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감동이다. 정정당당하게 땀 흘린 대가를 치르는 정직한 휴먼드라마다. 인기 종목이든 비인기 종목이든 선수들이 만들어 내는 순간의 희열과 감동은 강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런던올림픽(7.27-8.12)이 중반을 넘어서며 우리 선수들이 안겨주는 승리와 투혼의 감격은 국민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연일 가마 솥 더위와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국민들에게 청량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일 저녁 열린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간발의 차이로 승리를 거머쥔 기 보배 선수의 금메달은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짜릿한 승리였다. 이어 5일 새벽 열린 올림픽 축구 영국과의 8강전은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눈을 뗄 수 없는 경기였다. 승부차기 끝에 5대 4로 승리해 올림픽 사상 첫 4강 진출을 이뤄냈다. 특히 축구 종주국이며 홈팀인 영국을 이겼다는 점에서 값진 승리였다. 축구공은 둥글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줬다.

런던올림픽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대회다. 일제 강점기를 벗어난 직후인 1948년 태극기를 들고 처음 출전한 대회다. 일제 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마라톤 금메달을 따낸 비운의 주인공 손 기정 선수가 독립국가 대한민국의 올림픽 선수단 기수로 당당히 입장한 대회가 1948년 런던 올림픽이다. 당시 동메달 2개에 그쳤던 한국은 64년이 지난 지금 세계 10위권 스포츠 강국으로 성장했다. 203개국 1만2천명이 참여한 ‘2012 런던올림픽’에서 6일 현재 금메달 10 은메달 4 동메달 6개로 메달 순위 4위다.

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는 개최지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된다. 관광 수요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영국의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브랜드 파이낸스가 최근 내놓은 올림픽의 브랜드 가치는 약 405억 달러(약 46조원)로 700억 달러(약 80조원)에 이르는 애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런던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382억달러)과 코카콜라(311억 달러)의 브랜드 가치를 능가하고 있다.

전세계 대학생들의 축제인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가 이제 3년이 채 남지 않았다. 올림픽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광주의 브랜드를 알리는 절호의 기회다. 대학생들의 스포츠 제전이지만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광주시는 광주U대회를 2016 브라질 리우 올림픽의 프레올림픽으로 추진하고, 남북단일팀 구성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스포츠는 마케팅이다. 런던올림픽에서도 그렇지만 대형 국제스포츠의 성공은 스타 선수의 출전이 관건이다. 세계 유명선수들이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출전을 대비해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기량을 점검하는 대회로 활용하도록 적극 홍보하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김윤석 광주U대회 사무총장은 “유니버시아드가 아마추어 대회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올림픽 무대를 밟기 전 유니버시아드에서 세계의 선수들과 기량을 점검하고 세계무대에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프레올림픽인 유니버시아드는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광주U대회는 또 평화의 축제가 돼야 한다.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북 단일팀 구성은 주목할만한 이벤트다. 스포츠 교류를 통한 평화 증진을 목표로 하는 유니버시아드 정신과 ‘평화의 도시’인 광주의 정신이 서로 부합된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단일종목, 단일팀에서의 남북단일팀은 있었지만 종합대회에서의 단일팀은 없었다”며 “UN산하 스포츠개발평화사무국(UNOSDP)도 적극 협조를 약속,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광주시는 UNOSDP와 공동 프로젝트 협약을 맺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에 착수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남과 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사상 처음으로 동시 입장한 이후 해빙무드가 형성돼 왔지만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는 경색돼 문화·체육교류는 중단됐다.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서 다시 한번 남북이 화합하는 흥겨운 장면이 연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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