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설관(爲人設官). 사람을 위해 벼슬자리를 만드는 것. 즉 필요도 없는데, 사람을 임명하기 위해 직책이나 벼슬을 만든다는 뜻이다.

광주 남구가 최근 구청장 직속으로 5급(사무관) 상당의 정책보좌관과 홍보기획보좌관을 신설, 전문 임기제 공무원을 특별 채용했다. 전문 임기제 공무원은 별도 채용 절차가 없으며, 전문지식·기술이 요구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이들은 전 남구청 소속 직원으로, 국회의원 예비후보 총선 캠프 지원을 위해 불과 한 달 전 사직서를 제출, 이후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자 다시 재임용됐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광주경실련은 “광역·지자체장들이 자신의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인사를 채용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며 “그러나 특정 예비후보 선거운동을 위해 사직한 인사를 재임용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용인된다면, 캠프 후보자가 중도 사퇴하거나 낙선할 경우 재채용되는 악순환이 만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자치21은 “이번 남구청의 재임용 사례는 임용재량권을 넘어선 부도덕하고 부적절한 인사행정이다”며 “공직인사를 둘러싼 채용의 공정성 훼손, 아주 나쁜 재임용 선례”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에 김 구청장은 “결과로 평가받겠다”고 한다. 직무적합성 여부를 판단해 적절한 인사를 임용하는 권한은 인사권자인 구청장에 있다. 문제는 시기다. 재임용된 이들은 총선을 돕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 당시에도 논란을 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청장의 이 같은 행보는 여론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채용절차마저 단 3일, 속전속결이었다. 백 번 양보하더라도 이번 사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전형적인 ‘위인설관’ 형태다.

서울시 공무원 갑질 1위가 ‘측근 챙기기’란다. 이 정도면 ‘갑질’을 넘어선 명분 없는 ‘제 식구 감싸기’다. 더구나 공무원의 꽃이라 불리는 ‘5급 사무관’ 임용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우리나라 실업난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양극화, 빈부 격차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례 없는 ‘측근 챙기기’.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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