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8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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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다 마르고 마음마저 애만 태우고 있다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05)

  • 입력날짜 : 2019. 01.08. 18:20
閨情(규정)
이력 김극검

아직도 못 보내는 겨울 옷 생각하며
한 밤에 밤늦도록 다듬이질 재촉인데
등불에 눈물 마르고 마음마저 태우네.
未授三冬服 空催半夜砧
미수삼동복 공최반야침
銀釭還似妾 漏盡却燒心
은강환사첩 누진각소심

남자가 여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절절한 정을 담아 시상으로 담기도 했다. 시인 자신의 섬세함일 것이다. 여자의 마음은 섬세해 작은 것도 신중하게 조그마한 것도 생각을 깊이하는 수가 많다. 남편이 먼 지방에 있었던 모양이다. 공직에 있었던지 귀양을 가 있을 수 있음을 가정하는 여자의 규정(閨情)한 마음을 담아 놓았다. ‘아직까지도 보내지 못한 겨울옷을 생각하면서, 밤늦도록 마구 다듬이질만 재촉하고 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눈물은 다 마르고 마음마저 애만 태우고 있다오’(閨情)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괴애(乖崖) 김극검(金克儉·1439-1499)으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1459년(세조 5) 예문관 검열과 대교를 지내고, 1466년 문과중시에 장원하고 발영시에 3등을 했다. 1469년 세조가 양성지 등에게 명해 연소한 문신을 육문으로 나눠 배정할 때 성현·유순 등과 함께 시 학문에 선발됐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아직까지도 보내지 못한 겨울옷을 생각해 보면서 / 밤늦도록 마구 다듬이질만 재촉하고 있구나 // 타고 있는 저 등불은 내 마음과 같아서인지 / 눈물은 다 마르고 마음마저 애를 태우고 있구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아내의 마음 / 아낙의 깊은 정]으로 번역된다. 남성이 여성의 입장으로 돌아가 시상을 일으켰던 경우는 많았다. 한시뿐만 아니라, 삼국과 고려를 거치는 동안에 잉태된 가사와 시조들도 그런 작품이 많았다. 임을 그리는 정, 임을 보내는 정으로 범벅이 된 정한은 간절할 수밖에 없다. 그 몸부림은 통렬(痛烈)할 수밖에 없다. 조선 여심의 규정 또한 예외가 아니다.

추운 겨울에 옷을 보내지 못한 시인은 밤늦도록 다듬이질하면서 가슴 저미는 시상 한 줌을 품에 안는다. 아직도 보내지 못한 겨울옷을 생각하면서, 밤늦도록 다듬이질만 재촉한다는 시적 선경을 그려냈다. 다듬이질하는 행위 하나만으로 겨울옷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규정의 아픔을 감내하지 아니할 수 없었으려니.

화자가 애태우는 후정은 타는 등불에 담아 마르지 않는 눈물을 시적인 가슴에 담아내고 만다. 타고 있는 저 등불은 내 마음과 같아서, 눈물은 다 마르고 마음마저 태우고 있다는 시정(詩情)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규정을 알고 있는 대상자는 아무래도 촛불밖에 없고, 그래서 다듬이질로 그 앙갚음을 했을지도 모른다.

※한자와 어구

未授: 아직도 보내지 못했다. 三冬服: 삼동의 겨울 옷. 추위에 입을 옷. 空催: 공연히 바쁘다. 半夜砧: 야밤에도 다듬이질을 하다. // 銀釭: 타는 등잔. 還: 도리어. 似妾: 첩의 마음. 곧 나의 마음. 漏盡: 눈물이 다 마르다. 却: 도리어. 燒心: 마음을 태우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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