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5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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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성공의 전제조건
김희준
전 광주지검 차장검사
현 LKB&Partners 대표변호사

  • 입력날짜 : 2019. 03.21. 19:30
최근 수사권 조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검찰과 경찰간 힘겨운 삿바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양 기관 모두 각자의 논리를 내세우면서 국민을 위한 방안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누구의 말이 맞는지 혼란스럽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경찰에게는 버닝썬 사건, 검찰에게는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이라는 치명적인 악재가 거의 동시에 터졌다.

수사권 조정을 통해 독자적 수사권 확보의 호기를 맞은 경찰은 버닝썬 사태로 클럽관계자와 경찰의 유착의혹이 불거지면서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다. 경찰로서는 철저한 수사로 자정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지만 과연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사라는 것은 생물과도 같아서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고, 아무리 철저하게 수사하더라도 또 수사를 하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경찰은 16개팀 152명이라는 막대한 수사인력을 투입해 마치 전쟁을 하듯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수사는 인력을 많이 투입한다고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방식의 수사는 실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원래의 수사목적에서 벗어나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되어 마구잡이식 수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절제된 수사로 수사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 경찰 입장에서는 수사권 조정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어 보인다.

검찰은 버닝썬 사건으로 경찰이 수세에 몰리자 수사권 조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은근히 기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도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이 다시 불거지고 전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곤혹스러운 처지가 되었다. 이전에 검찰에서 2차례나 수사를 했음에도 계속 ‘혐의없음’ 처분이 되면서 제 식구 감싸기를 한 부실수사로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사건은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더 그렇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검찰도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검찰과 경찰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각자 본질적 역할에 충실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업무처리라고 생각한다. 오직 국민을 위한 길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정치적인 고려 없이 있는 그대로 실체적 진실만을 쫓아야 한다. 실체적 진실은 오직 하나임에도 정권에 따라 시기에 따라 결론이 수시로 달라져서는 그 결정을 신뢰하기는 어렵다.

검사로 약 23년 근무한 필자는 퇴직한 이후에 변호사로서 활동하면서 검사 시절에는 몰랐던 우려스러운 점을 많이 느끼게 된다.

첫째, 검찰 인지수사의 위험성이다. 인지수사는 고소나 고발없이 수사기관의 기획이나 정보에 의해 수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인지수사는 일반적인 형사사건과는 달리 처음부터 구속 또는 기소를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될 수 없다. 이러한 수사는 목표에 부합하는 증거만 수집하고 반대되는 증거는 외면하기 쉽다. 수사대상자의 해명을 잘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인지수사는 일반적인 형사사건보다 무죄율이 훨씬 더 높다. 검찰은 준사법기관이라고 주장하려면 인지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증거관계를 제대로 판단하고 올바른 법리를 적용하기 위한 법률가적에 활동에만 집중해야 한다. 검찰은 진정한 준사법기관이 될 것인지, 아니면 필요에 따라 준사법기관이기도 하고 수사기관이기도 하는 카멜레온 같은 존재가 될 것인지 그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수사기관의 역할에 집착하는 한 경찰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사지휘권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검찰의 논리는 궁색할 수 밖에 없다. 같은 선수 신분이면서 다른 선수를 지휘한다는 것은 논리상 맞지도 않고 지나친 욕심이기 때문이다.

둘째, 경찰의 실력부재와 여전히 거친 수사다. 경찰수사를 변론하다 보면 법리와 판례에 너무나 약한 경찰관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기본적인 법리와 판례를 잘 알지 못하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지적하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딱 부합하는 판례를 들이대도 잘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찰관을 담당으로 만나면 변호인이나 당사자는 너무나 답답함을 느낀다. 경찰도 완전히 독자적인 수사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는 실력을 훨씬 더 키워야 한다. 주로 인지수사를 하는 광역수사대나 지능범죄수사대의 수사가 너무 거칠다는 하소연도 많이 듣는다. 인권을 최우선시하는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는 수사권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 인권보호를 위한 적법절차 준수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최상의 헌법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검찰과 경찰이 정권이 아닌 국민의 편이 되기를 바란다. 국민과 멀어지는 국가기관은 국민에게 흉기가 될 수 있다. 검찰과 경찰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업무처리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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