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에서는 ‘청년실신’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자와 신용불량자로 몰려 실신한 상태라는 의미다. 이밖에 취업을 했지만 만족하지 못해 돌아온 취업준비생이라는 ‘돌취생’, 그나마 낫다고 해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했지만 지쳐버린 ‘공시폐인’, 인기있는 대학 취업동아리에서 동아리 가입 전에 보는 시험인 ‘동아리고시’ 등도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대변하는 신조어들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은 11.1%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다. 취업포기자를 감안한 체감실업률은 12.5%에 달했다.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많지만 대체적으로 보면 구조적으로 경직된 노동시장, 갈수록 확대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간극 차이로 인한 중소기업 외면,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 미흡 및 불안한 사회안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확대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차이는 임금에서 극명하게 갈린다.

지난 2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사업체 규모별 임금 및 근로조건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300인 미만 사업체 기준) 직원의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 직원의 56.7%에 그쳤다. 대기업 직원이 100만원을 받을 때 중소기업 직원은 56만7천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못하는 취업준비생이 넘쳐나고 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노동의 미스매치현상이 심각하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100만원정도에 이른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임금이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정규직이 상대적으로 나은 정규직 전환 비율도 3년 후 기준 22.4%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비정규직은 늘 비정규직으로 일해야 하는 소위 비정규직의 함정에 빠지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노동시장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문제는 빈곤근로자의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빈곤근로자 비율은 지난 2011년 기준 25.1%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4명 중 한명은 아무리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앞으로도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양질의 노동력 수에 비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오는 2019년에는 양질의 일자리 수가 265만개인데 반해 양질의 노동력 수는 528만명에 달해 263만명의 일자리 미스매칭이 예상된다. 이들을 고용할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으면 또다른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불보듯 하다.

근로자들간의 양극화는 심각한 사회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이념문제가 우리사회발전의 주요 이슈였다면 이제는 계층갈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도 견해차이가 크다. 기업인 입장에서는 유연성을 강조하고,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근로자 입장에서는 삶이 불안해 안정성을 우선해 양측간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안으로 덴마크 등에서 적용되는 ‘황금삼각형 모델’이 제시되기도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관대한 사회보장,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등 3가지가 조합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해고를 당하더라고 사회안전망이 탄탄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적고, 재취업 등 적극적인 노동정책으로 일자리 이동이 활발해 해고나 이직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실업기간이 짧아지면 지출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와 덴마크는 노동환경이 다르고 사회안전망 구성도 차이가 있어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노동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에는 정부나 사용자, 근로자 모두 공감하고 있어 해결의 단초는 마련된 셈이다.

그래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4년 9월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노사정위원회가 발족했다. 노사정협의체가 법으로 정해진 나라는 전세계를 통틀어 몇 개국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는 결국 대타협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최근 결렬되고 말았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국가발전은 커녕 빈부격차나 계층갈등 등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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