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1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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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년 역사 간직한 문화유산으로 관광대국 자리매김
도심속 숨겨진 역사유산 활용 문화로 도시를 재생하다
3. 로마·피렌체의 역사·문화유산 활용

찬반 논란 속 로마 콜로세움 3년째 복원작업 중
“관광부국 자리 꿰차자”는 정부 유적 활용 주력
피렌체 두오모의 700년 시민재단 관리 방식 눈길
정부 지원·간섭 없이 자체 수입원으로 독립 운영

  • 입력날짜 : 2015. 09.22. 19:51
역사·문화유적을 보존하며 활용해 이를 기반으로 성장하려는 유럽인들의 노력은 견고한 전통이자 당연한 의식이다. 사진은 지난 2013년부터 3년째 복원작업이 한창인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인데, 공사 중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관광객들이 몰려와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우리는 무차별적인 도시재개발을 미덕으로 삼았던 시절을 살았다. 오래되고 낡은 것은 무조건 밀어내고 그 위에 화려한 새 것을 올리는 일이야말로 선진국으로 가는 척도라 여겼다. 해서 길을 넓히고 고층건물을 높이는 데에만 경쟁하다 무수한 문화유산이나 역사유적을 잃어왔다.
그러다 한 켠에서 낡아가던 것들이 “이제 그만”을 외쳤고, 우리네 시선은 이제야 시간이 빚어낸 축적물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비로소 역사·문화유산에 대한 지혜로운 보존과 활용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도시재생으로까지 이끌어내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를 위한 벤치마킹의 모범사례로 언제나 유럽이 거론된다는 점이다. 100년 정도는 역사 축에도 낄 수 없다는 유럽 땅에서의 역사·문화유산 보존 실태와 활용 방안은 어떠할까. 유럽인들에게 역사·문화유산을 보존하며 활용하는 것은 견고한 전통이자 의식이다. 지난 7월 18-26일 찾은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도시들의 역사문화유적 보존 및 활용사례를 살펴보자.
로마역사지구에서 고대도시의 정치·문화를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포로 로마노.

◇ 콜로세움·판테온에 관광객 인파 인산인해 로마
이탈리아 수도인 로마(Rome)는 역사·문화유산으로 먹고 사는 세계 속 대표도시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처럼 2000년 역사의 켜를 고스란히 품은 고대 유적들이 즐비하고, 이를 보겠다고 찾아오는 여행객들도 연일 가득하다.

로마엔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을 비롯해 로마의 건축 실력을 보여주는 판테온 신전, 고대 로마의 정치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포로 로마노 등 찬란한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는 유적들은 그 자체로 신비의 아우라를 전한다.

특히 8만여명의 인파를 수용했었던 콜로세움은 서기 70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연극, 검투사 경기 등을 진행할 목적으로 건설한 원형 경기장이다. 검투사와 맹수의 결투, 그리스도교들에 대한 박해 등 잔혹한 인간의 유희가 남긴 핏자국들이 새겨진 곳이기도 하다.

이런 콜로세움이 3년째 복원작업으로 공사 중이다. 수많은 지진과 전쟁, 약탈에 의해 대부분의 외벽과 내부, 지하 공간 등이 훼손됐던 것을 이탈리아 정부가 2013년부터 복원하고 있다. 내년 바닥공사를 마지막으로 콜로세움은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탈리아는 관광수입을 최대한 끌어올려 관광부국의 자리를 꿰차기 위해 주력할 요량이다. 이에 대해 인류의 거대한 문화유산인 콜로세움을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쇼 무대’처럼 휘황찬란하게 꾸미고 있다는 비판이 세계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또 다른 명물인 판테온은 고대 로마의 신전에서 시작돼 가톨릭 성당으로 바뀌었다. 기독교와 다른 종교의 특성이 혼재돼 있어 묘한 여운을 준다. 빛으로 가득한 내부의 공간과 웅장한 외부는 로마에서 가장 보존이 잘 된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피렌체의 대표적 문화유산이자 브랜드인 ‘두오모 성당’ 전경

이외에도 로마 하면, 영화 ‘로마의 휴일’ 속 장면들을 따라 걷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동전을 2개 던지면 평생 함께 할 연인을 만날 수 있다는 로마의 ‘트레비 분수’, 오드리 헵번이 젤라또를 먹는 장면으로 널리 알려진 ‘스페인 계단’, ‘진실의 입’ 등 영화 속 주인공처럼 로마엔 낭만이 깃들어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가장 넓게 만들어졌다는 스페인 계단에선 영화 속 장면처럼 젤라또를 먹을 수 없다.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이곳에서의 음식물 섭취는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 지역민이 만들고 이끄는 ‘두오모’ 브랜드 피렌체
이탈리아의 피렌체(Firenze)는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로 알려졌다. 특히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배경이 되면서 더욱 유명해져 누구나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으로 인식돼왔다. 실제로 영화 속 ‘아오이’와 ‘쥰세이’가 헤어진 지 10년 만에 두오모 성당에서 재회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로 꼽히며 많은 연인들을 피렌체로 불러들였다.

