 가져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토로한다.

그는 암을 부르는 성격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환경오염, 방사능 노출, 식품첨가물, 오존층 파괴 등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는 질병 앞에서 무너지기도 하지만 새로운 삶의 의미를 부여받는다. 한편으로는 무엇이 행복한 삶인지, 보다 가치 있는 삶과 균형 잡힌 삶이 어떤 것인지 깨닫는 계기가 된다.

앞으로 살아야 하는 삶을 인생의 덤이라고 여길 때 건강의 걱정과 질병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누구에게나 닥쳐올 질병을 삶의 한 조각으로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한다.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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