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은 31주년 장애인의 날이었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회성 장애인의 날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펼쳐졌다. 장애인을 위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장밋빛 정책이 제시됐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그동안 장애인 정책이 ‘말뿐인 정책’에 그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로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2008년)이 시행 3년을 맞았지만 장애인 인권은 여전히 열악하다. 또 광주시가 주민발의를 통해 전국최초로 제정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조례(2006년)’도 5년이 지났지만 생활은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적 조치를 시정해달라는 진정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법시행이전 2001년 11월부터 2008년 3월까지 630건에 그쳤으나 시행후 2008년 645건, 2009년 745건, 지난해 1천677건으로 시행전과 비교할 때 무려 15.5배나 늘었다. 광주·전남은 법 시행후 3년간 광주 46건, 전남 41건이 접수됐다. 그만큼 편견과 차별이 온존해도 호소할 데가 없었다는 반증이다. 차별당하는 진정내용은 시설물접근, 정보통신과 의사소통, 보험거절, 왕따, 괴롭힘 등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차별관련 가장 눈에 띄는 이동권을 살펴보자. 지난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에 따라 자치단체는 저상버스 의무도입비율이 정해졌다. 서울을 비롯 부산, 대구 등 광역시는 기준비율 50%, 전남 충남 등 9개 도는 기준비율 33%를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국토해양부의 지난해말 기준 ‘저상버스 도입현황’을 보면 광주는 서울특별시 19.3%를 제외한 6개 광역시 가운데 부산 4.4% 다음으로 6.9%에 그쳐 꼴찌를 겨우 면했다. 대구 7.7%, 인천 7.2%, 대전 9.0%, 울산 7.8%를 나타냈다. 인권도시를 지향하는 광주로서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현재 광주에는 운행되는 900여대 시내 노선버스 가운데 저상버스는 62대에 불과하다. 지지부진한 저상버스 도입은 차치하고 도입된 저상버스의 관리와 관련 편의시설의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거장마다 다른 인도 높이, 저상버스 도착안내시스템의 부재, 버스리프트의 고장, 가로수나 휴지통 등에 의한 접근 어려움 등은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과제다.
지난 20일 본보 사회면에 북구 두암동에서 시청까지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동행 취재한 기사를 내보냈다. 전동휠체어로 안전하게 인도를 따라 저상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시청까지 갈 경우 30여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2시간이상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전동휠체어로 광주도심의 인도를 간다는 것은 지뢰밭을 가는것과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울퉁불퉁한 인도, 공사중이거나 턱이 10㎝가 넘는 보도는 사고와 고장위험으로 직결된다. 목숨을 걸고 버스와 택시가 쌩쌩 달리는 차도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장애인 콜택시 사정도 열악하기는 비슷하다. 광주시는 현재 30여대의 콜택시를 운행하고 있으나 1만6천여명의 장애인이 이용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법정기준에 맞추려면 80-90대를 확보해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번 예약하려면 오전 8시부터 1시간이상 전화통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대기시간으로 장애인은 저상버스보다 더 많은 인내심과 싸워야 한다.
이번 장애인의 날에 맞춰 광주시와 광주시의회의 행보는 눈여겨볼만 하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장애인복지 증진을 위한 중장기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세부실천계획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시장은 매년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증액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광주시의회도 장애인지원금을 생활수준에 따라 차등지원할 수 있는 내용의 ‘장애인 생활지원금 지급에 관한 조례’를 마련했다. 장애인 자립생활지원 근거와 책임성을 명확히 해 취약한 장애인의 기초생활과 부담경감에 기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 ‘말뿐인 장애인 정책’은 사라져야 한다. 지난 2006년 전국 최초로 마련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조례(2006년)’와 올해 제정한 ‘장애인 생활지원금 지급에 관한 조례’가 더욱 실효성 있는 정책이 돼야 한다. 인권도시를 표방하는 광주는 장애인을 위한 모범도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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