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4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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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국가가 변하고 있다
조영환
수필가

  • 입력날짜 : 2019. 12.04. 20:14
요즘을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100세를 다른 말로 상수라고 한다. ‘성경’에서 나오지만 인간이 연계로부터 부여받은 수명은 120세다. 이를 천수(天壽)라고 한다. 하늘에서 정해놓은 수명이 120세인데 천수를 누리며 살지 못하고 뭐가 바쁘다고 50세도 안 돼 저세상으로 가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잘 경영하면 수명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누릴 수 있다.

옛날 첨단 의약, 의술이 없는 시대에 노자는 ‘도덕경’에서 정치를 하거나 사업을 하거나 무엇을 하더라도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강조했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인위적이고 가공, 조작, 기술 등을 가해 자연스럽지 못한 정치나 사업을 하면 무리가 따르고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道)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는 의미다.

즉 사람이 추구하는 길은 다 자연을 의지해서 길이 뚫리게 된다는 것이다. 길이 뚫리는 것이 도통(道通)이고 소통(疏通)이라 했다. 이를 의학적으로 해석하면 참의료는 의약품 투약보다 이치에 맞고 자연스러워야 하다는 것이 요점이었다. 병을 달래야 내가 산다는 티베트 격언도 있다. 심신(心身)의 병을 적으로 여기거나 미워하지 말라는 뜻일 게다. 하지만 경중을 떠나 일단 병이 몸에 찾아오면 자꾸 힘들어지고 두려워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단순한 감기라도 일주일을 넘기면 혹시나 하는 걱정으로 ‘병을 달래며 살아가라’는 말은 결국 병을 대하는 마음 자세에 관한 주문인 것이다.

자연환경과 자연식이 최고 장수비결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세계적인 장수지역 하면 일본의 오키나와나 파키스탄의 훈자(고산 청정지역) 같은 곳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실망스러운 뉴스를 전하자면, 세계은행 발표 기준 세계 1위 장수 지역은 홍콩이다. 사실 이런 통계는 조사기관별로 차이가 좀 있긴 한데, 홍콩이 모든 통계에서 수위권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없다. 홍콩이 2016년부터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이런 뉴스에 호들갑을 떠는 언론이 조용한 편이다. 아마도 홍콩이 그간 우리가 장수 비결이라 믿어왔던 좋은 공기, 신선한 채소나 물, 달고 짜거나 기름기 적은 음식과는 아예 거리가 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홍콩의 배후에는 중국 최대 공업도시 선전이 있다. 낮은 산이 가로막혀 있지만, 선전의 대기오염은 홍콩의 대기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홍콩 사람들은 모두 엄청나게 단 디저트에 열광하고, 식물성 기름만 섭취하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한국 사람들과 달리 돼지기름인 요리나 간식거리까지 광범위하게 섭취한다.

장수 비결이란 대부분 특정 시기의 결과를 놓고 끼워 맞춘 흔적이 강하다. 그다지 과학적이지 않은 조작 혐의도 짙다. 전자가 오키나와라면, 후자의 대표는 파키스탄 훈자 지역이다. 훈자는 요즘도 일부 언론에 평균수명이 120세이고, 90세에 아이를 가지는 지역으로 소개된다.

훈자는 영국 식민지 시절에도 통제 불능이라 선언했던 파키스탄 서북변경구 북쪽에 있는 지역이다. 서쪽에 무법지대의 대명사 서북변경구, 북쪽은 중국 국경, 동쪽에는 그 시끄러운 카슈미르가 있다.

이 일대에 근대적 의미의 인구조사가 제대로 실시된 건 파키스탄 건국 후의 일이다. 이 지역의 노인들은 출생신고 기록이 없다.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어떤 신비가 존재할 것이라 믿는 방문객과 그런 욕구를 이용하려는 지역사회가 장수에 대한 과장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훈자와 거의 똑같은 식습관과 자연환경을 가진 인도의 라다크 지역에서는 이곳이 장수 지역이라는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한다. 최근 장수 지역이라는 곳들을 보면 대부분 먹고살 만한 나라들이다. 거의 모든 장수 국가 통계에 등장하는 나라들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뛰어난 자연환경과 자연식 같은 게 아니다. 우리 상식과 달리 질 높은 복지정책, 그리고 국가가 관리하는 건강보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때 유제품 광고에 등장하며 대표적인 장수 국가로 알려졌던 불가리아의 평균수명도 실은 중하위권에 불과하다.

홍콩의 경우 2000년부터 시작된 노인 생활수당과 무료 진료권을 장수 비결로 꼽는다. 홍콩은 노인에게 매월 일정한 생활수당을 지급하고, 저소득층 노인에게는 무상의료를 제공한다. 한국과 싱가포르도 의외의 장수 국가로 세계 3-5위권을 기록하고 있는데, 두 나라 역시 강력한 건강보험을 운용한다. 적어도 통계적 의미에서의 장수는, ‘나는 자연인이다’같은 자연환경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사회적 환경이 갖춰져야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초 고령화 시대가 도래 하는 지금, 의료 시장의 패러다임은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조기발견 및 예방을 통한 건강수명 유지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잘하고 있는 우리나라 건강 복지정책이 계속 향상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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