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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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보다가 매화의 난만함을 깨닫지 못했으니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00)

  • 입력날짜 : 2018. 12.04. 18:33
對梅讀易(대매독역)
물재 손순효

세 획이 이뤄져 온갖 변화 거기 있고
그 중에 구부리고 우러르니 건곤뿐인데
난만함 깨닫지 못해 태극론만 잡았구나.
三畫初成萬變存 箇中俯仰只乾坤
삼화초성만변존 개중부앙지건곤
看來不覺梅花爛 猶把濂翁太極論
간래불각매화란 유파렴옹태극론

글을 쓰다가 꽉 막히는 수가 있다. 공부를 하다가 머리가 ‘찡’하면서 안정되지 못한 경우가 있다. 그림을 그리다가 처음 의도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그려진 수가 있다. 이럴 때는 바람을 쐬라고 가르친다. 다른 사물을 보라고도 가르친다. 새롭게 정립된다. 시인도 매화를 보면서 주역의 진정한 이치를 깨달았을 것으로 보인다. ‘세 획이 처음 이뤄져 온갖 변화 거기 있네, 그 가운데서 구부리고 우러러 보니 건곤뿐’이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그것을 보다가 매화의 난만함을 깨닫지 못했으니’(對梅讀易)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물재(勿齋) 손순효(孫舜孝·1429-1497)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1471년(성종 2) 형조참의에 특진됐으나, 직무상의 과오로 상호군으로 전임됐다가 다시 문관으로 복귀해 도승지 등을 지냈던 인물이다. 윤비 폐위 때는 그 부당함을 극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세 획이 처음 이뤄져 온갖 변화 거기 있네 / 그 가운데 구부리고 우러러보니 건곤뿐이네 // 와서 보다가 매화의 난만함 깨닫지 못했으니 / 그래도 염옹이 발견한 태극론을 잡았구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매화를 보며 주역을 읽다]로 번역된다. 주역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인 동시에 가장 난해한 글로 일컬어진다. 공자가 진중하게 여겨 받들고 주희가 ‘역경’(易經)이라 이름 해 숭상한 이래로 [주역]은 오경의 으뜸으로 손꼽히게 됐다. 시인은 이런 주역에 긴한 관심을 가졌던 모양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매화를 난만함으로 묘사하면서 주렴계를 떠올리고 있다.

시인은 하늘과 땅 사람이라는 세 획을 그어놓고 보니 온갖 변화가 이뤄졌다고 하면서 그 중에서도 우선 건곤을 생각했던 것 같다. ‘세 획이 처음 이뤄져 온갖 변화 거기 있는데, 그 가운데서 구부리고 우러러 보니 건곤뿐’이라는 시상이 그것이다. 우리 한글의 모음(母音) 천지인 삼재설에 그 근거를 삼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하겠다.

화자는 이 모든 것을 매화의 광채가 강하고 선명함에서 찾는다고 하면서 이를 태극론에서 찾는다고 했다. 이 삼재설을 보다가 매화의 난만함 깨닫지 못했으니, 그 나마도 염옹의 발견한 태극론을 잡았다는 시심이 그것이다. 태극론은 우리 태극기의 사괘인 건곤감리에서도 찾는데 인색하지 않는다.

※한자와 어구

三畫: 세 획, 初成: 처음으로 이루다. 萬變存: 온갖 변화가 있다. 箇中: 그 가운데에서도. 俯仰: 구부리고 우러르다. 只: 다만. 乾坤: 하늘과 땅. // 看來: 와서 보다. 不覺: 깨닫지 못하다. 梅花: 매화. 爛: 난만함. 꽃이 활짝 많이 피어 화려함. 猶: 그래도. 把: 잡다. 濂翁: 주렴계(周濂溪). 太極論: 태극도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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