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9일(화요일)
홈 >> 특집 > 장희구박사 번안시조

윗저고리가 때로 들려 흰 살결을 드러내는구나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43)

  • 입력날짜 : 2019. 10.29. 18:42
杵女(저녀)
월봉 유영길

절구질 오르락내리락 곱다란 겨드랑에
윗저고리 때로 들려 흰 살결 보이는데
불사약 찧던 탓이라 절구질도 그만이군.
玉杵高低弱臂輕 羅衫時擧雪膚呈
옥저고저약비경 라삼시거설부정
蟾宮慣搗長生藥 謫下人間手法成
섬궁관도장생약 적하인간수법성

부드러운 여자 손을 ‘섬섬옥수’라 했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솜씨로 바느질하는 솜씨는 천사라는 칭호를 붙이는데 부족함이 없다. 아름다운 그 손으로 절구질하는 손이며, 맵시는 더욱 아름다웠다. 절구가 하늘 향하는 동안에 겨드랑이 보일 듯 말 듯 흰 살결은 이웃집 총각이 몰래 훔쳐보면서 침을 삼키는 모습도 장관이었다. ‘정녕 월궁에서 불사약을 많이 찧었던 탓이리라, 그래서 인간 세상 절구질 수법이 그저 그만’이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윗저고리 때로 들려 흰 살결을 드러내는구나’(杵女)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월봉(月蓬) 유영길(柳永吉·1538-1601)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부수찬, 병조좌랑 등을 거쳐 1565년 평안도 도사가 됐으나 권신 이량에게 아부했다는 탄핵을 받아 이듬해 파직됐다. 1589년(선조 22) 강원도관찰사, 승문원제조를 지냈고 1593년 도총관, 한성부우윤을 지냈던 인물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오르락내리락 절구 찧는 저 고운 팔목 / 윗저고리 때로 들려 흰 살결 드러내는구나 // 정녕 월궁에서 불사약을 많이 찧었던 탓일지니 // 인간 세상 절구질도 수법이 그저 그만일세 그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절구질하는 여인네 솜씨]로 번역된다. 여인의 절구질은 식솔들의 안위와 주식을 준비하기 위한 전 단계다. 다른 해석은 절구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어머니에게 당했던 시집살이 분풀이를 절구를 통해 토로하기도 한단다. 절구를 들었다 통에 찧은 과정에서 저고리 사이를 뚫고 보이는 하얀 살결은 남정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던 모양이다.

시인은 절구 찧는 여인의 고운 팔목을 보면서 저고리 틈새로 보이는 흰 살결이란 시상을 끌어안았다. 오르락내리락 절구 찧는 저 고운 팔목이란 시적인 상관자를 보면서 윗저고리가 때로 들려서 흰 살결을 드러낸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작은 시상을 큰 시심이란 그릇에 담아냈다.

화자의 후정은 더 높고 큰 곳을 향하여 커다란 날개로 하늘을 휘저을 태세까지 갖춘다. 달나라 궁궐에서 아마도 불사약을 많이 찧었던 탓일는지 인간 세상 절구질도 그 수법이 그저 그만하다고 했다. 절구 찧는 여인이란 시적 이미지가 월궁에서 불사약을 찧었던 풍부한 경험을 인간 세상에도 같이 재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한자와 어구

玉杵: 옥 절구, 곧 ‘절구’. 高低: 오르고 내리다. 弱臂輕: 연약한 팔목. 고운 팔목. 羅衫: 윗저고리. 時擧: 때로는 들리다. 雪膚呈: 흰 살결을 드러내다. // 蟾宮: 월궁. 慣搗: 관습적으로 찧다. 長生藥: 불사약. 謫下: 귀양으로 내려오다. 귀양살이하다. 人間: 인간 세상. 手法成: 수법을 이루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