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오늘을 기억한다. 당시 취업 준비생이었던 필자는 평소처럼 이른 점심을 먹고 있었다. 밥을 뜰 새도 없이 갑작스러운 세월호 침몰 뉴스에 멍하니 바라만 보다가 싱숭생숭 ‘불편함’을 느낀 채로 식당을 나섰다. ‘곧 구출되겠지….’ 라고 생각했던 그 안일함은 경악으로, 마침내 분노로 바뀌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을 가장 면전에서 느꼈던 것은 언론사 입사 후 첫 취재 대상이었던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났을 때였다. 안산에서부터 걸어 온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도 팽목항까지 ‘온전한 세월호 인양과 실종자 수습 및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도보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참사 300일(2015년 2월9일)이 되는 날 아침, 필자는 광주 상무지구 DJ센터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후 광주 송정역을 거쳐 나주를 향해 걷는 여정에 동행 취재를 했다. 손과 발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던 맹추위 속에서 유가족들은 떨어진 체력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고, 붕대 감은 절뚝이는 다리를 이끌고 앞을 향해 한발 한발 떼는 이도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허망함과 정부와 각 정치권의 횡포에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부여잡고 걸어가는 유가족들의 모습이 당시 상황의 모든 것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너무 울어서 그마저도 말라버린 유가족들의 눈에는 기어코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결의와 분노, 슬픈 그리움이 맺혀 있었다. 그 눈빛에 압도돼 속죄하는 마음으로 기자생활을 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했다.

시간은 흘러 새 정부가 들어섰고 세월호도 인양됐다. 하지만 아직도 풀어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추모방식은 온라인, 소규모로 바뀌었음에도 그날을 잊지 않겠다는 광주 시민들의 마음은 여전하다. 한 시민활동가는 “선거 유세 현장에서 절규하던 후보들 중에서도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사람 한 명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한마디가 필자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공교롭게도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앞으로의 각오를 다지는 날이 세월호 침몰 6주기다. 잊지 않는 불편함을 지니고 행동하는 국민들도 있다는 것을, 결코 기만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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