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반 전인 지난 2007년 11월 27일 기자는 프랑스 파리에 있었다. 엑스포 유치전에서 한 차례 실패한 여수가 다시 도전한 2012 세계박람회 개최지를 최종 확정하는 제142차 BIE(세계박람회기구)총회를 취재하고 있었다. 개최지가 결정되는 그 날 총회장인 파리의 팔레 드 콩그레스는 대한민국의 여수와 모로코 탕헤르, 폴란드 브로츠와프 등 사활을 걸고 유치전에 나섰던 세 나라의 마지막 득표전으로 하루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전남도청과 여수시청에서는 도민들이 낭보가 날아들기를 기원하면서 밤새워 응원했으며, 본사에서는 ‘여수유치 성공’ 소식을 가장 빨리 전할 수 있도록 호외발행팀을 대기시켜 놓았다.

1차 투표에서 결정짓지 못하고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이 벌어지면서 대한민국 유치단의 애간장을 녹였지만, 마침내 “여수, 코리아”가 불려지자 현지까지 날아와 목청 터져라 외쳤던 300여명의 국민응원단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기자는 생생한 현장의 분위기를 신바람나게 작성해 송고했다. 그렇게 들뜬 기분으로 기사를 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기자는 엑스포에 대한 남다른 추억을 갖고 있다. 전남도에서 엑스포가 처음 거론된 것은 지난 1997년 봄이었다. 민선 도백이었던 허경만 지사가 낙후된 전남 발전의 한 방안으로 당시에는 생소했던 엑스포를 들고 나온 것이다. 물론 1993년 대전에서 엑스포를 치렀지만 아직 엑스포가 무엇이고 왜 필요하며 어떤 효과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때였다.

기자는 곧바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단독 취재를 떠났다. 당시 포르투갈 리스본은 5년 후인 2002년 세계박람회가 열리고, 스페인 세비아는 5년전인 1992년에 이미 엑스포를 치른 곳이었다. 따라서 리스본에서는 유치과정과 개최 준비과정을, 그리고 세비아에서는 개최효과와 사후활용방안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귀국 후 기자는 특집기획물로 세계박람회를 보도했다. 엑스포가 지역사회에 미칠 파급효과와 지역발전의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을 확신하고 유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남도는 곧바로 유치위원회를 꾸리고 2010년 엑스포 유치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4년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02년 실시된 BIE총회에서 여수는 상하이라는 강적을 만나 2010년 개최지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천지가 개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줄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다시 한번 신발끈을 질끈 묶고 표가 있는 곳이라면 아프리카 오지도 마다하지 않고 날아가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엔 정부가 유치단을 꾸려 민간기업과 외교네트워크를 가동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땀방울은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로 그 성과가 나타났다.

이렇게 딱 15년을 공들인 여수엑스포가 이제 5일 후 그 화려한 무대를 완전 공개한다. 유치 확정후 5년 동안 세계박람회를 원활하게 치르기 위해 꼭 필요한 철도·도로 등 인프라는 기대했던 대로 갖춰졌고 행사장도 위용을 드러냈다. 각 주제관은 첨단IT기술과 접목된 전시프로그램으로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93일간의 향연에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 1천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엑스포장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지금까지 땀 흘려 준비한 박람회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작은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 최근 세 차례에 걸친 예행연습에서 도출된 문제점은 바로 보완해야 한다. 접근성의 문제도, 동선의 어려움도, 운영체계의 혼선도 바로잡아야 한다.

남도의 미래는 여수세계박람회가 막을 내린 뒤 다시 결정 될 것이다. 마지막까지 맘을 놓지 않고 긴장하자. 그리고 반드시 역사의 한 페이지에 ‘성공 여수엑스포’로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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