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7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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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높아 뜨는 달이 여기보다 더 늦은가 보다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59)

  • 입력날짜 : 2020. 03.10. 18:04
相應(상응)
능운

가실 때 달이 뜨면 오신다 하더니만
달 올라 그리운 임 오시지 아니하네
우리 임 아마 먼 곳에 산이 높아 늦겠지.
郞去月出來 月出郞不來
낭거월출내 월출낭불래
相應君在處 山高月出遲
상응군재처 산고월출지

흔히 상응(相應)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로 뜻이 맞거나 상대의 뜻에 맞춰 본인이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겠다. 상대의 뜻을 잘 알아듣고 내 뜻과 적절히 잘 맞았을 때 호응관계가 높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시의 흐름으로 보아 시인의 의도와 과거에 임과의 약속은 서로 잘 맞지 않았음을 내비치는 시상을 만난다. ‘임 가실 제 저 달이 뜨면 다시 오신다더니, 달은 이미 떠도 그 임은 왜 안 오시는 것일까’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산이 높아서 뜨는 달이 여기보다 더 늦은가 보다’(相應)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능운(凌雲)인 여류시인으로 생몰연대를 비롯해 조선 후기의 기녀로만 알려질 뿐 다른 기록은 없다. ‘대랑’(對郞)·‘대월’(對月) 등의 작품이 정보자료에 떠있는 것을 보면 당대에 내로라 하는 인사들과 교유가 깊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오언시와 칠언시를 자유자재로 썼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임 가실 제 저 달이 뜨면 오신다더니 / 달은 이미 떠도 임은 왜 안 오시는 것일까 //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마도 임이 계신 곳은 / 산이 높아서 뜨는 달이 여기보다 더 늦은가 보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가만히 생각해 보니 / 서로 호응하여만]으로 번역된다. 흔히 코드가 맞아야 한다는 말을 한다. 상대의 의도한 방향을 맞춰 바르게 처신하면 두 사람의 뜻은 맞는다. 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우리는 이런 경험을 많이 한다. 그 사람을 신뢰하는 것도 다 이런 상관관계 혹은 인과 관계에서 비롯됨을 안다.


시인은 임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면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임을 오실 기척이 보이지 않는다. ‘임이 떠나가실 때 달이 뜨면 다시 오신다더니, 오늘 밤은 이렇게 달이 떠도 임은 왜 안 오실까’라고 반문한다. 상대에게 굳이 대답을 바라는 질문은 아니겠다. 혼자 중얼거리는 태도를 보이는 은근한 시상이다.

화자는 잠시 자기 생각에 젖어 다른 생각을 해 보인다. 그리고 자위적인 생각에 몰입하는 시상을 만지작거리면서 꺼내든다. 생각해 보니 아마도 임 계신 곳은 산이 높아 뜨는 달이 여기보다 늦은 것이란 시상이다. 임이 떠났다면 상당히 먼 거리였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거리관계와는 별개문제다. 달을 기준으로 한 시인의 시상은 산에 가려 달이 늦게 뜬다는 이에 대한 시적인 관계일 뿐이리라.

※한자와 어구

郞去: 임이 가다. 여기서는 ‘임이 가실 때’. 月出來: 달이 뜨면 오다. 月出: 달이 뜨다. 郞不來: 임은 오시지 않는다. // 相應: 가만히 생각하다. 임의 입장에서 ‘응대해 생각하다’. 君在處: 임(그대)이 있는 곳에는. 山高: 산이 높다. 月出遲: 달이 더디게 뜨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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