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오스트리아를 다녀왔다. 청년문제가 심각한 광주에 적용할 만한 정책이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주관한 ‘유럽은 청년문제 어떻게 해결하나’라는 공동기획취재에 참여해 국내 지방신문사 소속 9명의 기자들과 공동취재단을 꾸렸다.

광주의 청년실업률이 두자리수까지 치솟는 등 지역 청년들이 고용절벽에 내몰린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선진 청년정책을 펴고 있는 유럽국가의 사례는 해법의 하나를 제시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취재에 나섰다.

오스트리아의 청년실업률은 유럽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도 최하위권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현지에서 만난 청년들은 공동취재단이 자신들을 찾은 취지를 설명하자 모두 의아해했다. 오스트리아에는 청년문제라는 용어 자체가 없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청년도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원하는 직업을 찾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는 이들 외에는 대부분이 일자리를 갖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오스트리아의 청년정책이 호평받는 비결은 견고하고 체계화된 직업교육 시스템 덕분이다.

필자가 눈여겨 본 오스트리아 직업교육의 특징은 중학교 과정이 끝나는 시기부터 본인의 희망에 따라 직업학교에 진학할 경우 이론과 현장실습을 동시에 제공하는 이중교육 체제를 통해 특정분야의 전문지식 습득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오스트리아 직업교육 시스템을 상징하는 이중교육 체제는 유럽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평가는 관련 통계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2015년 기준 상위 중등교육(한국의 고등학교) 과정내 직업과 연관된 실습 위주 교육비중이 OECD 국가 평균인 46%를 크게 웃도는 70% 이상으로 조사됐다. 현장실습은 단순히 교육만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오스트리아 기업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실제 기업들의 수요를 탄력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이론 역시 커리큘럼을 세분화해 산업현장에서 즉시 적용이 가능하도록 구성돼 있다.

이같은 실질적인 장점 때문인지 직업학교 및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 중학교 졸업생 중 23.5%만이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머지는 직업교육을 선택한다고 한다. 전체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이른 나이부터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대학 진학이 당연시되고 있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필자는 취재현장마다 직업교육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직업학교에서는 200개가 넘는 분야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 교육받을 수 있다. 건축이나 전기, 수공업 등의 분야가 인기가 높다고 했는데 이는 일반 사무직보다 마이스터(장인)의 급여가 훨씬 더 많고 사회적 위상도 높기 때문이란다.

오스트리아의 직업학교는 비단 10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구직을 하고 있는 20-30대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었다. 공공고용서비스(AMS)를 통해서였다. AMS는 직업학교 중퇴자나 대학졸업 후 일자리를 찾는 이들이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마이스터 자격시험을 보기 위해 준비 중인 이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고 있다. AMS에 가입하면 지방정부로부터 50% 상당의 교육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짧은 취재기간동안 가장 생생하게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직업에 대한 편견이 없다는 점이었다. 굴뚝 청소부도, 벽돌공도, 의사도, 대학교수도 모두 똑같은 대우를 받고 있었고 계층간 위화감은 전혀 없었다. 그 누구도 우리네처럼 좋은 대학에 가려고, 대기업에 취직하려고, 고시에 붙으려고 아등바등 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고 있을 뿐이었다.

“오스트리아를 떠나려는 청년은 없어요. 이곳에서 희망을 찾고, 꿈을 이루려고 하거든요” 필자가 오스트리아의 한 청년에게 “행복한가”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연례행사처럼 청년대책이 쏟아지지만 대한민국의 청년은 늘 힘들고 괴롭기만 한 이유는 무얼까.

“청년들이 전문기술을 가진 인재가 되면 자연스레 일자리는 늘고 지역경제는 튼튼해진다. 청년실업 문제는 체계적인 직업교육 시스템의 부재가 원인”이라는 오스트리아 직업학교 관계자의 단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