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8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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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功名만을 찾아다닌 나의 반평생이[2]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64)

  • 입력날짜 : 2018. 02.06. 18:42
題松都甘露寺次惠遠韻(제송도감로사차혜원운)[2] / 뇌천 김부식
해오라기 높이 날아 사라져 떠나가고
외로이 홀로 돛만 가볍게 떠나간데
달팽이 공명 찾아서 헤매었던 반평생.

白鳥高飛盡 孤帆獨去輕
백조고비진 고범독거경
自慚蝸角上 半世覓功名
자참와각상 반세멱공명

김부식은 유학을 숭상한 보수파이고, 정지상은 노장사상에 경도된 개혁파였다. 두 사람은 시에 대한 경쟁심도 남달랐다. 관직을 비롯한 거의 모든 면에서 앞선다고 자부하는 김부식도 시에서 만은 정지상보다 처졌다. 정지상이 쓴 ‘절간에 독경 소리 끝나니, 하늘빛 유리처럼 맑아지네’(琳宮梵語罷 天色浮瑠璃)를 보고 탐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해오라기 높이 날아 멀리 사라져 가고, 외로운 돛만 홀로 가벼이 떠간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지금까지 공명(功名)만을 찾아다닌 나의 반평생이(題松都甘露寺次惠遠韻2)로 변역해 본 율(律)의 후구인 오언율시다.

작가는 뇌천(雷川) 김부식(金富軾·1075-1151)으로 고려 중기의 유학자, 역사가, 정치가이다. 1096년(숙종 1) 과거에 급제, 관직을 두루 거쳐 직한림원에 발탁됐으며, 이후 20여 년 동안 한림원 등의 문한직에 종사하면서 왕에게 경사(經史)를 강하는 일을 맡기도 했고 [삼국사기]를 편찬했던 인물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해오라기 높이 날아 멀리 사라져 가고 / 외로운 돛만 홀로 가벼이 떠 가는구나 // 생각하니 부끄럽구나. 달팽이의 뿔 위에서 / 지금까지 功名만을 찾아다닌 나의 반평생이]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송도 감로사 혜원 스님 차운하며2]로 번역된다. 시인은 감로사에 올라 그 곳의 맑고 깨끗한 경치에 속세의 오욕에 물든 마음마저 깨끗해가는 탈속의 심경을 노래한다.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절로 생긴 감격스런 자기 심회를 일궈 놓아 후대엔 가작(佳作)이란 평가가 많다.

전구에는 [속객의 발길 닿지 않는 곳/ 올라서니 생각이 해 맑아지네 // 산 모습 가을이라 더욱 곱고 / 강물 빛 밤인데도 외려 밝기만 하다]는 시상이다.

시인은 못다 한 선경의 시상이 남아있던지 하늘 나는 해오라기와 외로운 돛배 시상의 얼개를 엮었다. 해오라기 높이 날아 사라져 가고, 외로운 돛배만 홀로 가벼이 떠간다 했다.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시상의 경지를 모두를 시지(詩紙)에 옳길 모양을 보인다.

시인은 화자의 입을 빌어 이제 율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자기 심회를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노출하려는 속셈을 엿보인다. [부끄럽다. 달팽이 뿔 위에서 / 功名을 찾아다닌 나의 반평생]이라는 심회를 털어냈다.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 했다. 달팽이 뿔 위에서 벼슬 한자리 하려고 발버둥치는 속세의 아비규환(阿鼻叫喚)을 빗대고 있다.

※한자와 어구

白鳥: 백조. 해오리기. 高飛盡: 높이 날기를 다하다. 孤帆: 외로운 돛. 獨去輕: 홀로 가볍게 떠가다. 自慚: 스스로 부끄럽다. 蝸角上: 달팽이 뿔 위에서. 半世: 반생. 여기서는 지금까지로 해석함이 좋음. 覓功名: 공명만을 찾다. 곧 부귀공명을 애써서 찾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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