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1일(목요일)
홈 >> 기획 > 박종석 화백의 화필여로

삶은 어쩌면 苦海인것을… 희망조차 잃어버린 그들에게 구원은 없는가
박종석 화백의 화필여로
<53> ‘인도의 눈물’ 스리랑카 생존의 가치에 대하여…

  • 입력날짜 : 2015. 07.22. 19:22
박종석 作 ‘아누라다뿌라 수투바’
시원한 바다, 넓고 긴 백사장의 어느 한 부분에서 주먹만 한 연노란색 게들이 무척이나 빠르게 움직인다.

깊은 모래구멍 속의 집이 아니면 파도치는 바다 속으로 달려가는데 등치가 큰 몇 마리 개들이 게를 잡으려 이리저리 뛰어다녀도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게를 잡지 못하는 광경이 무척 흥미로웠다.

우리도 동심이 발동하여 파도치는 물속에서 백사장 쪽을 주시하면서 게를 잡기로 하였는데 한 마리가 출현하여 재빨리 모래를 뿌려 방향감각을 잃게 만든 후 백사장 쪽으로 몰아서 잡았다.

수투바
그 놈은 죽은 듯 미동도 하지 않아 마음 놓고 물속에 넣었더니 굵은 집게다리로 내 엄지손가락을 깊이 찔러놓고 놀란 순간 재빨리 물속으로 사라진다.

나는 순간 비명을 지르고 붉은 피를 보면서 느낀다. 살아남기 위한 지혜는 미물이나 인간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작은 존재의 미물일지라도 생명을 부여받았다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설령 인간이 그토록 싫어하는 바퀴벌레일지라도….

또한 넓은 백사장이 몇 사람의 외국인뿐 한적하다. 쓰나미의 피해 후 인근 어부들이 고깃배에서 고기를 잡아와 고기비늘과 배를 갈라 젓갈을 만들기 위해 땡볕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해도 100루피를 받는데 우리 돈으로 3000원이다. 그러나 그 일도 얻기 힘들단다.

가톨릭 신자인 50세의 안토니오씨는 가무잡잡한 얼굴이 무섭게 생겼지만 비린내 나는 상자를 가져다주면서 앉기를 권한다.

쓰나미 피해로 집과 돈을 잃고 시름을 달래기 위해 매일 술로 보내고 있다. 그날도 이미 술을 한 병 마신 뒤였지만 정신은 말짱하단다.

새우잡이 어부들이 재기의 삶을 꾸리는 현장,니콘보 해변.
그가 토해내는 말이 귀에 쟁쟁하다. “신은 죽었다. 신은 인간에게 관심이 없다. 신을 저주한다. 하루하루를 어떻든 살아야하고 먹을 것도 없는데 모기는 내 피를 빨려고 달려든다. 나는 이제 천주님을 믿지 않는다”라고 울부짖는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어려운 시간은 금방 지나 갈 것이라며 작은 위로의 말을 전해본다.

그 날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니콘보의 해변에서 여러 일들 겪으면서 생존의 힘겨움을 느끼긴 했지만 안토니오씨가 헤어질 때 웃으면서 가톨릭 성호를 긋고 손을 흔든다. 그래도 저주했던 신의 의지가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준 대안이 아닌가 싶다.

다음날 새벽 5시, 콜롬보 공항을 가기 위해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4㎞이상 도보로 이동하는데 그 힘겨움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가는 도중 규모가 큰 대성당에서 새벽미사가 진행되는데 신자들이 넘쳐나 밖에서 서서 경건하게 전례를 봉헌하는 모습에 나도 마음으로 기도하며 지나친다.

콜롬보 시가지
남인도에서 구입한 돌 조각품 때문에 배낭의 무게가 약 40㎏정도로 무거웠는데 성당을 지나는 순간에는 무게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아주 특별한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마도 짧은 순간이지만 간절히 기도하는 많은 신자들과 한마음이 되어 몰입했기에 배낭의 무게를 의식하지 않았던 것 아닌가?

추측해본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불가사의한 경험이라고 남들에게 말하곤 한다.

덤블라 수투파 아래에서
안토니오씨의 불행한 삶의 고통에 비하면 사치스러운 푸념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스쳐 지나는 인연에 위로의 정이 생기고 스며들면서 사랑이 발동했으리라.

자연재해로 인해 생사의 처절함을 목도 하면서 여행하는 내 자신이 왠지 부끄러운 마음이 생겨난 이유가 무엇 때문인가?


kjdaily.com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