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1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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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의 '문화터치']언택트 시대 어디로 가야 하나
광주문화재단 빛고을시민문화관장

  • 입력날짜 : 2020. 07.30. 18:10
지구촌이 발칵 뒤집혔다. 이제는 다시 되돌아갈 수 없다. 코로나 이전은 추억거리가 되고 말았다. 땅도 알고 하늘도 알았던 것을 인간만이 애써 부인했었다. 그처럼 지구를 못되게 굴리고, 성장만을 추구하며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인간에게 내려진 형벌인 셈이다. 석학들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앞을 다퉈 말한다. 굳이 석학들이 아니어도 사려분별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가늠할 수 있지 않았을까.

광주에서의 수많은 문화예술 행사도 일시 정지되었다. 빛고을시민문화관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들이 어렵사리 꾸려낸 준비해온 대관공연들, 그리고 빛고을시민문화관이 자체적으로 추진한 기획공연들이 몽땅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우리 모두 29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아직 시기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현재의 안정된 상황이 유지되는 것을 지켜 본 뒤 8월3일 풀기로 광주시는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다시 대기상황에 들어가게 되었다.

반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마스크 생활은 익숙하지 않고 갑갑함이 크다. 이전의 일상이 그립다. 가만히 생각해본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꼭 불행하기만 할까 하고. 14세기 유럽에 흑사병이 돌았고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죽었다. 그리고 그 충격을 벗어나면서 르네상스를 열었고 근대를 이끌어냈다. 따지고 보면 그 때까진 유럽보다 아시아가 문명적으로 더 앞서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경제학자 홍기빈(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탈리아북부에선 15세기 공화국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체제가 나타났고 동시에 복식부기나 자본주의적 회계방식이라는 새로운 경제조직이 등장했다”고 말한다. 더불어 미술, 문학, 종교에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으며 문명 전체가 완전히 새롭게 변화했다고 덧붙인다. 유럽을 지금의 선진체제로 만든 출발점이 그 흑사병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지금 코로나가 그렇다. 지금은 불편해도 이를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세계 문명사를 몇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기로가 아닐까 싶다. 정말이다. 이미 우리는 전혀 새로운 방식을 요구받고 있고 그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가던 길을 계속 걸었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변화를 도모하려는 생각을 했다손 치더라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을 것이고 신속하게 대처하기가 힘들었다. 가던 길 끝에는 모르긴 해도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거품이 꺼져 패망이 기다리고 있었을 거 아닌가. 인간과 자연과 사회 모두가 좋은 삶의 기틀을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한다. 무한경제 성장이 아닌 가치 있는 삶을 뒷받침하는 경제체제로 만들어가는 담론과 운동을 펴나가야 한다.

그리고 문화예술, 그게 또 중요하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경제가 문제이지 그깟 문화예술이 뭐라고. 그런데 절대로 그럴 일이 아니다. 문화예술은 새로운 문명사를 열어가는 중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유럽의 흑사병 때도 그랬다. 흑사병을 훑고 지나간 처참한 유럽의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공공미술이 벌어졌고 그로 인해 르네상스라는 인간중심의 예술사조가 새롭게 태어났다. 그리고 문예부흥을 이끌었으며 새로운 문명사의 첨병으로 역할을 했다. 지금의 문화예술 활동도 마찬가지다. 힘든 가운데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예민하게 잡아낼 방향타가 문화예술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과 배려를 늦추지 않고 더욱 배려해야 할 이유다. 거리두기 2단계가 풀리는 대로 빛고을시민문화관은 그동안 연기된 공연과 행사에 더욱 박차를 가해 시민들의 코로나 블루를 해소하는데 힘쓰겠다. 코로나19로 인해 1주일 연기된 청소년 대상의 기술입은 문화예술교육 ‘청지수’프로젝트도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더욱 밀도 있게 준비하고 추진하겠다. 많은 청소년들의 참여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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