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3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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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온통 천지가 모두 참된 경지만 보이니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350)

  • 입력날짜 : 2020. 01.07. 18:53
晧首吟(호수음)
여헌 장현광

백발이 이리 되어 어린아이 마음이고
이제야 사람들 깊은 마음 알겠는데
눈에는 참된 경지에 어찌 외물 범하리.
皓首猶存赤子心 此時方會一源深
호수유존적자심 차시방회일원심
眼中天地都眞境 外誘何從得我侵
안중천지도진경 외유하종득아침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란 말을 듣는다. 사람은 70을 사는 일은 매우 드물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지 40을 넘기면 희끗희끗 흰머리가 난다. 귀밑머리라고 했다. 귀밑에 새치가 나고 하나씩 둘씩 뽑다보면 어느 순간에 검은 머리가 차츰 흰머리로 변해버린다. 50을 넘기고 60을 넘기면 온통 흰머리다. ‘백발이 다 돼도 어린 아이 마음은 그대로 이고, 이제야말로 사람 마음 근원이 깊음을 늦게나마 알겠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눈에는 온통 천지가 모두 참된 경지만 보이니’(晧首吟)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1554-1637)으로 조선 중기의 철학자다. 1567년부터 장순에게 학문을 배웠고, 1571년(선조 4) ‘우주요괄첩’을 지어 대학자로서의 면모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황의 학맥이자 영남학파였고. 이황과 조식의 문인이던 처숙인 정구를 통해 퇴계와 남명 학통을 사숙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백발이 다 되어도 어린 아이 마음은 그대로 이고 / 이제야 사람 마음 근원이 깊음을 알겠네 // 눈에는 온통 천지가 모두 참된 경지만 보이니 / 외물(外物)이 어디로 내 마음을 침범하리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백발을 노래하며]로 번역된다. 다음과 같은 시상 속에서 자신의 늙어 감을 한탄하는 경우가 많다. ‘금년에 핀 꽃은 작년과 다름없이 아름다움을 토하는데, 금년에 거울을 보니 내 모습은 작년의 그 얼굴이 아니구나’라는 시상이다. 꽃에 비유한 내 늙음을 한탄하고 있음이다. 마음만은 ‘청춘!’이라면서 어렸을 때 생각은 그대로인데 기억력은 가물가물하고 몸은 늙어감을 한탄한단다.


시인도 아마 그랬던 모양이다. 백발이 다 돼도 어린 아이 마음은 그대로 인데, 이제야 사람이 되는 듯이 그 근원의 깊음을 알겠다고 했다. 젊었을 때 미처 깨닫지 못한 시인의 경지를 파헤치는 수가 있고, 젊었을 때 알지 못한 철학의 경지! 죽음의 경지까지도 터득하는 수가 있음을 기억할 일이다.

화자는 대철학자답게 참된 마음의 경지를 스스로 발견하면서 ‘아차!’ 하는 자기 모습을 본다. 늙어가는 눈에는 이제야 천지가 모두 참된 경지로만 보이고 있으니 외물이 그 어디로 내 마음을 침범할 수 있으리라는 깊은 소회를 담아내고 있다. 욕심과 재물 등 인간의 속성들을 외물이라고 말한다는 것을 알고 나면 더욱 그럴 것이라 보인다.

※한자와 어구

皓首: 백발. 猶存: 오히려 있다. 赤子心: 어린 아이의 마음. 此時: 이때에. 方會: 바야흐로. 알다. 一源深: 한 마음의 깊음. // 眼中: 안중에. 天地: 천지. 都眞境: 모두가 참다운 경지. 外誘: 외물에 꾀다. 그냥 외물. 何從: 어찌 따르리오. 得我侵: 나를 침범하다. 내 마음을 침범하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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