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던 4·11 총선이 최종 선택만 남겨두게 됐다. 이제 내일이면 한 후보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흔히 선거를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하는 ‘제로섬게임’ 이론에 비유하곤 한다. 어느 한쪽의 후보자가 많은 표를 획득하면 그 만큼 상대 후보자의 득표는 적어진데서 이른 것이다.

선거가 종점에 달하자 후보자마다 매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문자 메시지, 이메일을 통해 선거홍보 문건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정작 후보자 개개인의 정책이나 공약들은 접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당수 유권자들은 “내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헷갈린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이런 형국인지라 “후보자별 공약이나 정책을 접하기가 힘들다”고들 한다.

이번 선거에서 정책선거가 실종된 가장 큰 원인은 각 정당의 당내 경선 및 공천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후보들이 경선이나 공천에 매달려 정책 개발을 소홀히 한데 있다.

여기에 대다수 후보들은 휴대폰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거나 방문 일정을 알리면서도 정작 유권자들의 관심사인 정책 공약에는 등한시 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유달리 각 정당의 장밋빛 복지 공약을 그대로 옮기는 후보들이 많아 과연 총선이 지역을 위해 일꾼을 뽑자는 것인지 회의까지 들기도 했다.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복지 공약은 재원 조달 문제로 실현 가능성이 없어 총선용 일회성 선전 문구에 불과할 수 있어서다.

그나마 포퓰리즘 공약은 다행이다.

일부 후보자들은 선거운동 기간동안 줄기차게 마치 자신이 당선만 되면 당장 세상을 바꿀 것처럼 갖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이웃집 민원이건, 오랜 주민 숙원이건 해결하지 못할 사안이 없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정착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는 후보자가 이행 가능성, 재원조달 방안 등을 공약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책공약을 제시하고 유권자들은 이들이 제시한 공약을 꼼꼼히 살펴본 뒤 투표를 통해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스스로는 현실을 직시해 볼 필요성이 있다. 지금까지 각종 선거전에서 쏟아져 나온 정책과 공약들은 과연 실천이 됐는가. 설사 그러한 정책과 공약들이 100% 수행됐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국민과 지역, 국가를 과연 행복하게 만들었느냐는 질문에는 어느 누구도 ‘예’라고 자신 있게 답변하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주변에서 진행됐던 수많은 개발사업을 사례로 들어보자. 정부나 자치단체가 하나의 정책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려 하더라도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많은 지식과 예산이 뒤따라야 해 여간 힘들지 않다.

그럼에도 졸지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해결하지 못할 사안이 전혀 없는 듯 자진 있게 당연시 한다. 후보자들은 오로지 당선만이 목표이기에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후보는 당선이 돼도 매사에 원칙과 기준보다는 자기 이익에만 혈안이 돼 활동하게 된다.

그러기에 유권자들은 도덕성을 지니고 구체적이고 신뢰성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자나 정당을 선택해야 한다. 지연, 학연, 혈연에 따라 선택하는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이제는 드러날 것이 거의 드러났다. 각 정당들이 내거는 공약들도 유권자들에게 모두 전달됐을 것이다.

어느 후보가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해법을 제시했고, 누가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을 개발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일찍이 프랑스의 사상가 루소는 “시민은 선거 당시만 자유롭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다시 노예상태로 돌아간다”면서 선거제도를 혹평했다. 내일 어차피 선거는 치러야 한다. 한번 후보를 잘 못 뽑으면 우리는 또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므로 더욱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무엇이 공약(公約)이고 무엇이 공약(空約)인지 유권자들이 판단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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