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은 달동네부터 드리우고, 경기침체의 삭풍은 서민들 옷깃부터 파고 든다” 했던가.
해가 갈수록 광주 구도심지역 주민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흔히 달동네로 불리는 대부분은 슬럼가로 전락한지 오래고 주민들은 을씨년스러움에 익숙해져 간다.
달동네를 돌아보자면 빈병 하나 휴지 한 장 찾아보기 힘들다. 수입이 없어 식생고 해결을 위해 폐지를 줍는 서민들이 그 만큼 많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그 흔한 도시가스가 공급되는 곳에서 사는 것이 소원일 정도다.
누가 이 곳의 환경을 이렇게 슬럼가로 만들고 있는가.
이 모든 것이 기성 정치인들과 역대 광주시장의 정책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역 건설업계는 주요 원인으로 수완지구 개발을 꼽는다. 수완지구 개발을 통해 수익을 얻으려고 했던 것이 구도심지역 개발을 저해하게 된 것이다.
광주시가 지난 2006년 발표한 ‘2010 광주지역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의하면 141개 지역이 정비예정구역으로 선정돼 곳곳이 재개발·재건축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 가운에 34곳이 추진위 및 조합이 설립되는 등 재개발·재건축이 추진돼 오다 수완지구의 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답보상태에 처하게 됐다.
여기에 도청이 목포로 이전해 가면서 광주지역 인구를 몰고 간 것도 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09년 동안 광주시 중심에 있던 전남도청이 2005년 10월 남악으로 떠나자 작금의 후폭풍은 마치 폐허가 된 기분이다. 한 때 20만명을 웃돌던 동구 인구는 현재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 하한선 이하인 10만3천여 명으로 급감했다.
신구도심간 심각한 불균형을 야기하며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구도심 문제를 낳은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광주지역의 평균지가는 광산구 우산동의 경우 1년 새 62.16%가 상승했지만 구도심인 동구 계림동은 오히려 4%가 하락했다.
고사성어에 갈택이어(竭澤而魚)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훗날은 생각하지 않고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손톱 밑에 가시 박힌 줄은 알면서 염통 곪는 줄은 모른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즉,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일에는 민감하지만 보이지 않는 큰일이나 손해는 깨닫지 못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역대 정치인들의 과오가 훗날인 작금, 최악의 결과물로 점철된 것이다.
그나마 재래시장과 구도심 활성화를 선거공약으로 내건 강운태 광주시장이 구도심 재생사업에 전념을 쏟고 있어 다행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최근 광주시는 재개발지역 추진을 위해 지역의 모 건설사 임원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으나 성사 되지 않았다. 2015하계유니버시아드 선수촌 건립과 연계시켜 서구 화정동 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하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광주시민들도 구도심 재생사업을 주목하고 있으며 해당지역 주민들은 초미의 관심사다.
시행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구도심 재생사업은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인간적인 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사업이다.
건설 일감 기근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지역 건설사들도 재개발 사업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도시재정비지구는 용도지역 변경 허용, 용적률 완화, 과밀부담금 면제, 지방세 감면, 소형 주택건설 의무비율 완화 등 더 큰 인센티브가 뒤따른다.
광주지역만 보더라도 얼마 전 일반건설사 109개 회원사의 지난해 실적신고를 마감한 결과 공사 수주액이 전년에 비해 무려 48%나 급감했다.
1년 동안 단 1건의 공사도 수주하지 못한 업체도 9.2%에 달하는가 하면, 전체 회원의 65.1%가 50억원 미만으로 나타나 극심한 공사물량난을 실감케 했다.
특히 토목부문은 30.4% 증가했지만 건축 분야는 전년보다 62.8%나 줄어 주택건설업계의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광주시 재정악화와 부동산 경기 위축만 탓할 것이 아니라 지혜를 모아 해법 찾기에 나설 때라고 본다. 한번쯤 70년대 산동네 재개발 현장을 배경으로 도시 빈민층의 좌절과 애환을 그린 조세희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돌이켜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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