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7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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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아직까지 복숭아꽃이 피지 않은 까닭은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370)

  • 입력날짜 : 2020. 05.26. 19:35
絶景(절경)
창해 허격

강물은 숲을 돌아 맑게도 흘러가고
사면의 높은 산은 옥층을 깎은 듯도
복숭아 피지 않음을 찾아낼까 두렵네.
長江一臺繞樹澄 四面群山削玉層
장강일대요수징 사면군산삭옥층
臨江不種桃花樹 恐引漁郞人武陵
임강부종도화수 공인어랑인무능

한국화 한 점은 진경(眞景)이 참 많아 관심을 끈다. 어디나 아름답고 어느 쪽이나 포근한 느낌을 주는 산수의 진경을 그린 겸재 정선은 선비나 직업 화가를 막론하고 크게 영향을 줘 이른바 ‘겸재파 화법’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실경 산수화의 흐름이 19세기 초반까지 계속해 이어졌다. 우리네 농촌과 산수의 진경은 가히 한국적이겠다. ‘강물은 숲을 돌고 돌아 맑게도 흐르고 있고, 사면의 산들은 옥을 깎은 듯이 아름답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강가에 아직까지 복숭아꽃이 피지 않은 까닭은’(絶景)으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창해(滄海) 허격(許格·1607-1691)으로 조선 중기의 처사다. 연산군 때 우의정을 지낸 문정공 허침의 5대손이다. 정묘호란 때 후금과 강화를 맺은 일에 비분강개하며 산 속에서 은거했다.한때 과거에 급제했으나 관직에 오르지는 못했다. 이후 이조참의에 추증됐던 인물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강물은 숲을 돌고 돌아 맑게도 흐르고 있고 / 사면의 산들은 옥 깎은 듯 아름답네 // 강가엔 아직까지도 복숭아꽃이 피지 않은 까닭은 / 행여나 어부가 찾아올까 두려워해서 그런 것이겠지]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로 번역된다. 시인의 아호가 창해(滄海)이듯이 산이나 바다의 절경을 보고나서 꿈틀거리는 시심을 다 억제하지는 못했을 것임을 알게 한다. 절경이 어디 눈에 보이는 자연에만 있을 수 있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보면서도, 아리따운 여인의 미소를 보면서도 발동되는 시심은 천지를 뒤흔들었을 것은 분명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인은 자연이 온통 봄이 돌아왔다고 어수선함을 떨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 강물은 숲을 외돌아서 맑게도 흐르고 있고 사면의 산들은 옥을 깎은 듯 곱고도 아름답기만 하다는 시상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온 산이 봄비 한 줌을 맞고 목욕하는 듯이 곱기가 그지없다는 시상을 만지고 있음이 상상된다.


화자의 의문점 하나는 머릿속에 가시지 않는다. 봄이 돌아왔지만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복숭아꽃의 태도가 딴으로는 궁금했으렷다. 강가에 복숭아꽃이 아직도 꽃을 피우지 않는 그러한 까닭을 은근슬쩍 자문(自問)해 보이더니만 자답(自答)해 보인다. [어부가 찾아올까 두려워해서 그러겠지]라고 했다. 어부는 고기도 잡고 꽃도 꺾을 것이라고 했다.

※한자와 어구

長江: 긴 강. 一臺: 한 대. 繞樹澄: 나무를 돌고 돌아 맑게 흐르다. 四面: 사면. 群山: 모든 산. 削玉層: 옥돌 층을 깎다. // 臨江: 강에 임하다. 不種: 피지 않다. 桃花樹: 복숭아꽃. 恐: 두려워하다. 引漁郞人: 어부가 찾아오다. 武陵: 무릉도원. /시조시인·문학평론 가 ㈔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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