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수요일)
홈 >> 특집 > 장희구박사 번안시조

서울서 가만히 알려주는 새해 봄소식들이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74)

  • 입력날짜 : 2018. 05.08. 18:39
寒江釣雪(한강조설)
안옥원

눈 속에도 봄날은 춥지가 아니하여
강가의 언덕에는 나무에 배꽃 피고
봄소식 알리여 주는 봄빛을 낚는구나.
雪中春不寒 江樹梨花看
설중춘불한 강수이화간
花下釣春色 新年報長安
화하조춘색 신년보장안

얼음을 으깨고 낚시하는 모습을 본다. 심지어는 두껍게 언 얼음을 깨고 얼음 위에 앉아서 낚시하는 태공들을 만나서 겨울 스포츠, 때로는 겨울 레저용으로는 적당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선현들이 살았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수저에서 잠만 자기엔 답답해서인지 얼음장 밑을 후비고 다니는 물고기들을 낚기에는 좋았던 모양이다. ‘눈 속에서도 봄은 오히려 춥지 않은데, 강 언덕 나무에 외롭게 피어있는 배꽃’이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서울에서 가만히 알려주는 새해의 봄소식들이’(寒江釣雪)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안옥원(安玉媛)은 조선조 여류시인으로 규수부인인 것으로만 알려질 뿐, 생몰연대와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눈 속에서도 봄은 오히려 춥지 않는데 / 강 언덕 나무에 외롭게 피어있는 배꽃 // 그 꽃 밑에서 하염없이 봄빛을 낚고 있는데 / 서울에서 가만히 알려주는 새해의 봄소식들이]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차가운 강에서 눈을 낚다]로 번역된다. 시제가 주는 시상이 한 차원 높게 보인다. 차가운 강에서 얼음을 깨고 물고기를 낚는 일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겨울의 진풍경이다. 얼음 위에서 썰매를 타는 일도 겨울의 단골손님답게 흔히 볼 수 있는 풍속도다. 그렇지만 차가운 강가에서 우두커니 서서 눈을 낚는다고 했으니 봄을 기다리는 여심은 아마도 추운 겨울보다는 따스한 봄을 기다렸던 모양이다.

시인은 그렇지만 시인은 ‘눈 속의 봄은 오히려 봄 같지 않다’는 시상의 주머니를 펼쳐 보인다. 눈 속에서도 살며시 찾아온 봄은 오히려 춥지 않게 느껴지는데, 강 언덕 나무에 외롭게 피어있는 배꽃을 생각해 봤다. 이 배꽃은 시인 자신을 이렇게 비유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화자는 꽃 밑에서 배꽃이 돼버린 자신을 치환시키는 멋을 부리고 있다. 그 꽃 밑에서 하염없이 봄빛을 낚고 있는데, 서울에서 가만히 알려주는 새해의 봄소식들이 들려오기를 바라고 있다. 이 봄소식은 좋은 소식을 기다리는 조선 여심이리라. 시상의 흐름이 은유적인 포장지에 감싸였기 때문에 한 차원 높은 시적 지향세계를 맛보게 된다.

※한자와 어구

雪中: 눈 속. 차가운 겨울. 春: 봄. 不寒: 춥지 않다. 江樹: 강 언덕 나무. 梨花: 배꽃. 看: 보다. // 花下: 꽃 아래서. 배꽃 밑에서. 釣: (봄빛. 봄의 햇빛을) 낚다. 春色: 봄 빛. 맑은 햇빛. 新年: 새로운 한 해. 報: 알려주다. 보내다. 長安: 장안. 서울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