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8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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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가 희망이다
임우진
민선 6기 광주 서구청장

  • 입력날짜 : 2020. 06.28. 17:56
민선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도 25년이 됐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는 아직도 성숙되지 못한 지방자치의 모습들을 쉽게 보곤 한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본다.

#요즘 지자체들은 ‘주민이 주인’이라는 구호를 게첨하고 강조하고 있다. ‘주민을 주인으로 잘 모시겠다’는 의미와 ‘주인 역할을 해 달라’는 뜻이 내포돼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인들의 대표인 주민 지도자들은 마을봉사나 자치활동과정에 동장 등 공무원의 의중과 눈치를 매우 조심스럽게 살핀다. 공무원의 도움 없이는 봉사도 자치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주민이 진정 주인 역할하고 대접도 받는 시대는 언제쯤 올 것인가?

#몇 년 전 광주의 한 구청에서 의회의 예산심의 과정에 예산일부를 삭감했다고 집행부 공무원이 의원에게 항의하면서 시작된 구의원과 공무원의 갈등이 공무원노조와 의원의 싸움으로 확대됐고, 결국 그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했다. 의원이 주민대표로서 직무를 수행하다가 감사받는 공무원에게 시달려 쫓겨났음에도 즉, 지방자치의 근간이 무너졌음에도 의회, 단체장은 물론 그 의원을 뽑은 주민, 지역 언론 등은 아무 말 없이 넘어갔다. 과연 그렇게 그냥 넘어 갈 일이었던가?

#작년 경북 예천군에서는 군 의원들의 해외 연수과정의 추태로 국제적 망신을 산 것에 대해 군민들은 ‘우리가 의원을 잘 못 뽑았다’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잘못 뽑은 잘못을 속죄하는 차원에서 108배와 거리행진 등을 하면서 전체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 관련의원 2명을 제명시켰다. 우리 지역에서도 거의 매년 의원연수관련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우리 지역의 선거는 정당 중심의 ‘싹쓸이’ 선거다. 국회의원선거는 국회에서 국정중요안건에 대한 표 대결이 많고, 정부 상대로 해결할 과제가 많기 때문에 정당본위 투표도 일면의 타당성은 있으나, 지방선거는 우리지역 살림할 사람을 뽑는데도 인물과 능력은 물론 이름도 모르고 소속정당만 보고 투표한다. 정당이 지역살림 책임지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런 ‘묻지마 투표’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지방자치현장의 몇 가지 문제 사례를 살펴봤다.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우리정치가 극단적 대결의 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많은 사회적 갈등이 전문성과 합리적 여론에 의해 조정되지 않고 대립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의 근저에는 주민들의 이기적 요구가 있거나, 단체장이나 의원의 이기적 행동을 주민이 비판 견제하지 못하는 경우 등 우리 의식수준의 문제가 내재돼 있다.

우리의 지자체가 주민의 삶을 충실하게 지원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자치운영을 위임받은 대리인 즉, 단체장, 의원, 공무원 등이 위임자인 주민의 뜻에 따라 제 역할을 다하고, 주민이 주인역할을 충실히 할 때 가능하다. 이 중 단체장 등 자치운영자들이 우리가 맡긴 지역살림을 제대로 하지 않을 때, 주민을 대신해서 감독 잘하라고 맡긴 의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을 때, 주인인 주민이 나서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의 발전은 결국 주민의 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 공동체 구성원이며 주체인 주민이 유념하고 실천해야 할 덕목으로는 법과 규정준수·상부상조·자율책임·감시비판 등 공동체 정신(주인정신·민주시민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동체 의식을 어떻게 배양하고 높여갈 것인가이다. 사람의 의식의 성장은 가정과 학교, 사회의 교육을 통해서 이뤄진다. 또한 사람의 변화는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 배우기도 한다. 유치원 때부터 배우고도 실천하지 않던 손씻기 등을 코로나 바이러스전염으로 많은 희생을 치르고서야 제대로 배우고 실천하게 된 것이 바로 그렇다. 그러나 지방자치 발전에 필요한 주인정신·공동체정신·민주시민정신의 배양은 공동체의 주인으로서 직접 공동체운영을 책임 맡아 일해 보면서 ‘공동체의 일이 곧 나의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그래서 주민자치는 자치의식과 역량을 배양하는 지름길인 것이다.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일컬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민자치를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잘못된 자치, 관치적 자치로는 주민지도자들에게 좌절감만 안기고, 자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형성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이유로 위로부터 변화의 계기를 만들기 어려운 우리 지역에서 주민자치는 지역사회변화의 유일한 희망으로 기대를 해 보면서 주민자치발전에 지역역량을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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