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6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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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마을과 아름다운 동행
박성수
미래남도연구원장·전남대 명예교수

  • 입력날짜 : 2020. 09.14. 18:13
지난 1월 광주전남연구원장 임기의 마지막 날, 고려인 마을 TV에 출연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년 남짓이 훌쩍 지났다. 그날 인터뷰의 인연으로 필자는 고려인 마을 고문에 홍보대사까지 맡는 영예를 안았기에 언제까지나 길이 기억되는 뜻 깊은 날이기도 하다.

얼마 전 산업통상자원부 사단법인인 한국산학협동연구원 산하 키우리봉사회 임원들이 한나절 동안 고려인 마을을 둘러보고 봉사하는 인연을 맺도록 한 적이 있다. 이날 고려인 마을을 다녀온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고려인 마을 돕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이를 보고 고문으로서 조그만 역할이나마 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해 왔다.

몇 해 전, 우리 지역 산학협동연구원 회원들과 함께 산업 현장을 보기 위해 중앙아시아에 있는 우즈베키스탄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 때 멀리 연해주에서 이곳까지 강제이송 당해 가까스로 살아남은 고려인들과 그 후손들을 보며 같은 동포로서 많은 연민과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당시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을 끝내 입국시키지 않고 돌려보내는 사회주의 국가의 냉혹함을 보았는데, 이러한 여건에서도 당당히 살아오고 있는 고려인들이 자랑스러웠다. 우리들은 이들을 도울 수만 있다면 어떻게 하든지 도와야 하겠다는 각오로 돌아왔다.

한편 문재인 정부 들어 신남방정책이 강조되면서 아시아지역에 많은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필자는 광주전남의 싱크 탱크인 광주전남연구원의 수장으로 부임하면서 인도와 베트남에 이은 중앙아시아를 주목하고 환황해연구센터를 아시아연구센터로 확대 개편한 바 있다.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고려인을 주목하면서 광주에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고려인 마을을 최우선으로 연구대상에 포함했다. 그 후 고려인 마을 관련 학술 세미나와 봉사 행사 등을 개최하면서 모든 구성원이 나서서 고려인 마을을 돕는데 발 벗고 나서도록 했다.

특히 올해는 고려인 마을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돼 체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뤄지게 되었다니 참으로 고무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신조야 씨를 중심으로 뭉친 고려인들은 척박한 중앙아시아 땅에 굳건히 뿌리를 내렸던 바와 같이 광주에 와서도 의연히 사는 당찬 모습들을 보여줬다. 이들을 지켜본 이천영 목사를 비롯한 지역사회 여러분들은 만사 뒤로 미룬 채 봉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고려인 마을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누구보다도 박용수 언론인은 힘들고 어려운 동행 위원장을 맡아 광주의 고려인 마을이 전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알려지도록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필자는 어느 날 지역신문의 한 페이지에 걸쳐 소개된 고려인 마을 관련 기사를 읽으면서 박 위원장의 열성과 헌신에 감동했고, 이날 이후 고려인 마을에 더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되었다.

특히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고려인 마을을 돕고 있는 의사, 변호사 등 각계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적지 않음을 보면서 민주, 평화, 인권의 도시 광주만이 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사례라고 기회만 되면 말하곤 한다. 이국에 와서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어린아이들, 우즈베키스탄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유학 온 대학생들이 우리 지역에 유난히 많은 것도 바로 광주만이 갖는 고려인 마을 효과라 말하고 싶다.

아직은 생소하겠지만 광주의 둘레길, 빛고을 산들길은 광주를 한 바퀴 걸으면서 광주만이 갖는 자연, 역사, 문화, 예술 등 소중한 자원을 알게 되는 뜻깊은 길이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 빛고을 산들길에도 고려인 마을 코스를 넣어 광주를 제대로 알게 하는 콘텐츠로 만들어가도록 노력해 보고자 한다.

이제 누가 뭐라 한들 고려인 마을은 광주와 하나다. 무엇보다도 광주가 갖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날이 갈수록 발전해 가는 고려인 마을을 지켜보며 우리 빛고을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랑할 수 있도록 열심히 키워 가자.

언제까지나 고려인마을과의 아름다운 동행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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