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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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농사 점검하며 동서로 돌아다니시게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275)

  • 입력날짜 : 2018. 05.15. 18:52
贈彭城監務李君(증팽성감무이군) 쌍매당 이첨

삼월 달 팽성에는 뻐꾸기 울어대고
이랑에 물결 일고 구름과 같을진대
자네는 농사 점검에 동서로 다니게나.
三月彭城布穀啼 千畦麥浪與雲齊
삼월팽성포곡제 천휴맥랑여운제
使君日用非他事 點檢春耕東復西
사군일용비타사 점검춘경동부서

고을 원으로 부임하는 자제나 친지에서 많은 부탁을 한다. 고을을 다스리는데 공정하고 바르게 해라. 원망이 없도록 해라. 약자의 편에서 원망과 원한을 더 깊지 않게 하라. 고을을 순회해 백성들의 말을 들어주라는 등등이리라. 시인도 친지가 처음 고을 원의 수장이 돼 가는데 봄 농사를 잘 살피도록 부탁을 했던 시상이다. ‘삼월 달 팽성에 뻐꾸기가 울면, 많은 이랑의 보리 물결이 구름과 더불어 한가지로 하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봄 농사를 점검하면서 동서로 돌아다니시게’(贈彭城監務李君)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쌍매당(雙梅堂) 이첨(李詹·1345-1405)으로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다. 1388년 유배에서 풀려나 내부부령, 예문응교를 거쳐 우상시가 됐으며 1391년(공양왕 3) 좌대언이 됐던 인물이다. 이어 지신사에 올라 감사를 맡았으나 김진양 사건에 연루돼 유배됐던 인물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삼월 달 팽성에 뻐꾸기 울면 / 많은 이랑의 보리 물결이 구름과 더불어 한가지겠다 // 자네는 하루를 다른 일에 쓰지 말고 / 봄 농사를 점검하면서 동서로 돌아다니게]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팽성 감무 이군에서 보냄 / 원님이 해야 할 일]로 번역된다. 작은 고을인 팽성에 한 후배가 감무(원님)가 돼 부임해 갔다. 어느덧 뻐꾸기 우는 봄이 돌아왔다. 넓은 들 보리밭에 이랑마다 푸른 보리가 구름같이 일렁인다. 시인은 후배에게 시 한 수를 써서 보내는데 딴 짓 말고 농부들 봄 농사를 도우라는 뜻을 담았겠다.

시인의 시상은 여느 시와 같이 선경(先景)의 시상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면서 시상을 내밀었을 것으로 보인다. 꽃피는 삼월 달에 팽성(彭城)에 뻐꾸기 울게 되면 많은 이랑의 보리 물결이 구름과 더불어 한가지겠다는 풍성을 약속하는 시상이다. 이 시를 읽게 되면 전구와 후구의 연결성이 극히 자연스러운 느낌을 받고 봄의 그림 한 폭을 포근하게 감싼다.

화자가 시적 상관자에게 보내는 한 가지 소망은 봄 농사를 격려하고 권한다. 그대는 하루를 다른 일에 쓰지 말고, 봄 농사를 점검하면서 동서로 돌아다니라는 권고를 한다. 다른 일이란 고을 원이나 감무의 직을 맡은 관원들이 종종 무고한 백성 족치는 일, 혹독하게 세금을 거두는 일 등을 저질렀는데, 이런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일 게다.

※한자와 어구

三月: 삼월. 彭城: 팽성. 경기도 소재. 布穀: 뻐꾸기의 이칭. 啼: 울다. 千畦: 많은 이랑. 麥浪: 보리 물결. 與雲齊: 구름과 더불어. // 使君: 나라의 명을 받은 사람(監務)을 친근하게 일컬음. 日: 하루. 用非: 사용하지 말라. 他事: 다른 일. 點檢: 점검하다. 春耕: 봄 농사. 東復西: 동과 서로 돌아다니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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