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2일(목요일)
홈 >> 특집 > 장희구박사 번안시조

행여나 예쁜 얼굴이 쉽게 늙을까 두려워서인지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07)

  • 입력날짜 : 2019. 01.29. 18:16
臨水杏花(임수행화)
용재 성현

미인의 흰 이에 걷어 올린 붉은 입술
난초 사향 향기가 사방에 흩어지는데
늙을까 두려움에서 거울에 비쳐보네
瓠犀齒白捲脣紅 草麝淸香散曉風
호서치백권순홍 초사청향산효풍
似怕嬌顔容易老 淡施脂粉照靑銅
사파교안용이로 담시지분조청동

살구나무 한 그루의 일생을 들여다보면 사람의 시선을 그리 많이 받지 못한 편이다. 살구나무 자체가 우람하게 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새큼한 그 열매가 구미를 크게 자극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울타리의 역할을 하는 살구나무가 있는가 하면, 물가의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인의 이처럼 흰 이빨에 걷어 올린 붉은 입술하며, 난초와 사향의 맑은 향기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행여나 예쁜 얼굴이 쉽게 늙을까 두려워서인지’(臨水杏花)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용재(慵齋) 성현(成俔·1439-1504)으로 조선 전기의 학자다. 홍문관정자를 역임하고 대교 등을 거쳐 사록에 올랐다. 1468년(예종 1) 29세로 경연관이 됐다. 예문관수찬, 승문원교검을 겸임했다. 1474년(성종 5)에 지평을 거쳐서 성균직강이 됐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미인의 이처럼 흰 치아에 걷어 올린 붉은 입술하며 / 난초와 사향의 맑은 향기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네 // 행여나 예쁜 얼굴이 쉽게 늙을까 두려워서인지 / 연지분 엷게 바르고, 거울에 비쳐보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물가에 핀 살구꽃]으로 번역된다. 밤꽃이나 살구꽃이 아무렇게나 피었다가 탐스런 열매를 맺는다. 사람의 손에 닿지 않는 자연산이다.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는가 싶더니만, 마냥 소담하고 먹음직스런 열매는 신기하기만 하다. 풋살구 풋감부터 긴 장대를 들고 열매를 따는 아이들도 있다.

시인은 물가에 있는 살구꽃이 그렇게 귀엽고 예뻤던 모양이다. 그래서 미인의 고운 자태로 치환시켰다. 미인의 이처럼 흰 치아에, 미장원에 가서 위로 걷어 올린 붉은 입술 같다고 하면서 난초와 사향의 맑은 향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다고 했다. 외롭게 피어있는 살구꽃의 고운 자태를 아름다움의 극치로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 꾸며내고 있다.

화자는 고운 살구꽃의 자태를 더 오래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꽃은 자연적인 이치에 따라 쉽게 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래서 예쁜 얼굴이 쉽게 늙을까 두려워하면서 연지분 엷게 바르고 거울에 연신 비춰본다고 했다. 살구꽃을 사람의 고운 자태를 상징이나 하는 것처럼 의인화의 묘사법이 돋보인다. 고운 여인을 곁에 두고 ‘행여나 다칠세라’ 초조한 마음이 엿보인다.

※한자와 어구

瓠犀: 박의 속과 씨, 미인의 얼굴로 봄. 齒白: 흰 치아. 捲: 걷어 올리다. 脣紅: 붉은 입술. 草麝: 난초와 사향. 淸香: 맑은 향기. 散: 흩어지다. 曉風: 새벽바람에. // 似怕: 두려워하듯이. 嬌顔容: 예쁜 얼굴. 易老: 쉽게 늙을까. 淡施: 엷게 바르다. 脂粉: 연지분. 照: 비추다. 靑銅: 청동이나 여기선 거울로 봄.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