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광주매일?” “오랜만이네!”

“아차차, 오랜만이라니!”, “매일 아침 만나면서 말이야. ㅎㅎ”

사람들은 날마다 자네를 통해 이웃을 만나고, 동네를 살피고, 세상을 들여다본다네. 요즘엔 인터넷 덕분에 출향인사와 해외동포들까지도 자네가 전해주는 고향소식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게 됐지. 그러고 보니 자네는 이제 ‘글로벌 신문’이 됐구만. 자랑스럽고 대견하기 그지없네.

매일 만나지만, 오늘은 역시 특별히 오랜만이네. 자네와 별리한 지 꼭 20년 만에 자네를 통해 독자들을 다시 만나게 됐으니 말일세.

공채 1기로 창간을 이끌었으니, 아마도 우리가 자넬 만들었지 않았나 싶네. 그런가?

아니지. 오히려 자네가 오늘의 나를 있게 해 줬다고 해야 옳겠지. ㅎㅎ.

지금도 그렇지만, 자네와 함께 할 시절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네. 지식은 짧았고, 지혜도 얕았어. 삶의 철학도 무척 설익었었을 거야.

다만, 불타는 의욕과 뜨거운 정열만큼은 차고 넘쳤었지. 그래서 지역의 미래를 걱정한답시고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 담론들을 거침없이 쏟아냈고, 자네는 또 그걸 기꺼이 얼굴격인 1면의 머리글로 실어주었지. 공분을 사는 사건사고들, 후미진 고샅의 훈훈한 이야기도 쿵쾅거리는 자네의 가슴(사회면)에 턱하니 내걸어 주었네.

여수 소리도 앞바다에 누웠던 대형 유조선 ‘씨-프린스 호’(1995). 달랑 나 혼자 현장에 투입됐지만, 타사 합동취재팀보다 더 멋지게 취재하고 더 박진감 있게 작성했던 기사들. 그걸 자네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 줄 때는 뛸 뜻이 기뻤다네.

전북 위도 앞바다에서 무려 292명의 사망자를 낸 여객선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1993). 둥둥 떠다니는 시신을 직접 건져 올리면서도, 어마무시하게 몰려든 전국의 기자들과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이느라 날마다 녹초가 됐지.

그래도 자네가 나의 뒷배였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네.

해남 아시아나여객기 추락사고(1993). 기적적으로 살아난 5살 아이를 자기 딸로 착각했다 뒤늦게 다른 가족에게 되돌려 주며 흘리던 젊은 아빠의 속울음. 자네마저도 그 눈물을 하얀 지면에 진한 잉크로 새겨 독자들을 울렸었지.

국제구제금융(IMF) 사태 때였네(1998). 유력 금융회사가 망하면서 예치해 둔 아들의 교통사망사고 보상금을 날리게 된 나주의 노부부가 광주천변에 주저앉아 망연자실해 하던 사연이 자네의 어깻죽지(경제면) 한편에 ‘가까스로’ 실릴 수 있었던 기억도 아련하네.

사찰과 성당, 교회, 교당을 순례하며 마주한 성직자들의 아름다운 말씀들로 가득했던 문화면의 ‘800字 대화’. ‘너무 짧다’는 민원(?)을 받을 만큼 고정 독자층을 확보하며 제법 사랑받은 칼럼이었지. 내 글이 누군가에게 기다림이라니. 얼마나 멋지고 행복한 일인가. 자네 덕일세.

수습딱지를 채 떼지도 못했는데, 자네는 나에게 매주 환경면과 과학면을 각 한 면씩이나 허락해 줬네. 창간 초기 열악한 여건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너무나 파격이고, 은혜였네.

22개 시·군 기자들과 부대끼며 지냈던 추억도 자네가 있어서 더욱 또렷하네. 반달가슴곰을 방사하기 훨씬 전의 옛날이야기가 생각나네. ‘지리산에 곰 흔적 발견’. 기사는 완성했는데, 정작 사진을 확보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그 순간, 폭설을 뚫고 구례에서 달려온 ‘대절 택시’기사가 건네 준 ‘곰 발자국’ 사진 한 장. 아마 자네도 마감시간을 지키게 해 준 A의 정성이 고마웠을 거야.

국회는 입법으로, 법원은 판결로 말하듯이, 제4부인 언론은 기사로 말해야 하잖나. 당연히 좋은 기사가 많이 실려야 자네도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겠지. 그러고 보면 자네의 운명은 이제 후배들의 펜 끝에 달려있는 셈일세. 어차피 운명공동체이긴 하지만.

농익은 기사들이 자네에게 쏟아지길 기대하네. 앞날을 내다보고,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커다란 아젠다들이 자네를 통해 지역사회에 던져지길 기다리겠네.

내 친구, 광주매일신문의 건승을 기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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