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30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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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밤낮으로 바다 서쪽 끝에 가 있다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41)

  • 입력날짜 : 2019. 10.15. 18:10
奇友(기우)
옥봉 백광훈
세상의 모든 강물 동쪽으로 흘러가고
동으로 흐르면서 쉴 틈이 없다는데
그대를 그리워하며 바다 끝에 있다네.
採蕭江水東流去 東流無歇時
강수동류거 동류무헐시
綿綿憶君思 日夜海西涯
면면억군사 일야해서애

기(奇)자는 ‘기이하다 뛰어나다’는 뜻이다. 그래서 ‘기인, 기발’이란 의미를 담아 특수성에 기인하고 있겠다. ‘신기, 진기’도 같은 뜻을 담고 있어 보인다. 시인이 ‘기우’(寄友)라고 했다면, ‘벗에게 보냄’으로 이해할 수 있으련만, ‘기우’(奇友)라 했으니 ‘기이한 벗, 다른 사람보다는 나와 친근하고 특별함’이란 의미를 담았겠다. ‘모든 강물은 동으로만 흘러간다고 말하는데, 동으로 흐르는 물은 잠시도 이제는 편하게 쉴 틈이 없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내 마음 밤낮으로 바다 서쪽 끝에 가 있다네’(奇友)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옥봉(玉峰) 백광훈(白光勳·1537-1582)으로 조선 중기의 시인이다. 과거를 포기하게 된 구체적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한미한 가문과 당대의 정치적 상황에서 연유한 것이 아닌 가 보다. 관서별곡의 작가 백광홍을 비롯해서 광안·광성 등 한 집안 4형제가 모두가 문장으로 당대의 칭송을 받았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모든 강물은 동으로만 흘러간다고 말하는데 / 동으로 흐르는 물은 잠시도 쉴 틈이 없구나 // (강물이 흐른 것처럼) 나는 끊임없이 그대를 그리워하며 / 내 마음 밤낮으로 바다 서쪽 끝에 가 있다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기이하고 특별한 벗]으로 번역된다. 김정호에 의해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1861)가 만들어진 것은 이 시보다 300여년이나 후에 이룩된 일이다. 동쪽으로 높은 산이 많아 모든 물은 동해로 흐른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여류시인 금원의 작품 [관해]의 시적인 성격과 흐름이 유사하다.

시인은 산줄기 타고 내리는 물이 동쪽으로 흐른다는 확신 하에 이 글을 썼을 것이다. 당시 사회적인 인식이 다 그랬기 때문이다. 모든 강물이 동쪽을 향한 산에서 발원해 동으로만 흘러가는데, 동으로만 흐르는 물이 쉴 틈이 없다고 했다. 낙동강, 섬진강, 두만강이 남해로 흐는 것 외에는 한강을 비롯한 대체적인 강이 서쪽으로 흐른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화자는 후정의 물은 비록 동으로 흐르고는 있지만 마음만은 반대인 바다 서쪽에서 기다리겠다는 시상을 만들어 보이고 있어 보인다. 강물이 쉼 없이 흐르는 것처럼 끊임없이 그대 그리워하면서 내 마음 밤낮으로 바다 서쪽 끝으로 가 있다고 했다. 왜 서쪽 끝인가라는 의문점은 풀리지 않는다.

※한자와 어구

江水: 강물, 東流: 동으로 흐르다. 去: 가다. 無歇時: 쉴 때가 없다. 쉼 없이 흐른다. // 綿綿: 면면히, 끊임없이. 憶君: 그대를 사모하다. 그대를 그리워하다. 思: 생각하다. 생각하겠다. 日夜: 밤과 낮으로. 언제나. 쉼없이. 海西: 바다 서쪽. 涯: 물가. 혹은 바닷가.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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