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3일(목요일)
홈 >> 오피니언 > 시론

광주·전남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일태
전남대 교수

  • 입력날짜 : 2018. 06.12. 20:14
올해는 1018년(고려 현종9년) 전라도(全羅道)라는 행정구역 명칭으로 정도 1000년을 맞이한 뜻깊은 해이기도 하고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민선 7기가 시작하는 해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자신들이 태어난 시대를 살아왔던 선대의 역사적 사실과 지역발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를 살아 갈 우리에게 무한한 자부심을 심어줄 것이며 혹독한 교훈도 줄 것이다.

우리 지역은 전통적으로 의향, 예향, 미향의 맥을 이어오면서 인권과 민주, 평화를 표방하는 민주화의 성지로 문화와 예술의 혼과 맛의 진미를 간직하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 우뚝 서게 되었고 지역민의 행복한 삶의 토대가 되는 산업화의 길을 걸어왔다. 역사적으로 조선 시대 임진·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은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말했듯이 국란위기 극복의 중심지로서 고경명, 김천일, 김덕령 의병장을 비롯한 무명의 의병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왜군의 침략을 격퇴시켜 국가와 지역을 지켜냈다. 그리고 조선 말기 봉건적 수탈에 저항한 동학농민혁명, 1909년 일본의 남한대토벌작전에도 굴하지 않고 국권 수복을 위한 전라도 의병활동, 식민지 시대 독립 쟁취를 위해 일제에 항거한 광주학생독립운동, 군부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싸운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이어져 근현대사의 국가적인 위기 순간마다 난국을 타개한 우리 지역은 국가 수호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또한 우리 지역은 국가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해 1960년대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계획에 의한 산업화 정책으로 산업단지를 조성하게 되었다. 특히 해방 이후 소비도시로 머무른 광주도 1970년대 후반 광주권 생산화운동이 시작되어 최초로 본촌산업단지와 송암산업단지가 1979년 착공하여 1983년 준공되었으며 1980년대 소촌과 하남산업단지, 1990년대 평동산업단지와 최초로 국가산업단지인 첨단단지가 조성되어 본격적인 산업화의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다. 전남 지역은 1967년부터 조성된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석유화학 업종, 1989년 착공된 대불국가산업단지의 조선업종, 1982년부터 조성되어 1987년 철강을 생산한 광양제철에 이르기까지 농업 위주의 생산을 벗어나 산업화의 도약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런 근현대의 역사적 흐름에서 우리 지역 “광주·전남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지역은 제조업 중심의 생산과 수출을 주도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하는 부단한 노력을 하였지만 국가 주도의 성장전략으로 수도권과의 격차가 점차 심화되었다. 특히 젊은이들이 교육과 일자리 문제로 지역을 떠나는 현실이 되었고 또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가 감소하여 생산 활력이 떨어지고 소득 감소로 경제적 삶의 질이 뒤처지게 되어 이제는 변방의 지역이 되어 가고 있다. 2천여 년이 훨씬 지난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 않았다”라는 로마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 자체가 다소 진부한 생각마저 든다. 소설가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 중에서 기원전 753년 건국부터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한 기원전 270년까지의 5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제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 않았다”에서 사료에 의하면 변방의 도시 로마인들은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갈리아인)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런 약점투성이 로마인들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처럼 변방의 작은 도시인 로마를 광대하고 융성한 대제국으로 건국하게 된 원동력은 로마인이 보여 준 개방성과 포용성이라는 점이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2천 년 세월이 흘러가는데도 포용과 관용을 베풀 줄 모르는 종교적 상황, 이념에 얽매이는 통치, 다른 민족이나 인종을 배척하거나 차별에 매달리는 국가”가 존재하는 지금의 현실을 준엄하게 지적하고 개방과 포용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민선 7기의 우리 지역은 말로만 소통하는 것이 아닌 개방과 포용의 정신으로 선대로부터 축적한 정의로움을 바탕으로 경제적 풍요로움을 만들어 가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지역을 번영시킬 것이고 변방의 지역에서 “광주에 오면 광주법을 따르라”라는 말처럼 국가와 글로벌의 중심으로 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만이 우리 지역을 떠나는 지역에서 찾아오는 지역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