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행복한 삶을 바란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고전적 체계에서도 행복(에우다이모니아)은 궁극의 목적이었다.

그래서일까. 대표적인 인사말 중 하나는 ‘행복하십시오’다. ‘안녕’이라는 말과 함께 가장 흔히 사용한다. 행복(幸福)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만족과 기쁨을 느끼기 위한 변수는 많다. 그중 하나는 ‘돈’이다. 즉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는 돈과 행복은 무관하다고 했다. ‘돈=행복’이란 등식이 꼭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연평균 소득이 2만달러가 넘으면 그 이상의 수입은 행복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이른바 ‘레이어드 가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며,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요즘같이 삶이 팍팍할수록 더 그렇다. 돈이 많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포장마차에서 가락국수 한 그릇을 먹어도 돈이 없어 먹으면 서글프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먹으면 추억이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최근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저스틴 울퍼스와 베시스티븐슨 미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감이 커진다고 했다. 이들 교수는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 5월호에서 돈과 행복의 방정식에 ‘포만(satiation)’이란 지점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즉 ‘소득이 늘어난 만큼 행복감이 커진다’는 얘기다.

이들은 15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개량경제학 기법을 동원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삶에 대한 만족감이 소득에 비례해 잘 사는 나라가 못 사는 나라보다 더 행복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 연구와 무관하게 많은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좋은 직장의 조건도 결국 월급을 많이 주고 복지혜택이 좋은 것이 기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 수준의 복지혜택과 급여를 주는 중견기업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기업 입사시험이 갈수록 인기를 끄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국내 최대 기업의 상징인 삼성에 입사하기 위해 지난 13일 전국에서 치러진 삼성직무능력검사(SSAT)에는 전국에서 9만여명이 응시했다고 한다. 국민 자격증으로 통하는 공인중개사 시험의 응시자가 매년 약 15만명에 달한다고 하니 삼성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삼성고시, 현대·기아차고시, SK고시 등으로 불리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싶다.

그러나 준비하는 사람 모두 다 대기업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극히 일부만이 성취하는 게 현실이다. 또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푸어족이 급증하고 있으며, 지역간·계층간·업종간의 빈부차이는 더 확대되고 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 확대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개인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경쟁사회에서 능력이 많으면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만으로도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정부나 자치단체의 역할이 매우 크다.

모든 노인들에게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주겠다고 해 놓고서는 돈이 부족해 다줄 수 없다고 하면 노인들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치솟는 교육비와 생활비에 짓눌린 중·장년층에게 행복의 조건은 안정적인 직장이다. 구직자에게 최고의 행복한 복지는 뭐니 뭐니 해도 괜찮은 일자리다.

창조경제도 좋고 행복중심 3.0정부 실천도 좋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피부에 와 닿는 민생대책이다.

일을 하고 싶어도 좋은 일자리가 없고,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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