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사진의 계절이 돌아왔다. 어디 사진만을 위한 계절이 따로 있을까마는, 새순이 돋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야 말로 사진 찍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함은 피사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위치를 골라 구도를 잘 잡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이 같은 조건이 아무리 완벽하게 갖춰졌다 할지라도 카메라 렌즈의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허사다. 대상의 초점이 흐려지면 그 사진은 사진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초점의 정확도는 중요한 것이다.

사진에서 초점을 잘 맞추는 것에 비견되는 것이 국정에 있어서는 인사라 할 수 있겠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초점이 정확해야 하듯 국정이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선 인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좋은 인재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모든 일을 잘 풀리게 하고 순리대로 돌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료나 뭇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요직의 경우에는 특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고이래로 탕평인사의 중요성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기도 했다. 일찍이 조선 영조는 인재를 고르게 등용시킴으로써 당쟁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탕평책(蕩平策)을 썼다. 인재를 고루 등용하는 것이야말로 국론통일과 지역화합을 위해 최고의 명약임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박근혜 정부 출범 2년 동안 인재의 과도한 특정지역 편중 등용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6대 권력기관의 장·차관급 인사 31명의 절반 이상이 영남권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경남’(PK)이 11명(35.5%), ‘대구·경북’(TK)이 6명(19.4%)으로 54.9%를 기록했다. 이어 수도권이 9명(29%)이었고, 충청이 3명(9.7%), 호남과 강원은 각각 1명(3.2%)뿐이었다.

철저한 능력 위주의 인사를 통해 영남 출신 인사들이 대거 진입했다면 크게 시비를 걸긴 어려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인사가 있을 때마다 해당 기관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한 것을 보면 능력을 기준으로 삼은 것도 아닌 것 같다. 특히 6개 권력기관 수장 중 국정원장을 제외한 감사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모두 영남 출신이다. 사정 업무에 관여하는 이른바 ‘사정라인’을 보더라도, 대통령 민정특보, 민정수석, 민정비서관, 그리고 검찰총장, 대검차장, 서울중앙지검장까지 자리를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검찰총장 1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5명이 모두 TK출신이다. 정부의 사정기관을 영남 출신들이 거의 장악했고, 그중에서도 핵심 요직은 TK가 틀어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정실인사는 정권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문제이기도 하다. 권력기관이 지연·학연으로 얽힌 ‘끼리끼리 문화’에 종속될 경우, 균형감각과 견제능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재의 과도한 특정지역 편중등용이 우려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 같은 일부 지역에 편중된 인사로부터 말미암은 부작용이 한 둘이던가.

약화 돼가는 지역감정을 되살리는 불씨요, 정권 불신의 도화선이 되고 있음은 명약관화하다. 지역감정을 앞장서서 불식시켜야 할 정치인들이 이를 부추기고, 반쪽 정권이라는 극도의 정치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또 호남지역민들의 소외감은 무엇으로 달랠 것인지 묻고 싶다. 물론 골라 쓸만큼 능력 있는 호남 인재가 없다면 별수 없는 일이다. 국정운영에 동참할 만한 인물이 아님에도 중용해달라는 것은 구걸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능력은 차치하고 단지 지역연고를 우선시해 인재를 등용한다면 이는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지역만을 대표하는 동네정치에 불과하다.

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가 만사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제대로 된 인사를 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쳐 놓은 덫을 정치인들 스스로 걷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수많은 사진을 찍고 있으나 전혀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호남 인사들에게도 눈길을 돌리는 제대로 된 사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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