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6일(수요일)
홈 >> 오피니언 > 시론

조국에 다시 바란다
정준호
법무법인 평우 대표변호사

  • 입력날짜 : 2019. 09.15. 17:34
2년전 본지에 ‘조국에 바란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올렸다. 민정수석으로 막 취임하여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현 법무부장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이야기했다.

조국 장관은 민정수석으로 취임한지 2년만에 법무부장관으로 또 다시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취임을 했다. 2년전이나 지금이나 검찰개혁이라는 대명제를 완수하기 위한 공직 취임 일성을 내세웠다. 현재 진행 중인 가족에 대한 수사절차 등 우려는 차치하고 검찰개혁에 꼭 필요한 몇가지 관점을 전달하고자 한다.

우선 현 정부의 검찰개혁 명분은 참여정부 이후 비극적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시작되었다. 현 대통령은 야인 시절 ‘검찰은 문 닫으라’는 팻말을 들고 빗속에서 시위까지 했다. 많은 사람들은 검찰개혁이라는 과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그 실패를 한 차례 경험하였고, 그 부작용이 얼마나 비극적이었는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개혁과제가 다시 수행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특히 현 장관에 대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 지역의 여론 역시 후보자 개인보다는 개혁과제 완수에 대한 기대로 해석되는 부분이 많다.

사실 이러한 배경을 생각하면 지난 2년 동안 검찰개혁은 마무리되었어야 할 과제였다. 정권 출범시부터 검찰개혁을 담당하고 있는 조국 현 법무부장관 역시 검찰개혁과제의 완수를 위해서는 지난 지방선거 이전에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지 아니하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검찰 인사를 통해 소위 ‘우병우 라인’이 배제되었고, 현 검찰총장의 취임으로 검찰의 기수문화가 상당부분 파괴되었으니 검찰의 인적쇄신이라는 명분과 개혁 동력은 상당부분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역시 2년이 지난 현재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거악 척결’이라는 역할론과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를 통해 경찰에의 수사권독립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무용론을 증명하려고 한다.

대통령과 현 법무부장관은 정권 초기부터 공직자비리수사처와 경찰 수사권 독립 등을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청와대는 권력기관 개혁안에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 부여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서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에서도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현재의 수사권조정문제는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경찰 등에 배분해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혁의 시작이 사정권력이 어떻게 행사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철학으로 주권자들에게 공유되지 않은채 단지 기존 사정권력의 타 기관으로의 배분에만 그친다면 그 성과는 감히 장담하기 어렵다.

일례로 수사과정에서 가장 인권침해가 심한 부분은 바로 체포와 구속절차인데, 정부안에 따르자면 긴급체포시에 기존에 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생략되고 경찰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인신구속 및 석방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유엔인권협약의 경우 체포된 모든 사람은 즉시 사법관에게 인계되도록 규정이 되어 있는데, 정부안에 과연 이러한 국제적 기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체감될 수 있는 형사제도의 운영방식에 대한 분석과 논의가 중요할진대, 현재의 논의는 과거 문제가 많았던 검찰의 권력을 경찰에게 배분하는 것이 어떠냐의 명분론으로만 점철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동안 주권자가 검찰에 대해 문제가 많았고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당연히 그 방향으로 개혁과제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정기관의 권력이 결국 주권자를 상대로 집행된다는 점이다. 추상적인 권력배분에 가려서 정작 중요한 요소들을 놓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지금이라도 변화될 형사제도에 따라서 인권침해적 요소가 늘어나는 부분이 있는지 여부가 꼼꼼히 논의되어야 한다.

학부수업시절, 현 법무부장관은 제자들에게 ‘도(道)와 술(術)을 겸비돼야 하는 것’이라는 주문을 자주 했다. 검찰개혁이라는 중차대한 과제에 공직자비리수사처와 수사권독립이라는 큰 기술이 공개된 지 이미 오래다. 이제는 좀더 명확한 언어로 검찰개혁에 관한 철학인 ‘도(道)’가 무엇인지 주권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학은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거듭 간절히 법무부장관의 개혁과제 완수를 바란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