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6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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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버리고 사는가?
주홍
치유예술가·샌드애니메이션 아티스트

  • 입력날짜 : 2019. 07.11. 19:27
광주에는 우리가 60년대 70년대를 살아오면서 내다 버렸던 물건들이 모여 있는 ‘비움박물관’이 있다. 수만점의 물건들이 빼곡히 잘 정리되어 있고 분기마다 새로운 주제로 기획전을 열고 있다. 이번 여름 전시는 ‘보자기’들이 특별한 무대에 올라왔다. 어디에서 이 많은 보자기들이 나왔을까? 나는 그 오픈식에서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춤을 췄다. ‘백만송이 장미’라는 노래에 맞추어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숨쉬고 꿈틀거리며 생의 발돋움을 하다가 춤을 춘다. 보자기 자루 속에서 춤은 포옹으로 이어진다. 관객에게 다가가 보자기로 감싸 안고 교감하고 보자기에서 나와 장미 한 송이를 바치는 퍼포먼스였다.

나는 이 비움박물관을 사랑한다. 물건들을 통해서 나의 무수한 이야기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 이야기들은 소소한 일상이다. 박물관의 소장품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국그릇, 밥그릇, 숟가락, 젓가락, 주전자, 술병, 도시락, 상보, 옷, 이불, 베게, 실과 바늘, 재떨이, 성냥, 바구니, 거울, 등등 일상용품들이기 때문이다. 50년 전엔 우리 집에서 사용되었을 물건들이 많이 있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왕이 쓰던 귀한 물건이 ‘국보’라는 이름으로 전시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던 물건들이 조명을 받고 있다. 민중의 물건이 조명을 받고 전시되고 있는 것만 봐도 이 박물관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다. 왕이 쓴 물건도 아니고 부자가 쓴 물건도 아니다.

우리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베게와 옷, 엄마가 부엌에서 썼던 살림들이 조명을 받고 있는 곳이 비움박물관이다. 나는 박물관에서 멍하니 사물을 바라보곤 한다. 그렇게 오래된 물건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사물과 대화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면 무의식에 꾹꾹 눌러 둔 아픈 상처가 올라오기도 해서 눈물이 난다. 나를 스쳐갔던 찬란한 순간이 떠올라 감탄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귀한지 들여다보게 하는 박물관이다. 성찰의 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오래된 보자기와 흙으로 빚은 컵들과 그릇, 항아리, 대바구니 앞에서 멈추었다. 편리주의가 생활문화로 정착되면서 우리들은 무엇을 버렸을까?

시장에서도 할머니가 쓰던 대바구니를 버리고 플라스틱 바구니를 쓰고, 천으로 된 보자기를 버리고 비닐 봉지를 쓴다. 흙으로 빚은 컵 대신 일회용 컵을 쓴다. 그렇게 대량으로 플라스틱과 비닐봉지를 매일 버리고 있다. 일회용으로 버려지는 것들은 우리의 삶을 일회용으로 만든다.

물건도 일회용, 만남도 일회용으로 삶의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 여러 사람의 습관을 우리는 ‘문화’라고 말한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협하는 이 문화를 어찌할까?

얼마 전 2019 FIFA U월드컵 결승전이 ACC하늘정원과 민주광장에서 LED전광판을 설치하고 실황중개 방송됐다. 광주 시민들이 가득 광장에 모여 응원전을 펼치며 음식을 광장으로 배달시켜 먹거나 준비한 치맥으로 건배를 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광장은 일회용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얼음이 녹아 물이 담긴 일회용 플라스틱 컵들과 음료수병, 치킨과 도시락 등의 배달음식이 남아있는 일회용기들과 비닐이 쌓여 있었다.

저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까?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는 우리들의 삶의 방식은 딱 일회용품을 닮아 있다.

이 습관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편리주의에 물들어버린 우리시대….

비움박물관에서 불편한 시대를 살아온 오래된 물건들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왔다 간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겠다. 다음 사람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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