게다가 피렌체는 미켈란젤로, 단테,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수많은 예술가들의 고향이기도 해, 곳곳엔 예술의 낭만이 흐른다. 15-16세기 가장 찬란하게 르네상스를 꽃 피웠으며 오늘날까지 가장 아름다운 예술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피렌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성당 꼭대기에 있는 붉은 지붕의 ‘두오모’다. 피렌체의 대표 랜드마크이자 브랜드가 바로 이 두오모 성당인 것이다. 두오모 성당의 공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Cathedral of SANTA MARIA DEL FIOPRE)이다.
‘두오모 성당’ 내부 모습.

두오모 성당의 문화예술성이나 관광 마케팅의 차별성은 공무원 조직이나 사기업이 아닌, 지역민으로 이뤄진 시민재단이 독립적으로 관리·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오모 성당을 관리하는 조직은 성당의 이름을 그대로 딴 ‘오페라 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OPERA DI SANTA MARIA DEL FIOPRE) 재단’이다. 1296년 지역민들의 요구에 의해 건축가인 아르놀포 디 캄비오(Arnolfo di Cambio)가 건립한 두오모는 완공된 이후 700년간 이 민간재단에 의해 관리·운영되고 있다.

현재 두오모 관람객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두오모 자체는 무료입장인 탓에 재단의 수입원은 조토의 종탑과 세례당 유료 입장 티켓이 전부다. 그래도 1년에 평균 130만명이 찾아 한해 수입만 해도 1천500만 유로에 이른다. 정부의 지원 없이 독립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최근 두오모는 이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관광마케팅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재단은 현재 에이전시와 함께 2017년을 전후로 한 새로운 관광전략을 세우고 있다.

물론 지역민 의견 반영을 전제로 해서다. 아무리 관광화가 중요하더라도, 그 땅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이들의 관심과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재단 측은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지혜롭고 지속가능한 문화·역사유산 보존과 활용법이라고 여기고 있다.



“관광객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구상”
오페라 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재단 프랑코 루께시 회장

“지난 700년 간 두오모를 관리하는 민간 재단이 유지된 것은 신을 믿는 사람들의 마음과 독자성을 원했던 풀뿌리정신이 성당에 깃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오페라 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재단을 이끄는 프랑코 루께시(Franco Lucchesi) 회장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프랑코 루께시 회장은 “피렌체의 경우 문화유산은 모두 민간재단이 관리한다”며 “피렌체 시에도 많은 기업과 공무조직들이 존재하지만 시민들은 그들이 두오모 등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도 있지만 독립적인 것이 낫다”며 “문화유산 보호와 보수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물론 민간재단이 자기들의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누군가의 지적보다는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바로 보수한다. 25년간 건물 파사드를 청소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오페라 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재단의 경우 회장은 외부에서 영입하는데 주교, 정부 관계자로 구성된 7명의 선거인단이 선출한다. 회장의 임기는 4년이며 원할 경우 재임도 가능하다.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어서 철저한 자원봉사의 개념으로 인식돼 있다. 현재 회장인 프랑코 루께시는 변호사 출신이다.

재단 직원은 110명 규모이다. 그 중 15명이 복원업무을 담당하고 있고, 50명의 직원은 실제 관리자들이다.

루께시 회장은 “피렌체에는 72개의 뮤지엄이 있어 마케팅 없이는 유지하기가 힘들다”며 “현재 두오모는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데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해 관광객을 끌어 모을 다양한 프로그램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분석해본 결과 미국, 중국, 한국 관광객은 늘어나고 있지만 유럽 관광객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동양권 관광객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며 “해서 동양인의 관점에서 서양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르러 이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관광객이 피렌체에 와서 두오모의 예쁜 모습만 보고 사진 찍고 간다면 다시 찾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그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과 마케팅정책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 연재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이탈리아 로마·피렌체=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진은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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