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9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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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독립 꿈꾸다]<11>뉴욕 맥널리 잭슨 (Mcnally Jackson)
서점·카페·출판을 한 곳에…문학 다루는 가장 뉴욕스러운 서점

  • 입력날짜 : 2019. 11.07. 18:11
사회적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특색을 갖춘 독자적인 운영으로 독립서점 성공 모델로 꼽히는 맥널리 잭슨 내부 모습.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출판 분야가 특히 발달한 곳은 뉴욕이다. 특히 ‘독립서점’이라는 문화가 태동하고 급속도로 발전해 온 곳도 바로 뉴욕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독립서점을 연다고 해서 무조건 승승장구 하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 4천여곳의 독립서점이 문을 닫았고(미국서적상협회 집계 기준), 현재는 살아남은 몇 곳의 독립서점만이 명맥을 이어오며 성업 중이다. 최근 10여년 새 한국도 서울을 중심으로 독립서점 창업 붐이 일어나고 전국 곳곳 지역에 독립서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가, 쇠퇴의 길을 걷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이처럼 독립서점 비즈니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뉴욕의 독립서점 맥널리 잭슨(Mcnally Jackson)은 성공 사례로 꼽힌다.

맥널리 잭슨이 문을 연 2004년만 해도 1천여곳의 독립서점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맥널리 잭슨은 이같은 사회적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특색을 갖춘 독자적 운영으로 현재까지 성공한 독립서점 운영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뉴욕스러운 서점으로도 알려져 있다. 서점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카페를 운영하고, 뉴요커들의 관심사를 시의성 있게 다루는 각종 프로그램들을 마련하며, 원한다면 누구나 개인의 콘텐츠를 출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다.
맥널리 잭슨 외부 전경(사진 위)과 서점 내부 카페 모습.

뉴욕 맨해튼 소호(SOHO)의 ‘노리타’(NoLita·North of Little Italy)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맥널리 잭슨에 들어서니 커피 향기가 먼저 반겨줬다.

서점 내부 작은 공간에서 카페를 운영하지만 이곳은 사람들로 붐볐다. 알고 보니 이곳에서 판매되는 커피는 뉴욕을 대표하는 3대 커피 브랜드 중 ‘스텀프타운’(Stumptown) 커피를 취급하고 있어서라고 한다. 빵과 디저트를 커피와 함께 즐기며 책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지상 1층, 지하 1층의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지상에는 최근 트렌드를 담은 책(당시엔 뉴욕에 성 소수자 인권을 위한 스톤월 항쟁이 진행중이어서 ‘프라이드’(PRIDE·퀴어 운동) 관련 책들이 전시돼 있었다)들이 넓은 매대에 펼쳐져 있었으며, 지하에는 어린이책, 종교, 게임, 경제 경영 등 주로 실용서들을 다루고 있었다. 지상과 지하를 잇는 계단 벽면에는 ‘베스트셀러 서가’를 마련해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맥널리 잭슨의 특징은 ‘문학’을 주로 다룬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 각국의 문학을 책장 가득 채웠다.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유럽 등 대륙별로 분류하기도 하고 아일랜드, 스페인, 대만, 러시아, 한국 등 국가별로 문학을 정리해 선보인다.

무엇보다도 맥널리 잭슨이 가장 입소문을 탄 것은 아마도 ‘에스프레소 책 머신’ 덕분일 것이다.

주문자에 맞게 한 번에 하나의 책을 빠르게 만든다는 뜻에서 이름붙여진 ‘에스프레소 책 머신’은 2011년 서점 내에 비치돼 효자기계로 자리잡았다. 사람들이 자신의 저작물을 출판해서 독립출판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2017년 상반기까지 이 기계를 통해 7만2천여권의 책이 생산됐다.

이 기계를 통해 맥널리 잭슨은 개개인의 개성을 담은, 작고 얇은 독립출판물인 ‘챕북’(chap)을 만들어 판매하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취재차 방문했을 때 에스프레소 책 머신은 더 이상 맥널리 잭슨에 존재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계를 개인 프린터 용도로 사용했고, 출판물을 자기 집으로 가져가버리는 등 본래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용됐기 때문이다. 맥널리 잭슨에서 기계를 유지·보수하는 비용이 독립출판을 지원하는 정도를 넘어섰고, 이 기계는 마침내 사라지게 되는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아직 맥널리 잭슨은 다양한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서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하층에서는 북클럽의 이벤트가 상시적으로 열리고, 서점 대표인 사라 맥널리(Sarah Mcnally)가 직접 운영하는 해외 문학 북클럽이 한 달에 한 번씩 열린다. 또한 스페인어 클럽, 잡지 창간 파티,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이밖에 문학·출판 분야의 전문가들 이외에도 음반 제작자, 신진 작가들의 사인회나 독자와의 대화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매일 일어나고 있다.


“누구나 다시 오고 싶은 공간 만들어야”

맥널리 잭슨 직원 로저 판타노

“독립서점의 운영은 사실상 책 판매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사람들이 자꾸 다시 오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단 얘기죠. 사람들이 오고 싶은 장소가 되면, 책 판매는 나중에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맥널리 잭슨에서 7년여간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로저 판타노(Roger Pantano)씨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로저 판타노는 서점이 성공리에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시각보다는 장기적으로 서점이 지역사회에서 사람들이 찾고 싶은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선, 작가 초청 이벤트나 체험·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해 즐거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충성고객을 만드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는 “독립서점에 사람이 모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 제공의 장으로서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답은 간단해요. 광고나 입소문, 우연한 방문 등 어떤 방법으로든 사람들이 첫 방문을 했을 때 다시 방문하게 할 정도의 좋은 경험을 선사해주면 돼요. 우연한 방문의 경우도 계속해서 서점 외부 디스플레이를 바꾼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누구든 우선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출판회, 강연회, 상영회, 낭독회 등 다양한 이벤트도 그 일환이고요. 매번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서 다음번 방문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맥널리 잭슨이 주력해 운영 중인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예상외로 매번 사람이 많지는 않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참여자 수는 매회 프로그램마다 상당히 유동적입니다. 통상 주 2-4회 이벤트가 열리며, 시작되기 전까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전혀 예상할 수 없죠. 책방이 아주 꽉 차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엔 두세 명밖에 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고르고, 그렇지 않은 주제라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잘 홍보하고 운영해야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가까운 미래에 맥널리 잭슨의 운영·발전 계획에 대해서도 말했다.

“현재 맥널리 잭슨은 뉴욕에 3개의 지점이 운영 중입니다. 이후 다운타운(금융가)에 한 지점을, 최근 문을 연 허드슨 야드의 복합문화공간인 셰드(Shed)에 한 지점을 추가로 열 생각입니다. 중요한건 각 지점마다 인구 특성이 있는데, 그것에 맞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책 큐레이션과 이벤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죠. 서점도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제작하는 방식) 시대입니다. 예를 들어, 허드슨 야드 공원 옆 지점에서는 공원에서 읽기 좋은 책들을 비치한다든가 하는 것이죠.”

/정겨울 기자


뉴욕=정겨울 기자         뉴욕=정겨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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