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4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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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은 초췌하기 짝이 없는 내 모습과 너무 같아라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54)

  • 입력날짜 : 2017. 11.14. 19:09
蓮花(연화)
고려 충선왕의 여인 연화

떠나실 때 주셨던 연꽃 한 송이
주실 때 처음에는 또렷이 붉더니만
떨어진 가지되더니 내 모습과 같구나.
贈送蓮花片 初來的的紅
증송연화편 초래적적홍
辭枝今幾日 憔悴與人同
사지금기일 초췌여인동

시인의 이름과 시제가 같아서 시적인 밑그림을 그리기가 퍽 쉽지 않을까도 생각된다. 임이 떠나실 때 한 송이 받았던 꽃이 시들었음이 시적 주머니 속에 물씬 녹아 있어 보인다. 현실과 시적인 시간대의 공간적인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시인의 마음속에 흐르는 연화는 귀엽고 예쁜 꽃이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임께서 떠나실 때 주셨던 연꽃 한 송이건만, 처음 내게 주실 때는 또렷하게도 붉은 색이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이 꽃은 초췌하기 짝이 없는 내 모습과 너무 같아라’(蓮花)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연화(蓮花)로 생몰연대는 알 수 없다. 고려 충선왕의 원나라의 여인이다. 조선 세조 때의 학자 용재 성현의 수필집인 ‘용재총화’에 실려 전하는 내용이다. 조선 시대 수필 중에서 문장이 아름답고 내용이 뛰어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풍속, 지리, 문학, 인물, 설화 등이 실려 있기도 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떠나실 때 주셨던 연꽃 한 송이건만 / 처음에 내게 주실 때는 또렷하게도 붉었었네 // 이제 가지들이 다 떨어진 지 며칠이나 됐던고 / 이 꽃은 초췌하기 짝이 없는 내 모습과 너무 같아라]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연꽃을 보면서]로 번역된다. 이 시는 한국 한시의 계열에 넣을 것이냐를 두고 고심하다가 여기에 싣는다. 고려 충선왕이 원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던 때 사귀던 원나라 여인을 잊지 못하고 있다가 익재 이제현이 원의 사신으로 가는 길에 충선왕이 안부를 알아오라 했다. 익재가 그 여인을 찾아가니 여인은 충선왕을 잊지 못하고 있다가 이 시를 줬다.

시인은 임이 주셨던 연꽃 한 송이가 임의 마음과 같이 치환하는 모습을 보인 시상이다. ‘떠나실 때 임께서 주셨던 연꽃 한 송이가 처음 주실 때는 그렇게 또렷하게 붉었다’는 시상이다. 연꽃이 붉었다는 것은 만났을 때 사랑을 표시한다. 선경은 임과의 아름다운 사랑을 정열적인 연꽃의 화사함에 비유한다.

그렇지만 화자의 후정에서는 가지가 떨어지고 꽃잎이 시들은 모습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시상이다. ‘연꽃의 가지를 떨어진 지 며칠이나 됐던가를 회상해 보이면서 초췌하기 짝이 없는 연꽃을 자신의 모습과 같다’는 시상을 만난다. 이제현은 돌아와 그 여인이 충선왕을 잊고 다른 남자와 살고 있다고 거짓을 고했음을 알고 나면 시를 이해할 수 있겠다.

※한자와 어구

贈送: 떠날 때 주다. 蓮花: 연꽃. 片: 한 송이. 初來: 처음 올 때, 시인의 입장에선 ‘오다’, 주는 자의 입장에서 ‘주다’는 뜻이겠음. 的的: 동글동글하다 紅: 붉다. // 辭枝: 가지가 떨어지다. 今: 이제. 幾日: 이제 며칠이나. 憔悴: 초췌하기가. 與人同: 사람과 더불어 같다. 곧 시인 자신과 더불어 같다는 뜻임.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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