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6일(금요일)
홈 >> 기획 > 류재준박사 책으로 세상읽기

[류재준 박사의 책으로 세상읽기] 꿈은 흔들리면서 성장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성미 글·김환영 그림 사계절 1만500원

  • 입력날짜 : 2018. 02.04. 20:59
생각이 깊을수록 행동은 멀어진다. 꿈의 성취는 과감한 결단과 용기에서 나온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생각에 머물러 있지 않고 직접 행동한다. 내게 꿈은 머릿속에만 있는 관념이다. 길들여진 삶 속에서 오히려 욕구불만과 이기심이 가득하다. 어느덧 활짝 열린 문과 낮아진 울타리 너머로 감히 나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겁쟁이가 됐다. 문제는 내게 있다. 비록 빛나는 길은 없었지만 길은 항상 열려 있었다. 하지만 그 길에서 나를 잊었다.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는 참담한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예전부터 나의 말과 글에는 힘이 없다고 넋두리를 하곤 했다. 이는 남에게 감동을 주는 실천적 행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커다란 벽을 만든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다. 내 삶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커다란 생각이 아닌 작은 행동이다.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주도적으로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기에서 마당 밖은 자유와 더불어 처절한 삶과 죽음의 공간이기도 하다. 평생을 닭장에서 알만 낳고 살아가야 하는 암탉과 마당에서 수탉과 병아리 가족과 살아가는 암탉, 스스로 알을 품어서 병아리를 보고 싶은 암탉의 이야기다. 하지만 사냥꾼 족제비가 호시탐탐 이들을 먹잇감으로 노리고 있었다.

주인공 암탉 ‘잎싹’이는 우여곡절 끝에 양계장과 죽음의 구덩에서 살아남아 마당으로 나온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자기 알을 품어서 병아리를 키우겠다는 소망뿐이었다. 나그네 청둥오리의 도움으로 족제비에게 간신히 도망쳤지만 줄곧 굶주림과 추위, 마당 식구들의 따돌림, 죽음의 공포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결국 마당에서 나와 야산자락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찔레덤불 속에서 버려진 푸른빛 흰 알을 발견하고 따뜻하게 품어준다. 잎싹이가 오리알을 품고 있는 동안 자신의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 나그네 청둥오리는 스스로 족제비의 먹이를 자처한다.

잎싹이는 태어난 초록머리를 애지중지 돌봐주고 엄마의 역할을 다한다. 하지만 오리의 습성을 지닌 초록머리는 자신을 해치려고 하는 줄도 모르고 마당으로 돌아간다. 마침내 주인여자에 의해 초록머리는 양계장 기둥에 묶이는 신세가 됐다. 잎싹이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한 초록머리의 다리에는 긴 줄이 매달려 있었다. 끈 때문에 초록머리는 다른 청둥오리들처럼 잘 날지 못하고 뒤로 처지곤 했다. 초록머리는 “나는 파수꾼보다 밖에서 자야만 해. 다같이 날 때도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모르겠어. 어른 옆에 있으면 버르장머리 없다고 꾸중하고, 뒤에 있으면 흉을 봐.” 그리고 “나는 어디서나 외톨이야. 꼭 이렇게 살아야 할까? 이제는 노력하고 싶지 않아”라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잎싹이는 끈을 밤새도록 쪼아댄다. 긴 줄을 잘라버린 초록머리는 어엿한 파수꾼으로 성장한다. 파수꾼이 된 초록머리가 다시 한 번 족제비에 의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잎싹이에게 한눈을 빼앗긴 애꾸눈 족제비가 갓 태어난 자기새끼들을 위해 필사적으로 먹잇감을 사냥하고 있었다. 다행히 잎싹이의 지혜와 용감한 행동으로 초록머리는 죽음을 모면한다. 무사히 초록머리가 청둥오리 무리와 함께 떠난 후 잎싹이는 오랫동안 자기를 노려 왔던 족제비에게 잡아먹힌다.

우리가 사는 삶이란 정답이 없다. 양계장에 갇힌 닭처럼, 마당에 사는 닭처럼, 마당을 나온 암탉처럼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운명의 굴레에 예속되거나 얽매인 삶은 그리 행복하지 않다. 좁다란 양계장을 탓하기 보다는, 마당을 탓하기 보다는, 세상을 탓하기 보다는 삶의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 정해진 운명이 없듯 꿈의 크기에도 한계가 없다. 코이잉어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수족관에 두면 피라미가 되고, 강물에 방류하면 커다란 대어로 성장한다. 자신의 꿈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부끄럽지만 나는 몇 년 전부터 주민 참여형 동네서점을 창업하기 위해서 시장조사와 현장조사를 꾸준히 준비했다. 그러는 사이에 내가 생각했던 독서 프로그램 일부는 어느덧 서울에서는 비즈니스로 자리 잡았다. 주변에서는 광주가 아닌 서울이니까 성공한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여하튼 실천이 없는 생각은 단지 생각일 뿐이다. 최진석 건명원 원장이 당부했던 “아직은 이름 붙지 않은 모호한 곳을 향해 부단히 나아가고, 흔들리는 불안을 자초하길 바란다”라는 말이 유난히 내 마음을 사로잡는 요즘이다. 1t의 생각보다는 1g의 실천이 중요하다.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