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21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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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도시’의 추억, 그리고 민낯
박준수의 청담직필

  • 입력날짜 : 2018. 08.06. 18:46
최근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우리 지역 소비행태의 민낯을 들여다 보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광주·전남지역 소비행태의 특징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인데 우리지역 소득수준과 소비행태를 객관적으로 보여준 자료이다. 보고서의 줄거리는 ‘낮은 소득에 비해 소비성향이 높은 광주·전남’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사 데이터를 살펴보면, 2016년 기준 1인당 개인소득이 광주는 1,658만원으로 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최하위이고, 전남 역시 1,497만원으로 9개 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반면 2016년 기준 평균소비성향(민간최종소비지출/개인 총처분가능소득×100)은 광주 93%, 전남 91%로 전국 평균 88%를 웃돌았다.

한은 보고서는 “광주·전남지역의 평균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생산된 소득의 역외유출 등에 따라 개인소득이 낮은데 주로 기인한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광주(또는 광주·전남)가 ‘소비도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준 자료라는 생각이다.



허세, 혹은 상류지향적 소비



광주·전남의 가계지출 특징을 살펴보면, 다른 광역시·도에 비해 중·대형차 구입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들어 외제차 비중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광주시 자동차 신규 등록대수의 약 50%가 외제차이며, 전남의 경우도 외제차 등록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백화점 매출 추이를 보더라도 일반품목 및 마트 사업부문은 정체를 보이고 있으나, 명품사업부 매출액 및 객 단가는 상승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소득수준에 맞게 소비하는 것이야 탓할 문제는 아니지만 소득이 적으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인 제품 소비를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광주는 80-90년대 한때 ‘소비도시’로 불려진 적이 있었다. 이 불명예스런 닉네임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생산도시’의 반대 개념으로서 광주·전남지역이 상대적으로 생산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며, 또 하나는 소득에 비해 소비성향이 높은 기질을 지적한 것이다.

그 당시 광주·전남은 씀씀이가 유별났다. 충장로의 패션은 서울 명동을 뺨칠 만큼 빠르게 유행을 좇았고, 양주와 외국산 담배 소비도 유독 판매비율이 높았다. 이번 한은 보고서는 80-90년대 ‘소비도시’의 추억을 회상케 한다.

예전에는 앞선 유행과 외국산 담배로 ‘기마이’를 냈다면, 이제는 소득이 높아지고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소비품목이 명품과 자동차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이는 분명 과시형 소비행태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비롯?



과시형 소비심리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구이다. 그러나 특정지역에서 오래도록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것은 그 지역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광주 토박이인 필자는 세 가지 차원으로 그 단초를 찾고 싶다. 첫째는 오랜 농경문화에서 비롯된 풍족함이다. 저렴하게 의식주가 해결되는 경제 환경이니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사치품이나 고가품 등에 대한 소비욕구가 높아진다. 여기에 돈은 농촌 부모님이 벌고 소비는 광주의 자식들이 하는 행동의 분리도 쾌락적인 소비를 하기가 용이하다.

두 번째는 정치적 억압에 대한 반작용이다. 광주·전남이 오랜 독재기간 동안 정치적으로 억눌리고 경제적으로 소외되다 보니 은연중 배인 보상심리가 아닌가 싶다. 외부세계에서 성취되지 못한 욕망이 안으로 불타오르면서 과시적 소비라는 행동으로 표출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세 번째는 토박이 문화로 인해 자존심을 건 경쟁심리이다. 이웃 주변 사람들이 나의 경쟁상대가 되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은 것이다. 대체로 과시적 행동은 평소에 가까운 주변을 의식해서 이뤄진다. 아는 사이여야지 의미가 있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효용성이 떨어진다. 마치 포커게임에서 상대를 압도하기 위해 통 크게 배팅을 하는 심리와 같다.

우리지역에서 백화점이 단기에 빠르게 성장하고 전통시장이 쇠락한 것도, 지방국립대 갈 실력인데도 수도권 대학으로의 진학율이 높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용성보다는 간판이고, 내실보다는 겉치레에 비중을 크게 두기 때문이다.

이제는 ‘소비도시’라는 추억을 벗어버릴 때가 되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답게 ‘가치 지향적 소비’를 창조해가자. /본사 주필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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