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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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금의 역사 동화] 27, 이성계와 정도전의 전라도 - 아랑사와 아비사의 전설

  • 입력날짜 : 2018. 12.04. 18:33
/그림:선성경
“더군다나 태조 왕건께서 첫발을 내딛으신 이곳을 거쳐 가면 귀한 인물이 된다는 전설이 지금까지 전해 온다하지 않은가.”

가까이 지나치다보니 그 곳 구릉진 무덤가에는 몇몇 여인들이 계속 주변을 빙빙 돌면서 정성스럽게 두 손을 모으고 무언가를 비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이구! 삼봉어른 아니십니까?”

결혼한 지 7년이 지나도 아이가 없는 이들 부부는 자식을 포기하고 살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마을 어른이 이곳에 찾아와 빌면 귀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말을 해주어서 그렇게 했더니 과연 튼튼한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랬군요. 그런 이야기가 전해져 왔다는 이야기는 처음입니다.”

“그 후 1년이 겨우 지났는데 이번에 또 아이를 가졌습지요.”

젊은 부부가 보리밭 길을 가로질러가고 파아란 하늘에는 이름 모를 새들이 날아 갔습니다.

“삼봉 어르신! 여기까지 무슨 일이신가요?”

지난 겨울 내내 고맙게도 땔감이며 물고기반찬을 가져다준 순덕아범이 오늘도 고기를 잡아 꿰어 메고 강가를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온 식구가 고기반찬을 드시겠습니다그려.”

“예. 삼봉 어르신! 오늘은 순덕어멈에게 더 맛있게 끓이라 하겠습니다. 이따 저녁은 저희 집에서 함께 드시지요.”

“그런데 그동안 제가 먹었던 그 많은 물고기들을 이 작은 낚시 하나로 잡으셨습니까?”

“예. 이곳 강에는 물고기가 많아서 누구든지 강가에 낚시만 드리우면 됩니다요.”

“허허…, 그래도 낚시하기 좋은 명당자리가 따로 있겠지요.”

“아닙니다요. 저쪽 앙암 그 쪽만 좀 물살이 세어서 낚시하기가 쉽지 않지만 다른 곳은 어디든 잘 낚입니다요.”

“앙암?”

“예, 저쪽…, 저긴데요. 워낙 경치가 좋고 눈물겨운 사랑이 마침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해져오는 곳이라 처녀총각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요.”

순덕아범은 앙암의 새겨진 아랑사와 아비사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구렁이와 어여쁜 여인의 모습이 새겨졌다고 하는데 멀리서 바라보아도 그곳은 절벽의 형태가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언제 한번 제가 꼭 모시고 가겠습니다. 혹시 압니까? 얼른 유배령이 해제되어 개경에 계신 마님 곁으로 갈 수 있을 런지요.”

이 땅 나주가 다른 지역과 달리 강과 바다를 끼고 있어 백성들이 물고기나마 맘껏 이웃과 나누며 사람의 도리를 아름답게 지켜나가는 풍습이 참으로 다행스럽게 여겨졌습니다.

정도전은 몇 번이고 이성계가 보낸 서찰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 난리통에 장군께서 서찰을….”

이번의 전쟁에도 남원 고을이 쑥대밭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그 와중에 이성계가 보낸 서찰을 들고 정도전은 오랫동안 차마 읽지를 못했습니다.

“나리, 어서 읽어보시지요.”

아기발도가 이끌던 왜구를 전라도 남원 땅 운봉에서 격파하고 경상도로 가면서 발 빠른 전령에게 보낸 서찰이었습니다.

구절구절 정도전을 염려하며 전해주는 나라의 정세에 정도전은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아! 아! 장군 기다리겠습니다. 십년이라도 이십년이라도 기다리겠습니다.”

“지금은 온 나라에 왜구가 창궐하여 여기저기 전쟁을 치르시느라 정신이 없으시지만 조금만 조용해지면 나리의 귀양 해제를 건의하시겠다는 말씀도 꼭 전하라 하셨습니다요.”

전령은 이성계 장군이 전쟁 통에 남편이 죽은 과부들과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들에게 맨 먼저 먹을 것과 전리품을 후히 나누어 주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한나라를 다스렸다면 분명 성군이 되셨을 분이다.’

정도전은 이성계의 약자를 위한 마음 씀씀이가 새삼 존경스러웠습니다.

“그 고을에 장군을 칭송하는 소리가 자자했습니다요.”

심부름하는 이가 들려준 말도 정도전의 가슴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전라도 쪽과 경상도 쪽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전쟁 모두를 이성계가 완전히 승리하고 평정 했다는 소식이 연이어 들려 왔습니다.

보리는 더욱 튼실해지고 파랗게 물이 오른 나무들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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