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9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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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난민 사태를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박대우
지역발전정책연구원장

  • 입력날짜 : 2018. 07.05. 18:53
우리 민족에게는 아픈 역사가 있다. 통한의 기억이 있다. 일제의 만행을 피해, 가족의 생존을 위해 만주로, 시베리아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지역으로 걸음을 옮겼던 역사가 우리에게는 있다.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제주도가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쟁을 피해 제주도에 상륙한 예멘 난민들을 수용하는 문제를 두고 거리에서 찬반 집회가 열리고,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청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급기야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2002년 제주도의 관광활성화를 위해 도입했던 무사증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한 심사 자체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추가하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급기야 법무부도 난민 제도 악용을 막을 수 있도록 난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난민법이 인도적이고 우호적인 취지에서 시행되었던 만큼 추후에 난민법이 개정된다면 아마도 부정적인 기류를 상당부분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난민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논란이 아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보다 훨씬 더 심각한 양상으로 찬반양론이 충돌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법적 논쟁까지 벌인 끝에 합법이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최근 여러 나라들이 난민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헝가리와 폴란드 등 동유럽 4개국은 불법 난민의 체류를 돕는 사람을 처벌하는 반(反)난민법까지 통과시킨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관대한 난민 정책을 펼쳐왔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도 최근에는 우호적인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언어와 문화가 각기 다른 다양한 인종이 유입됨에 따라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통합 비용이 엄청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난민의 특성상 대규모 인원이 유입되고 단순노동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저소득층 간 취업경쟁 심화와 노동시장 교란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외국인 취업자 비중은 2-4% 수준으로 일본과 비슷하고 미국, 독일, 호주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 국민들에게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외국인 혐오증이 여실히 나타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우리 국민들의 의식 깊은 곳에 소위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가 얼마나 단단하게 고착화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논의되었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정착하는 것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 2017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1.05명이다. 역대 최저치로 추락한 상황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도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저출산 뿐만이 아니라 고령화, 생산인구감소 등 대한민국의 경제와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유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중장기 외국인 이민정책과 함께 ‘해외 우수인재 유치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가 오래 전부터 이민자를 수용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진행해오고 있던 차에 제주도 예멘 난민 논쟁이 불거지면서 반이민 정서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예멘 난민 신청이 불허되어야 한다는 국민청원에 50만 명 이상이 동의하는 상황에서 이민대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논쟁을 거듭하고 있는 난민 논란은 생각이 생각을 덮고, 주장이 주장을 덮는 원형적 공방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첨예한 논란이야말로 어쩌면 우리에게는 기회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제주에 상륙한 예멘 난민 신청자들은 앞으로 우리가 부딪히고 겪어야 할 수많은 사회적 갈등의 한 단면이며 이것을 해결해나가는 과정과 결론은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갈등과 대립의 요소들이 어찌 제주도에 상륙한 예멘 난민 문제 뿐 이겠는가? 이보다 더욱 심각하고 광범위한 의제들이 우리 앞에 놓일 때 우리는 상대에 대한 비난과 공격보다는 서로가 주장하는 합리적 의견을 받아들이고 절충의 대안을 마련하는 정서적, 기술적 훈련이 무엇보다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번 제주 예멘 난민 사태를 둘러싼 논쟁이야말로 우리 사회 앞에 놓인 기초적인 시험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이 걸어왔던 과거를 돌아보고, 오늘을 직시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으로 사회적 합의를 다듬어 가는 시험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논란은 차라리 우리에게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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