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7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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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박돈희
전남대 명예교수회 회장
㈜신재생에너지나눔지기 대표이사

  • 입력날짜 : 2019. 12.16. 19:21
지난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란 책을 써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았던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이 8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필자는 전남대학교에서 김우중 회장에게 명예철학박사를 수여하는데 관여한 적이 있다. 그때 대우그룹 수행팀과 김 회장님의 일정을 조정하는데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남대에서 명예박사를 수여하는 날의 일정이다. 오전 7시 광주 경총 조찬금요강연을 하고, 10시 시내 대우전자 그룹회의에 참석하고, 12시에는 전남대 관계자와 오찬을 함께 마치고, 오후 2시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여하여 학위를 받고 교직원에게 특강을 했다. 그 후 군산 대우공장으로 가신다고 하였다. 하루를 대강 2-3시간 간격으로 구분하여 시간 단위로 때로는 분 단위로 일정을 소화하시며 철인의 정신으로 삶을 살다 가신 세계경영인을 잃었다. 참으로 애통하다. 그러나 그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진리를 선물하고 떠났다.

김우중 회장은 빈손으로 우리나라 재벌순위 2위 까지 달성한 신화적인 경영의 달인이었다. 그분의 사업영역은 한반도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지구촌 곳곳이었다. 잠은 주로 비행기 안에서 자며 호텔비를 절약하였다고 한다. 어릴 적에는 신문을 배달하면서 생활비를 보탰다고 한다. 그는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 서울의 유명고와 명문대학을 졸업하였다. 60년대 봉제 사업을 시작하여 서울역 앞에 그 시절 서울에서 가장 높은 대우빌딩을 세웠다. 70-80년대 당시 우리나라는 수출에 주력하며 경제부흥에 고심하던 때였다. 11월말 수출의 날에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이 영광의 4억불 수출 탑을 수상 받은 기억이 새롭다. 한국 경제 부흥의 가운데 우뚝 서서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다. 일 년에 서울 남산만한 수출 상품 물량을 배로 전 세계에 날랐다고 하니 당시로서는 한국은 어마어마한 사업을 한 것이며 세계인은 그것을 한강의 기적을 낳았다고 하였다.

김우중 회장은 서방세계가 꺼려하는 적성 국가들과도 사업을 성사시켰다. 한 예로 미국이 가장 적대시 했던 리비아에 국제규격의 비행장건설을 시작한 이야기도 있다. 그때 공항건설책임자는 비밀리에 공항을 설계하는 것이라 다른 선진국에 자료를 요청할 수가 없어 어릴 적에 보았던 만화책을 수집하여 기초설계를 하였다고 하니 그들에게는 두려움이 없었었던 것 같다. 그러한 정신은 김우중 회장이 우리민족 정신 속에 있는 끼를 발굴하는 창의력을 발휘한 것이라 본다. 대단한 통찰력이다. 고구려 사람들은 만주 벌판을 마음껏 달리던 호연지기가 있어 중국 사람들도 두려워했다고 한다. 김우중 회장은 동구권 특히 폴란드에도 많은 투자를 하였다. 그들도 김 회장의 별세소식에 많은 애석함을 가질 것이다.

필자도 현직 교수시절 여러 가지일로 비교적 많은 나라들을 다녀보았다. 그중 대우그룹과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하나는 1994년 4월 태평양 동아시아 공학교육협의회 회의참석차 파푸아뉴기니아를 방문하였을 때의 일이다. 그 때 회의에 참석한 베트남 호치민시 한 공대학장이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을 최고의 영웅이라고 찬사를 한 바 있다. 그때 대우전자는 베트남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지역대학에도 많은 시설투자를 하였다. 그것이 베트남의 발전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회의에서 그런 찬사를 받으니 뿌듯하였다. 또 하나는 1997년 11월 세계유용식물학회가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열렸을 때이다. 그때는 비행기를 김포에서 타고 미국에서 하루 묵은 뒤 브라질을 경유하여 아르헨티나 국제공항에 도착해야 하는 여행일정이었다. 1박 2일의 여행 피로가 겹쳐 매우 지쳐있었다. 국내사정은 FTA 외환위기를 맞아 모든 것이 조마조마 할 때였다. 그런데 지구 반대쪽 멀고먼 나라 국제공항 울타리에 초대형 대우그룹 간판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여행객의 지친 몸이었지만 그 간판이 한없이 반갑고 기뻤다. 김 회장은 밤잠을 자지 않고 세계 곳곳에 우리의 자긍심을 심는 일을 실행한 분이다. 그가 1999년 말 해외로 나간 이후 세계유명 경영지 포춘지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나는 결코 부패를 꿈꿔본 적이 없습니다. 나의 가장 큰 실수는 야심이 너무 컸다는 것입니다. 자동차 부문에서 과욕을 부린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남들이 15년 만에 한 것을 5년 동안에 이루려고 했습니다.” 사람마다 과오가 있을 것이며 대우와 김우중 회장에 대한 평가는 역사의 과제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도전하였다.

세계적 경영의 달인 김우중 회장님을 떠나보낸다. 저 세상에서 편히 영면하시길 바란다. 이제 그분이 펼치고자 했던 꿈은 우리들의 몫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중심이며 그야말로 세상은 넓고 한국인의 할 일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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