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춘삼월 아니랄까봐 지천으로 진달래꽃(杜鵑花)이 피어난다. 이쯤되면 화전놀이가 벌어질 때다.

보통 꽃놀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 전통은 이미 신라시대로부터 시작됐다. 신라 ‘교남지’(嶠南誌)의 ‘경주 산천조’(권4)에는 신라의 궁인들이 봄놀이를 하며 꽃을 꺾었다는데서 유래하는 ‘화절현’(花折峴)이라는 지명이 나온다.

‘조선왕조실록’ 세조 3년 4월22일의 기록(권7)에는 “…귀가(貴家)의 부인들도 또한 많이 본받아서 장막을 크게 설치하고는 며느리들을 다 모아 호세(豪勢)와 사치를 다퉈 준비하는 것이 매우 극진했다. 진달래꽃이 필 때에 더욱 자주 그러하니 전화음(煎花飮)이라고 했다”고 전한다.

외부활동이 활발치 않았던 여성들에게 화전놀이는 마음 놓고 밖에 나갈 수 있는 집단 나들이였다. 화전놀이는 여성에게 자유를 선물한 절기행사였다는 점에서 문화적 의미가 있다.

오는 4월1일 전통문화관에선 화전놀이가 펼쳐진다.

일요상설공연 ‘얼씨구~~청명일세’의 첫째 판으로 화전놀이가 열린다. 전통문화관 너덜마당에서다. 무등산자락 아래 전통한옥으로 둘러싸여 있는 너덜마당이 화전장(花煎場)으로 변신하게 된다. 화전놀이는 풍물대를 앞세운 참가자들이 화전장으로 들어가면서 시작한다.

전통문화관은 광주시 무형문화재가 입주해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하는 공간이다.

무형문화재 중 음식장들은 우리 지역 전통음식을 오늘까지 잇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무형문화재 음식장은 모두 네 명이다. 이 중 세분의 음식장이 일요상설공연의 일환으로 펼쳐질 전통문화관 화전놀이를 주도하게 된다. 음식장을 비롯해 이수자, 전수자, 그리고 전통문화관에서 음식강좌를 배우는 수강생들이 함께 화전놀이에 참여해 옛날 우리의 세시풍속을 그대로 재현한다. 물론 시민들도 즐길 수 있다.

이날 화전놀이 참여자들은 음식장들과 함께 화전은 물론 진달래 화채, 수정과 등 시절 음료를 정갈하게 만들어낸 다음 시식하게 된다.

인스턴트 음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풍미를 맛 볼 수 있다. 행사의 감회나 덕담, 좋아하는 시를 읊어주면 회답하는 화전답가(花煎答歌)의 시간도 갖는다. 놀이 체험을 하는 것은 물론 문학적으로 가까워지면서 모두가 하나가 되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가 크다.

화전놀이를 길놀이 삼아 펼쳐질 일요상설공연은 화전무가로 꾸며진다.

화전무가는 궁중무용에 판소리를 더하여 화전놀이의 품격과 재미를 준다.

첫 무대는 처용무다. 궁중무용 중 유일하게 사람 형상의 가면을 쓰고 남자가 추는 춤이다. 의상이 음양오행설을 기초로 한 청, 흥, 황, 흑, 백 다섯 가지 색상으로 화려하고 장엄하면서 신비스러운 멋을 느낄 수 있는 처용무가 화전장을 메운다. 그리고 목판 6개의 위쪽에 두 개의 구멍을 뚫고 끈으로 잡아 맨 박(拍)이라는 악기를 들고 추는 춤으로 목판끼리 부딪쳐서 생겨나는 음색이 특이한 아박무, 봄날 지저귀는 꾀꼬리의 소리와 자태를 의인화해서 만든 ‘춘앵전’, 한국의 민속무용 중 조류(鳥類)의 움직임이 율동화된 유일한 춤으로 맑고 우아한 학의 움직임을 소박한 민족적인 풍으로 표현한 동래학춤 등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최상의 인기를 자랑하는 국악인 남상일이 판소리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과 ‘장타령’, ‘아리랑’으로 놀이를 흥겹게 해준다.

이날 공연 사회는 입담꾼이면서 국악을 전승하고 있는 남상일과 김산옥이 맡는다.

‘전통문화관 화전놀이 가세’는 전래놀이인 화전놀이를 즐기는 동시에 화전무가와 판소리를 보고 듣고 즐기는 복합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전통과 현대를 잘 어우러지게 할 뿐 아니라 궁중음악과 민속음악을 모두 융합시킨 융·복합 예술로 치러진다.

전통문화관 직원들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해당 절기의 세시풍속을 오늘의 문화적 의미에 맞게 재구성해 참가자들의 재미를 덧붙이겠다는 포부아래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

오는 일요일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전통문화관으로의 나들이를 해봄직 하다. 어디에서고 쉽게 접하지 못하는 화전놀이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점차 잊혀져 가는 우리 세시풍속을 이해하고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속속들이 알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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