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7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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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연기가 얼어붙은 나무서 피어날 즈음에는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58)

  • 입력날짜 : 2020. 03.03. 19:44
途中(도중)
신곡 윤계
해 저물어 삭풍일고 길가기 어렵구려
흰 연기 얼어붙어 나무 가지 피어나고
산 속의 주막 설경이 눈 속에서 보이네.
日暮朔風起 天寒行路難
일모삭풍기 천한행로난
白烟生凍樹 山店雪中看
백연생동수 산점설중간

‘도중’을 시제로 썼던 시가 꾀나 많이 있다. 막혔던 시상도 길을 걷다 보면 불쑥 그려지는 밑그림이 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와 한조각 구름을 보면서 떠올리는 시상을 구름이 눈물을 흘린다고 할 수도 있고, 해가 대변을 보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구름이 설사를 하는 모습으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시는 시인의 마음 속 그림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밤이 되니 삭풍이 일어나고, 날이 갑자기 추워 길 가기가 어렵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흰 연기가 얼어붙은 나무에서 피어날 즈음엔’(途中)으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신곡(薪谷) 윤계(尹棨·1583-1636)로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의병장이다. 1627년 정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하고 승문원권지부정자를 거쳐 전적, 홍문관교리를 지냈다. 이후 이조좌랑과 남양부사를 지냈다. 인조 어가가 남한산성으로 피난가자 의병을 모집하다 청나라군대에 잡혀 죽었다. 시호는 충간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밤 되니 삭풍이 일어나고 / 날이 갑자기 추워 길 가기 어렵네 // 흰 연기 얼어붙은 나무에서 피어날 즈음에는 / 산 속 주막집이 눈 속에서 아련하게 보이니 반갑구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길을 가다가 시심이 일어]로 번역된다. 우리 선현들의 시상을 보면 대체적으로 우연한 기회에 시상을 떠올리게 된다. 갑작스런 시심의 발동인 것이다. 그래서 길 가는 ‘도중’이랄지, 우연히 읊은 ‘우음’이랄지 시제를 붙이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이렇게 시제 붙이는 경우는 시적인 상관물은 눈에 보이는 자연물이 대종을 이룬다.


시인은 어느 날 해가 저물어 가고 있는데 길을 걸었던 모양이다. 온기가 돌던 낮이 가고 밤이 되니 삭풍이 불어 추위를 느끼는 순간에 시심을 우려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밤이 되니 삭풍이 일어나고, 날이 갑자기 추워 길 걷기가 어렵다고 했다. 지금과 같이 인가가 많은 곳이 있었다면 다행이었겠지만 으슥한 산길 추위와 두려움은 더했겠다.


화자는 이러한 때에 반가운 장면을 만난다. 흰 연기가 얼어붙은 나무에서 피어나 모락모락 올라올 즈음에, 산 속의 주막집이 눈 속에서 아련하게 보이니 반가웠다는 시상을 일구었다. 오언절구의 특성상 시상의 주머니에 후정을 듬뿍 담아내기가 많이 어려웠던지 경구보다 정구가 부족하단 느낌을 받는다.

※한자와 어구

日暮: 해가 저물다. 朔風起: (해가 저물자) 삭풍이 일어나다. 天寒: 하늘이(날씨가) 차다. 行路難: 길 가기가 어렵다. // 白烟: 흰 연기. 生: 생기다. 凍樹: 얼어붙은 나무. 잎이 없이 앙상한 나무. 山店: 산 속의 외딴 주막집. 雪中看: 눈 가운데서 보다. 눈 속에서 살펴보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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