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7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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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농업 바늘구멍
강용
학사농장 대표

  • 입력날짜 : 2018. 06.05. 19:13
제가 어릴 적에 어머니께서는 부엌의 아궁이에 장작이며 솔잎을 지펴가며 밥을 하셨습니다.

가마솥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 짓는 소리와 향기는 지금도 그립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석유곤로가 부엌에 들어온 이후부터 모든 요리는 석유곤로의 역할이 되었습니다.

당시에 석유곤로를 처음 만들때는 우리기술이 부족하여 외국의 상품을 그대로 모방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모든 부품을 정교하게 만들어 똑같이 조립을 했지만 그을음만 올라오고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았답니다. 다급해서 전문가들이 모여 아무리 찾아봐도 문제점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몇날 몇일을 분석해보니 문제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지나쳐 버릴 정도로 너무 작고 간단한 것 이었습니다.

그 회사를 위기에 빠뜨린 것은 바로 기름통 뚜껑의 미세한 바늘구멍 하나였습니다.

얼마 전 역사적인 첫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겨우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발짝씩 넘어가고 넘어오는 모습에 박수와 감격의 눈물도 함께 흘러내렸습니다.

그 후 펼쳐진 여러 나라들 간의 숨가쁜 밀당과 외교전 끝에 북미정상회담도 곧 열린다고 합니다. 핵문제 처리, 종전선언, 체제보장, 경제원조 등 굵직한 핵심현안들에 대해서야 평범한 농부인 제가 판단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는 없지만, 그래도 남북간의 교류와 통일에 대한 기대는 많이 부풀어 오릅니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지난 3월 서울의 한 강연에서 “금리가 오르면 제조업 등 대부분의 산업에서 위기가 발생하지만 농업은 금리의 영향을 받지 않고 위기를 피해갈 수 있는 유망한 산업이며, 농업국가인 러시아는 이미 호황을 맞고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일이 되면 ‘토지와 자본과 노동력’이 결합되는 한국농업은 세계 최고의 투자처가 될 것이며, “미래에 필요한 인재는 주식 전문가가 아니라 트랙터 전문가”라고도 강조했습니다. 농업인의 입장에서 참 듣기 좋습니다.

65년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세계적인 생태의 보고 DMZ에 남북이 함께하는 생태 유기농업단지를 상상해봅니다. 보존의 가치가 덜 한곳을 찾아 남북이 함께 생산하여 양쪽의 국민 뿐 아니라 세계에 한반도의 평화를 수출하여 우리농업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농업과 식품’의 종주국이 될 수 있는 상상도 해봅니다.

그런데 통일 농업을 생각하기도 전에 벌써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DMZ근처의 땅값이 엄청난 속도로 들썩거리고 관련 산업들도 앞 다퉈 정리되지도 않은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철학과 경험 그리고 투자 원칙과 Know-how로 중무장한 짐 로저스는 ‘토지와 자본과 노동’의 결합만으로도 이루어 낼 수도 있겠지만, 뚜렷한 철학과 원칙, Know-how가 부족한 결합은 개발과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북진하는 부동산 지도에 ‘꿈과 저녁을 가질 수 없는 우리들의 바이러스’를 함께 실어 보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소망하는 것이 난로라는 ‘보여지는 형태’보다 난로의 ‘본질적인 기능’을 더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바늘구멍 하나도 놓치지 않는 그런 치밀한 계획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남북의 농업이 평화와 생명의 상징으로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건강할 수 있는 생태농업으로 세계 농업의 중심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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